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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없는 롯데 '이명박스캔들' 치명타 맞나

이재정 "제2롯데월드 기획인허가 문건공개" 파문 속 롯데쇼핑 '먹구름'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8.02.27 10:37:34

[프라임경제] 롯데그룹이 신동빈 회장 구속수감에 이어 제2롯데월드 인허가 관련 비리 정황까지 불거지며 사면초가에 몰렸다. 창립 이래 초유의 총수부재 상황에 빠진 롯데에게 랜드마크 사업에 드리운 정경유착의 그림자는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과거 이명박정부 청와대가 제2롯데월드 인허가를 위해 각종 편의를 제공했으며 이를 입증할 관련 문건의 실체가 공개된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이날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준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뉴스1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공개한 '제2롯데월드 건설추진 관련 여론관리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당시 청와대가 사실상 인허가를 전제로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짜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담겼다.

문제의 문건은 국방비서관실이 2008년 12월15일 작성한 것으로 지난해 7월 청와대 캐비닛에서 뒤늦게 발견된 것들 중 일부다. 구체적인 내용은 총 3단계로 구성된 제2롯데월드 추진계획으로 △정부-롯데 비공식 협의(1단계) △롯데건축허가 신청 및 서울시 행정협의조정위 재심요청(2단계) △행정협의조정위 심의·결정(3단계)로 세분화돼 있다.

논란이 되는 것은 각 단계마다 '언론 유출 시 파장이 예상되므로 보안 철저 유지' '언론가이드 마련' 등 일종의 여론프레임 전략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또한 서울시가 건축 허가를 내기도 전에 총리실 주도로 롯데물산과의 부담내용 협의 및 양해각서 체결을 추진한다는 대목도 있다. 중앙정부, 즉 정권 차원에서 지자체의 기본 권한을 뛰어 넘은 월권을 행사한 셈이다.

아울러 청와대와 국방부, 공군이 입장을 하나로 견지하는 것을 전제로 언론과 반대진영에 맞설 논리를 첨삭하는 식으로 예상답변 등을 기획한 정황도 나왔다. 일례로 공군이 활주로 각도 변경 반대에서 허가로 두 차례 입장을 트는 과정에서 내놓은 해명을 수정하도록 청와대 지침이 마련된 것 등이다.

앞서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22일 성남비행장 보완 방안 보고와 관련 공군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갑작스럽게 입장을 뒤집은 배경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해당 문건은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한 답인 셈이다.

박 의원에 따르면 공군본부는 2008년 8월 정정길 대통령 실장에게 서울기지 운영방안을 보고하면서 제2롯데월드 승인 관련 성남공항 동편 활주로를 3도(°) 조정하는 등의 보완 방안은 일반공항의 기능성과 작전성, 안전성 등에 한계가 있음을 제언했다.

이에 박 의원은 "1989년부터 2007년까지 공군은 제2롯데월드 건설을 안보상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왔음에도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갑작스레 입장을 바꿨다"며 "대통령의 압력이 작용한 결정으로 보이는 만큼 이 역시 감사원 감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지난 9일 국민감사청구를 받아들여 제2롯데월드에 대한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다만 여섯 가지였던 감사청구 안건 중 행정조정협의와 시설·장비보완 비용추정 및 합의사항 이행 등 두 건에 그쳐 이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일련의 의혹들과 관련해 롯데 측은 철저히 말을 아끼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관련해 입장을 밝힐 것이 없다"며 "추후로도 따로 공식입장문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한편 정경유착 의혹과 별개로 야심차게 출범한 롯데지주의 형편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 나이스신용평가

신용평가전문기관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6일 롯데쇼핑(023530), 롯데카드의 장기신용등급 등급전망과 롯데칠성음료(005300) 등 계열사 세 곳이 보유한 롯데지주 연대보증 회사채 등급전망을 기존 'Stable(안정적)'에서 'Negative(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그룹 핵심인 롯데쇼핑의 고질적인 실적부진과 이에 따른 채무상환 능력의 저조가 지주사는 물론 다른 자회사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나신평 측은 "롯데지주는 사업구조가 다양하고 재무안정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롯데쇼핑은 지주에서도 자산과 매출, EBTI(이자·세전이익)의 70% 내외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롯데지주의 신용도는 롯데쇼핑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중국의 사드보복 여파가 여전한 상황에서 가시적인 실적개선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일련의 의혹과는 전혀 무관한 사업적 영역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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