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25시] 춤추는 환율보고서…'될놈될' 냉소 거두고 보자

2018-02-23 11:27:40

- '달러 약세 용인' 악동 트럼프 외에도 변화한 국제경영질서까지 복잡…결국 당국 '정무적 노력' 절실

[프라임경제] '달러 약세를 용인하겠다' '자동차 관련 압박을 넣겠다' 등으로 요약되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의 '대통령 경제보고서(ERP)'가 미 의회 등에 21일(현지시각) 제출됐는데요.

이 보고서는 규제 완화, 통상 등 다양한 경제 현안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정책방향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 문서로 꼽힙니다. 더욱이 환율 전쟁도 불사한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읽혀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마침 지난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과 달리 '미국 우선주의'를 스스럼없이 외치고 실제로 집행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대인 점에서 그 걱정의 강도는 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도체 등 기술집약형 상품을 우리가 다수 가졌다면 환율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풀이가 나옵니다. 하지만 자동차 등 타 국가와의 경쟁이 치열한 대부분 한국 수출 주력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그런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달러 약세는 미국 기업에게 유리하고 우리 업체들에게 불리한 것으로 얘기됩니다.

이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각종 현안에서 정면 대응 불사로만 치달아온 우리 경제 대책도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또 새롭게 찾는 길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 역시 제기되는데요. 

세탁기 세이프가드에 철강 규제, 급기야 이번엔 (이 경우에는 우리만 겨냥한 것은 아닙니다만) 달러 약세 용인 악재까지 연이어 타격이 계속되면서 우리가 이걸 모두 장기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펀더멘탈 우려가 부각되는 것입니다.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의 방한이 23일 예고됐고, 평창 동계올림픽 패막 후 청와대-백악관 사이의 전화 통화 추진이 유력하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부담과 해법 마련에 대한 갈증은 더 두드러지는데요. 

비공식이든 공식이든, 공식적이고 경성인 라인이든 다소 연성인 대화 채널이든  모두 가동해 볼 필요가 높다는 주문도 따릅니다. 

'어떻게든 우리를 죽이겠다는 건데, 트럼프 맏딸하고 대화를 타진한들 방법이 있겠느냐?'는 냉소적 시각도 있지만, 한탄만 할 때가 아니라는 반론이 나오는 국면인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환율 영향 통념에 반대되는 내용을 담은 연구 하나를 더 소개할까 합니다. 달러 약세 용인 우려와 달리, 이 경우는 원·달러 환율이 강세일 경우를 다룹니다. 이때 수출은 과연 호재일까요? 

통념상으로는 그런데요, 그런 인식에 반대되는 주장을 편 논문입니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김세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과 무역 변동의 운영자금 채널(Exchange rates and the working capital channel of trade fluctuations)'이라는 논문을 최근 유력 국제학술지에 제출, 공식 게재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환율과 수출의 상관관계에 대한 통상적인 관점은 원화 강세가 수출에 부정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원화 강세로 원·달러환율이 하락하면 우리 기업이 달러로 받은 수출 대금을 원화로 환전했을때 그만큼 손실이 나고, 해외시장에서 물건을 팔 때도 판매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논리인데요.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글로벌화된 국내 기업이 해외로 생산 설비를 옮기면서 글로벌 밸류체인을 형성하면 오히려 이런 통념과 다른 상황을 누릴 수 있다고 합니다. 

글로벌화된 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할 때, 바꿔 말하면 은행 무역신용을 일으킬 때 80%를 미국 달러화로 합니다. 환율 변화 상황에서 달러 가치가 기업의 자금 조달에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글은 오히려 달러가 강세로 가면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고도 짚었습니다.

많은 수출기업이 해외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지금은 단순한(?) 과거의 통념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인 건데요. 어쨌든 이번 연구 결과는 환율과 수출 관계를 새롭게 보는 관점을 제시해 관심을 모읍니다.

물론 이 논문 역시 환율 변동에 대해 수출 감소 걱정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일반화'할 자료가 되지는 못합니다. 

글로벌화를 이미 마친 거대 기업을 중심으로 연구를 했기에, 사실 그러면 개미처럼 물어나르는 작은 수출업체들에게는 막바로 적용될 전략으로 보기 힘들지 않나라는 생각을 금융경제상식 문외한이라도 할 수밖에 없었죠. 

그렇다고 위 논문의 '시각 전환'이 대다수 수출업체에겐 '남의 일'이나 마찬가지라는 냉소로 빠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큰 나라나 회사에게도 힘든 일이나 그들에게도 낯선 악재는 소국이나 작은 업체에게 모양과 파장은 다를지언정 결국 더 크고 진하게 다가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남의 일일 따름'이라는 냉소, '될놈될(어차피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어차피 안 된다)'의 자괴감이나 질투를 하는 대신 이젠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고 모두 위기를 함께 겪는 수출 전선의 동지라는 의식을 찾을 때입니다. 

당국이 외교적으로 국내정치적으로 이런 정책 방향을 구사하고 나설 책임감이 그래서 높아진다고 하겠습니다. 에너지 결집을 하는 건 결국 정무적 역할, 정치의 힘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저기 복잡하게 춤추는 환율 보고서와 논문들의 틈에서 모두가 될 놈이 될 수 있는 새 '될놈될' 비전이 청와대와 정당, 국회에서 나오길 기원합니다.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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