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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카 방한…트럼프 속내 볼 수 있을까?

다자간 구도 북한 핵 관련 메신저 기능 대비 현실적 활용성 경제서 오히려 유효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2.23 10:45:52

[프라임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딸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의 평창 방문 일정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3일 방한하는 공식 이유가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차 미국 측 대표단을 이끌고 온다는 것이지만 북한 핵 이슈와 경제 줄다리기 등 첨예한 대립양상이 전개되는 중이라는 점에서 평창은 단순히 표면적 이유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

특히 북한 문제와 관련, 미국 백악관 공보실은 이미 미국 언론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이방카 보좌관은 이번 방한에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의 면담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냈다.

표면적 거부 후 막후 교섭을 펼쳐 깜짝 놀랄 만한 결과를 도출하거나 의미 있는 대화 진행 등을 노린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김영남 북한 내각 수반이 지난 개막식 만찬 중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엇갈리는 등 양국 공식적 외교 접촉 채널이 냉각된 이후라 이런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방카 역할, 다자국면 핵에서는 제한적…경제에서는?

펜스 부통령이 북측 정부 최고위급 인사와의 대면 자체를 거절하기 위해 만찬을 보이콧했다는 풀이가 나오고, 펜스 부통령 측에서는 이후 다시 북한이 양측 만남을 취소했다는 점을 미국 언론을 상대로 흘리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다. 

이에 따라 이방카 방문은 지난번 북측 대표단의 프로파간다(선전홍보전술)에 대응해 최고위층의 의중을 우리 정부에 전하는 '보여주기' 의미가 더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혈통 대 혈통의 이미지 전쟁이라는 것.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소위 '백두 혈통'이라는 특수성으로 김 내각 수반에 사실상 앞서는 무게감을 과시한 것처럼 '현직 대통령 맏딸'이라는 점이 보좌관이라는 공식 직함에 우선한다는 사실적 효과를 미국 측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이방카 보좌관의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북한 핵 등 주변국의 이해 관계가 첨예한 난제에서 주도적인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것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이런 기대는 차치하고라도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두고 볼 때에도 냉각된 와중에 압박 이미지를 최대한 가동한다는 쪽 외에는 활용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제언이 따른다.

오히려 경제 문제에서는 모종의 역할을 바랄 여지가 있다. 청와대 만찬 등을 할 때 어느 고위급 정부 당국자 못지 않게 기능할 수 있다는 해석은 여전히 유효하다.

외교 등 여러 고위 관료 채널을 트위터 정치로 무력화하거나 기능 혼선을 반복하기를 불사하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난맥상은 이런 이방카 역할론에 더 무게를 싣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국면과 세탁기 세이프가드 문제, 철강 관세 압박 우려 등에 이어 최근 또다른 철퇴가 우리 수출길에 떨어졌다는 우려가 크다.

21일(현지시각)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는 이날 세제·노동·규제 완화·통상·인프라 투자 등 주요 경제 부문 현안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성과를 짚은 '대통령 경제보고서(ERP)'를 의회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대통령 연두교서 및 예산교서와 함께 '3대 교서'로 꼽힌다. 미국 경제 기조와 관련한 중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와 압박 카드를 들여다 볼 소중한 통로로 평가된다.

◆연이은 무역 갈등에 달러 약세 용인 보고서까지

이런 강한 압박들이 연이어 들어오는 상황에서 우리 당국 역시 마냥 강하고 원칙적인 대응을 고수하기도 쉽지 않다. 

청와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모든 카드를 사용한다는 강공 드라이브를 건 상황이지만, 환율 문제까지 미국에서 사용할 경우 WTO 제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출 악화 가능성을 버틸 장기적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달러 약세는 우리 수출 등에 제한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언급도 다수 나온다. 반도체 등 기술집적형 상품의 환율 연동 영향성이 제한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에 나온 바 있는 달러 약세 가능성과 전망에 맞춘 적절한 사전 대응보다 미국 ERP 파장이 닥칠 시점 전망이 더 빠를 수 있기 때문.

기존에 나온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2018년 환율 전망 : 달러 약세, 아직 갈 길이 멀다' 보고서 등은 대체로 올해 3분기를 달러 약세 타격의 대응 시간으로 분석했다. 

작년 11월에 나온 하나금융연구소 보고서는 미국 재정 및 통화정책발 변동성 요인 영향이 감소하면서 달러 약세가 이어져 2018년 3분기 원·달러 환율 평균이 달러당 1080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교서 태도로 봐서는 이처럼 3분기 저점 전망보다 타격 파장이 더 일찍 올 수 있고 여파도 더 클 가능성이 제기된다.

청와대와 정부 등 우리 당국의 긴장감과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한국이나 미국 어느 쪽 당국도 경제는 경제, 안보는 안보라는 논리로 대립각 세우기에만 치중하기 어렵고, 맏딸 파견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버무려지면서 의미가 각별해진다는 것이다. 

어떤 외교 고위급 인사보다 강하고 즉각적인 채널로 기능할 수 있으며, 양측 모두 이런 점을 인지한 만큼 모종의 경제 메신저로 몸값 역시 높아지는 것.  

지난번 아시아 순방 계기 당시 양국 대통령 간 회동 이후 지난번 펜스 부통령 면담에 이르기까지, 미국 고위급 인사들에게 보낸 '공식' 러브콜은 대개 우리 측의 일방적인 행위로 끝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무기 구매 등을 제시한 우리 측과 만난 자리에서는 화기애애한 기류를 연출했다. 그러나 직후에 중국에서는 한반도 이슈 내 우리나라의 역할과 위상을 보장하는 것보다 중국 중심으로 대화를 푸는 모습을 보였다. 

펜스 부통령 면담 때에도 역시 문 대통령이 세이프가드 해제 요청을 했지만 이후 철강 제재가 부각되는 등 큰 효과가 없었다.

딱딱한 의제 제기에서 크게 효과를 못본 만큼 다소 연성화된 비정형적 채널을 통한 대화를 해야 양측 모두에게 유익할 수 있다는 견해에 무게가 실린다. 서로 부담없이 암중모색을 통해 허심탄회하게 의견 주고받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보좌관의 간판을 단 가족 파견'으로 현실화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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