[인사이드컷] '남탓'에 파묻힌 평화와 환호

2018-02-22 17:47:46

[프라임경제] 한반도를 덮친 강력한 한파가 찾아오기 전, 처음으로 찾은 '겨울 제주'는 참 포근했는데요. 전망이 좋은 숙소에서 휴식과 같은 여행을 즐기던 중 창 밖에 있는 제주월드컵경기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제주월드컵경기장.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기장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 백유진 기자


서귀포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자리한 제주월드컵경기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위해 만들어진 축구 전용 경기장인데요. 제주도의 강한 바람을 막기 위해 그라운드를 지하 14m 깊이에 조성한 것이 특징이죠.

이렇듯 우리나라는 2002년 월드컵뿐만 아니라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그리고 올해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며 세계 4대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연 다섯 번째 국가가 됐습니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은 삼수 끝에 얻어낸 대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죠. 이전에 비해서는 관심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필자 역시 막상 경기가 시작되고 나니 저절로 시선이 가더군요. 

그래서인지 이번 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논란은 더욱 안타깝습니다. 지난 19일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우리 대표팀은 8팀 가운데 7위에 그치며 탈락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3명이 나란히 달리는 팀추월 경기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팀추월 경기는 세 명의 선수가 호흡을 맞춰가며 함께 달리다가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한 주자의 기록으로 순위를 가립니다. 그런데 이날 마지막 바퀴를 앞두고 김보름, 박지우 선수는 앞으로 치고 나가면서 마지막에서 뒤처지고 있는 노선영 선수에 대한 배려 없이 결승선을 통과했죠.

여기 더해 김보름 선수가 레이스 직후 "마지막에 좀 뒤에 저희랑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아쉽게 나온 것 같다"며 묘한 웃음과 함께 노선영 선수를 탓하는 듯한 인터뷰를 하자 대중들은 더욱 격노했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 관련 청원은 최단 기간에 20만명을 돌파했고,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까지 청원 참여자만 약 57만명에 달하죠.

다급해진 빙산연맹이 사태를 진화해 보고자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 선수의 기자회견을 마련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아직까지 꺼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기자회견에서 백철기 감독은 "링크 내 (응원) 분위기 때문에 상황 전달을 못했다"며 관중을 탓하는 듯한 발언까지 내뱉었죠.

이에 전일 펼쳐진 여자 팀추월 7-8위 결정전에서 관중들은 백 감독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화답했습니다. 김보름, 박지우 선수에게는 싸늘한 반응을 보내는 대신 응원에 감사를 표한 노선영 선수에게는 아낌없이 환호했죠.

올림픽이라는 전 세계적 대회는 평화와 화합이라는 목적 아래 개최됩니다. 그만큼 개최국 국가 대표팀에서 '왕따' 논란이 불거진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김보름 선수는 현재 주종목인 매스 스타트 경기가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잊을 수 없는 변명과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은 이들이 더 이상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기대하지는 않겠죠.



백유진 기자 byj@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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