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2시간 근로 시대' 강성노조 200% 특근비 주장 막아라

2018-02-28 08:58:25

[프라임경제] 법정근로시간 손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68시간 일해온 한국 산업계가 본격적인 체질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것. 현재 추진 중인 개선안은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문턱을 넘었고, 이제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주당 52시간(평일 일상근로 40시간+평일·주말 통합 연장근로 12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조치를 두고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진일보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실효성이 있겠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근로자가 원한다고 해도 주당 52시간을 초과해 일을 하면 불법이다. 이 문제가 낳을 여러 여파에 대해 제대로 현실적 고려를 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물론 4차 산업시대를 맞아 노동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벌레처럼 오래 앉아 있는다고 생산성이 그에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이제 상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 전반이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으로 일괄적으로 탈바꿈하지는 않는다. 

이 말은, 특근 등으로 빠듯하게 돌아가는 구조의 산업들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존재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기본급을 적게 잡고, 수당을 많이 조성해 급여를 산정했던 구조를 가진 수많은 업종과 그 종사자들의 문제에 대해 도외시하고 있다는 우려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장밋빛 미래 구상으로 우격다짐을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기본급을 많이 잡는 임금 체계로 수술하는 것이 답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특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의 산업이나 회사도 적지 않고 그에 따른 필요로 임금 체계가 자리잡아 왔다면 이를 일시에 부정하고 이성적인 안에 따르라고 재촉하는 게 과연 능사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일하는 사람과 회사의 합의가 존재하더라도 52시간 이상 일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이를 놓고 노동계 일각에서도 '임금 감소 우려'를 했다고 한다. 휴일 수당을 늘려잡지 않으면 현재 수준의 임금을 집에 갖고 가기 어려운 치명적 한계가 뻔히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게 휴일 근로시 수당 200% 보장 아이디어다. 하지만 현재 진척 상황이나, 정가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이 200% 안은 강제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점은 남아있다. 아니, 오히려 더 크다. 노사가 합의로 휴일 근로에 200% 수당을 지급하기로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일을 적게 하고도 과거 대비 비슷한 수준의 특근 수당을 기본급에 얹어 받아가는 게 가능해진다. 무엇이 문제냐고? 일을 덜 하고 급여 계산식을 바꿔 답을 똑같이 고치는 것이니, 당연히 효율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는 이른바 귀족 노조, 혹은 강성 노조가 자리잡고 있고 특근 수당에 대단히 의존하는 구조의 사업장에 치명적인 독소가 될 것이다. 당장 자동차 등의 영역에서 수당 문제로 강경 노동운동이 일어나는 경우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통상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몇 안 되는 수출 경쟁력을 갖춘 종목들이 스스로 이렇게 힘을 깎아먹을 가능성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지금 워라벨을 맞추는 문제, 기본급이 주가 되도록 왜곡된 임금 구조를 전반적으로 수정하는 작업은 군소 업체, 노조가 없는 사업장 등에서 더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추진 중인 52시간 문제는 뭔가 이 부분을 묘하게 놓치고 있다.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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