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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지원 '금수저 논쟁'에 말린 흙수저 이용섭의 하얀거탑 투쟁

광주 선거판에 매번 오해로 손해 봐…지방대 출신에 덧씌워진 억울한 이미지 족쇄 논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2.28 10:24:10

[프라임경제] 일본과 한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됐던 '하얀거탑'은 특히 한국에서 비상한 열기를 불러일으켰다. 치열한 경쟁과 권모술수, 타락하는 과정에서 남는 아집 등이 복합돼 표현된 일본판과 달리, 한국판은 '인정 투쟁'으로만 집중 투사돼 소비됐고 소비자들의 열광 대상이 됐다. 명문 의사 집안 출신들의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흙수저' 출신 장준혁 과장의 이야기는 첫 방영 당시에도 그랬지만, 10년 세월을 두고 리마스터링판이 다시 방영되고 있는 요즈음에도 이런 소비 관점은 여전하다. 한국이 그만큼 공정한 경쟁을 원천적으로 막는 '금수저 대 흙수저론'에 민감하다는 방증이다. 그런 금수저 논쟁이 최근 부각되고 있는 곳이 한 군데 더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광주 정가'다.

'윤장현 교체론'이 일면서 광주광역시장 선거 구도는 벌써부터 치열한 선거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소 앞서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용섭 전 의원에 대한 다른 선량들의 연합 전선 구축과 집중 견제가 진행 중이다. 

이 전 의원에 대한 난타 상황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과열'로 민심 자체가 반민주당으로 흐르는 상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 민주당 공천장만 받으면 다 되는 줄 알고 이전투구를 벌인다는 인식이 시민들의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인 셈이다. 

이 같은 문제에 가려져 잘 부각되고 있지 않지만, 현재 진행 중인 연합 견제 상황이 왜곡된 구도를 구성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의원에 대한 공세 명분은 '청와대의 격려 발언' 논란이다. 최근까지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다 사임한 이력과도 맞닿아있는 문제다. 주자하다시피 일자리위원회의 위원장은 대통령이 맡기 때문에, 부위원장은 그 자체로 대단한 고위급인 건 차치하고 청와대와 바로 연이 닿는 밀접한 자리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 상황 개선에 열의를 갖고 임하는 상황이라, 이곳을 거쳤다는 자체가 대단히 정부 정책의 핵심을 들여다본 귀중한 경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런 노른자위 경험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홍보거리가 되는 상황에서, 광주 지선 구도는 좀 다른 전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선 준비 작업에 뛰어든 이 전 의원이 공개한 대통령 덕담 소개가 지지 의사를 강조해 왜곡된 선거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반발로 이어진 것. 현재 광주에서는 강기정 전 의원·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삼성 임원 출신 양형자씨·최영호 광구 남구청장 등이 표밭갈이에 나선 상황이며 '현직' 윤장현 시장도 출사 태세다.

이런 대단한 신경전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이용섭 견제론'으로 연대 구도가 형성된 것. 타후보들은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 공개는 부적절하다"며 후보 사퇴를 거론하고 나섰다.

'고급진' 이미지의 문제? 손해보는 지방선거 이용섭의 고뇌

'이용섭 견제론'은 일단 겉으로는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정작 대통령 발언 소개 부적절론을 구사하는 이들 자체가 이 전 의원 후보 사퇴까지 거론할 정도의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더욱이 이들은 사퇴론에 이어 '촛불 정신 계승' 등 거론으로 이어진다. 문재인 정부의 후광을 광주 지선에 가져오려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으로, 중앙 정치판의 후광 없이 지선이 요구하는 인재 뽑기에 공명정대하게 나서자는 인식과 거리를 두고 있다. 청와대 후광 견제론의 빛이 바래고 진의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또 있다. 그냥 일자리위원회에서 문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했다는 경험을 거론해도 적당했을 이 전 의원의 정치적 입장이나 그간의 이력을 도외시한 공세라는 점이다. 굳이 대화 내용 소개로 긁어 부스럼을 만든 건 사실이지만, 마치 이 후광이 없으면 도저히 '감이 안 될 인물'이 후광 카드를 쓴 경우처럼 총공세를 펴는 것은 전체적인 상황을 왜곡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중앙 활동 이력과 광주에서 그간 쌓은 바를 깡그리 무시해 최대한의 마이너스 구도를 형성해 보자는 정치공학적 계산을 어느 진영에선가 제공하고, 이를 다른 후보군에서 암묵적으로 수용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닌지 일각에서 우려하는 데에는 이 같은 문제가 숨어있다.

'이용섭=청와대 지원=금수저론'으로 묘하게 흐르는 왜곡 내지 착시 현상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이 전 의원의 정치 인생에 작용했던 족쇄 대부분이 이 문제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을 재선 국회의원으로 기억하는 이들도 많지만, 그를 국세청장과 행자부장관, 건교부장관 등까지 두루 주요 부처 수장을 역임한 행정관료로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문제는 그런 화려한 이력의 그가 겪은 '지방선거판 흑역사'와 금수저 이미지다. 

그의 정치적 탯자리가 광주(금배지를 모두 광주에서 달았다)라는 점 외에도 함평 학다리고를 졸업한 뒤 전남대를 나와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이력에서 보듯 철저한 전남·광주의 아들로 분류하는 게 합리적이다. 요샛말로 '개룡남'인 셈이다.

그러나 중앙부처를 줄곧 돌면서 이룬 바가 강조되다 보니, 또 여러 부처 수장을 거친 점만 간단히 소개되는 경우에 특히 그에게 속칭 금수저 이미지가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지방대 출신의 입지전적 활약이 부각되는 대신 '고급진' 이미지가 지방선거 구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 중앙만 돌아서 지방을 잘 모른다는 선입견이 한몫 거들면서 이런 흑역사는 실제 상황으로 여러 번 문제를 만들어냈다.

'숙적 강운태' 위한 백의종군까지 선택, 명분없는 행동은 못 참아

2010년 지선에서 이 전 의원은 광주시장직에 뜻을 두지만, 강운태 전 광주시장에 밀려 고배를 마신다. 당시 민주당 '시민공천배심원 경선대회'에서 배심원단 표심을 크게 얻었다. 여기서 강 당시 후보에게 12.7% 앞섰지만, 전당원 여론조사와 합산하면서 0.45% 차로 아깝게 역전돼 후보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강운태 전 시장과 포옹하며 선거 연대를 선언한 이용섭 전 의원의 모습. 전략공천 부당성에 정면 도전해 시선을 끌었다. ⓒ 뉴스1

앞서 말한 중앙 행정만 해서 아무래도 잘 모르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발목을 잡은 것. 강 전 시장의 경우 서울대 출신이지만 광주 비엔날레 개최와 정착에 기여하는 등 '지방 행정 경험'이 있고 이를 적극 부각시켰다.

이후 국회에서 활약하던 그는 2014년 지선에서 다시 광주시장 도전 의지를 불태운다. 이때 그에게 덧씌워진 또다른 부정적 이미지가 탈당 이슈다.

당시 그는 현직이던 강 시장 대비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앞서는 등 꿈이 이뤄질 것 같은 기로에 서 있었다. 하지만 중앙 정치 바람이 지방에 영향을 미치면서 광주 선거판도 뒤틀렸다. '안철수 신당 바람'이 크게 일면서 민주당에서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합당을 해야 했고, 지방선거 전략도 크게 수정 위기를 맞았다.

의사 출신 윤장현 현 시장이 등장할 수 있었던 외풍이 분 셈이다. '윤장현 전략공천'은 지방 선량들을 대단히 격분시켰다. 이 전 의원이 탈당 초강수를 둔 것도 이 때문.

이 전 의원은 그러나 자신을 좌절시켰던 강 전 시장과 후보 연대 결단을 내리고 그의 상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다. 이후 민주당의 전략공천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단식 투쟁을 하기도 했다. 

결국 지금 그가 받고 있는 '문재인 후광 남용론'이나 '지방선거 흑역사 이력'의 상당 부분은 지방대 출신 개룡남인 그를 금수저인 것처럼 오해하는 기류가 형성된 것을 애초 제때 해결하지 못한 데서 기인하고, 이를 반대 진영에서 적극 활용하며 계속 확대 재생산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흙수저로 지금껏 스스로 성장해 온 그에게 이 같은 오해는 사소한 것이 아닌 존재 가치와 삶의 이력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시련일 수 있다. 

차기 외과 과장 자리에 자신을 발탁하지 않으려는 스승과 각을 세우고, 그가 보낸 경쟁자와 '수술 배틀'을 벌인 하얀거탑 속 에피소드처럼 이 전 의원이 치열한 갈등 구도를 감수하는 결기를 보일지, 또 유권자들의 반응은 어떨지 주목된다. 이번 대통령 덕담 비판론은 금수저 논란인 동시에 그가 쌓아온 많은 이력과 공적을 가려버리는 착시 코드라는 점에서 결국 실력과 아이디어 배틀로 이 전 의원 측에서 저력 발휘로 꺾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두루 행자부, 건교부 등을 이끈 이력을 선거 구도가 흥미롭게 흘러갈 요소이자 자양분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그의 강한 투쟁본능을 방증한다는 것. 정부 중요도나 의전 면에서 행자부에서 장관을 한 뒤 건교부로 다시 가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고공행진을 하는 집값과 전쟁을 임기 내내 치른 참여정부 뜻에 그가 적극 공감, 쉽지 않은 길을 감수하는 승부사 기질이 있었던 징표라는 풀이가 그래서 나온다. 문재인 정부와의 잠깐의 인연 대신 이렇게 참여정부 시절 이미 완성된 노하우로 칼을 뽑을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흙수저 이용섭의 하얀거탑 기어오르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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