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형의 M&M] 당신은 이미 그들을 죽였습니다

2018-02-28 15:24:31

- Michael Jackson - Smooth Criminal

[프라임경제] 영웅과 사랑, 서민의 노래(귀족 풍자), 예술과 대중의 조화…. 11세기부터 이어진 프랑스 대중음악 '샹송'의 변천사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민요 '아리랑'도 다양한 지역특색은 물론, 한국 근세와 근대의 민족사, 사회상까지 반영하고 있죠. 이처럼 음악은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때로는 표현의 자유와 사회 비판적 목소리를 투영하기 위한 도구로도 쓰입니다. 'Music & MacGuffin(뮤직 앤 맥거핀)'에서는 음악 안에 숨은 메타포(metaphor)와 그 속에 녹은 최근 경제 및 사회 이슈를 읊조립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상처 입은 사람에게 안부를 물을 때 '괜찮아?'라는 걱정 대신 '괜찮지?'라는 말을 건네지 않을 것입니다. 

뒤에 말에는 '넌 괜찮아야 돼' 혹은 '괜찮지 않으면 네가 이상한 거야' 같은 당위성이 부여돼 무례한 언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걱정이랍시고 내뱉은 실언은 결코 염려(念慮)가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은 제3자가 했더라도 비정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데요. 만약 이런 말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직접 건넸다면. 그것은 잘못인 줄 알면서도 정당화 시켜 자신의 죄책감만 덜어내는 파렴치한 행위일 뿐이며, 결국 사람을 죽이는 폭력과도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스무 번째 「M&M」에서 소름 돋게 리듬 탈 노래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스무스 크리미널(Smooth Criminal)입니다. 

마이클 잭슨입니다. 팝의 황제라는 말 대신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그의 이름 뒤에 '전설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는 것 외에 말이죠. 

1970년 다섯 명의 친형제 그룹인 '잭 슨 파이브'로 음악활동을 시작한 마이클 잭슨은 팝 뮤직은 물론 R&B, 디스코, 댄스, 펑크, 뉴 잭 스윙, 컨템퍼러리, 록, 오페라틱 뮤직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해 큰 성공을 거두면서 '킹 오브 팝'이라는 칭호를 얻습니다. 

음악력 외에도 잭슨은 신들린 춤사위와 화려한 퍼포먼스로도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요. 이로 인해 그는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3곳(로큰롤, 보컬, 송라이터스)에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는 두 번 헌액 이름을 올리며 아직까지도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 그리고 자선가로 불려지고 있죠.  

▲안티 그래비티 린(anti-gravity lean) 댄스를 선보이는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 구글 이미지 캡처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부담감을 갖고 만들어낸 앨범이 있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총 판매량 6800만장으로 단일 앨범으로는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 기네스북에도 등재 자신의 두 번째 앨범 'Thriller'(1982) 이후에 만들어진 정규 앨범 'Bad'(1987)입니다. 

스릴러를 뛰어넘기 위해 5년 만에 세간에 공개된 이 앨범은 다행히 전체 수록곡 11곡 중 7곡의 히트 싱글(빌보드 핫 100)을 내면서 잭슨의 최고 히트작으로 등극하게 됩니다. 팝의 황제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도 앨범 배드의 공개 이후죠.

특히 이 중에는 잭슨의 트레이드 마크인 문워크(Moon Walk) 만큼 유명한 '안티 그래비티 린(anti-gravity lean) 댄스를 배출한 곡도 실려있는데요. 그의 딸꾹질 보컬과 절도 있는 팝 사운드로 극강의 리드미컬함을 느낄 수 있는 이 곡은, 바로 오늘 소개할 스무스 크리미널입니다. 

그가 창문으로 들어 왔을 때, 비명소리는 점점 커졌어. 그녀의 아파트에 들어온 그는 카페트에 핏자국을 남겼지. 그녀는 탁자 아래에 숨으려 했지만 그가 알아차릴 것을 알았기에 그럴 수 없었어. 그래서 그녀는 침실로 도망쳤지만, 그녀는 쓰러지고 말았지. 그게 그녀의 최후였지. 애니, 괜찮아요? 저기, 그래서 괜찮냐고요. 괜찮아요, 애니?

이 곡은 '애니'라는 여성이 침입한 괴한에게 살해당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긴장감 넘치는 신스 베이스(synth bass) 사운드는 세련되면서 절도 있는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나지막하면서도 박력 있는 잭슨의 보컬이 현장을 설명해주죠. 다시 현장을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애니, 괜찮아요? 괜찮다고 말 해봐요. 창문엔 흔적이 남아있어요. 당신이 당한 흔적. 당신은 비명을 질렀겠죠. (…) 당신은 당했군요. 능숙한 범죄자에게. (…) 그들이 바깥 통로로 들어왔을 때. 그날은 일요일이었지. 아주 기분 나쁘게 재수 없는.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가망이 없었어. (…) 애니, 괜찮아요? 우리에게 괜찮다고 말 해봐요.

애니는 이미 사망했습니다. 가사 그대로만 봤을 때 말이죠. 하지만 시선을 조금 바꿔서 살해 대상이 애니의 목숨이 아닌 순결이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지난 밤 애니는 괴한에게 순결을 빼앗겼습니다. 그리고 극복할 수 없는 충격에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실의에 빠진 것이죠. 


그런데 이런 애니에게 안부를 묻는 곡 중 화자가 의심스러운데요. 모든 것을 빼앗긴 애니에게 괜찮다는 대답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사실 이 곡에서 'Annie, are you okay?'라는 문구는 노래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반복되는데요. 계속 듣다 보면 이 문구는 어느새 '애니 괜찮아요?'가 아니라 '괜찮아? 괜찮지 않을 텐데? 그래도 넌 괜찮아야 돼'라는 조소 어린 음해로 들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곡의 후반부에 잭슨의 목소리는 안부를 묻는 이에서 대답하는 이로 바뀝니다. 나지막했던 보컬은 절규로 바뀌어 있죠. 이렇게 말이죠.

(Annie, are you okay) I Don't Know! (괜찮다고 말해주지 않을까?) 난 모르겠어! (핏자국을 카페트에 남겼지) 난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 (넌 침실로 들어갔고) 난 몰라! (그리고 넌 쓰러졌지. 그게 너의 마지막이었어. 애니, 괜찮아?)

그러고 보니 화자는 처음부터 이상했습니다. 창문에 난 흔적 하나 만으로 모든 상황을 설명하고 있으니까요. 이 노래의 제목인 능숙한 범죄자(smooth criminal)와 어울리게 말입니다. 

최근 대한민국에도 능숙한 범죄자들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습니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안태근 전 법무부 국장의 성폭행 혐의를 폭로하면서 번진 권력형 성범죄 고발, 미투(#MeToo) 운동에 따른 것인데요. 

검찰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정치계가 동참했고, 성폭력 피해에 보복 혹은 수치심에 입을 굳게 닫은 사람들도 용감하게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 봇물은 문화예술계를 침수시키고 있죠. 

▲서지현 검사와 최영미 시인의 폭로로 대한민국에 권력형 성폭력 폭로 #MeToo #Balance Ton Porc(당신의 가해자를 폭로하라) 운동이 번지고 있다. ⓒ 구글 이미지 캡처


얼마 전 뒤늦게 조명된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은 노벨상 단골 후보이자 한국 문학계 거목인 고은의 성추행 실상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최근 최 시인은 "반성은커녕 여전히 괴물을 비호하는 문학인들을 보고 이 글을 쓴다"며 고은 시인의 성추행 행태를 자필문으로 상세히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을 시작으로 조민기, 조재현, 오달수 등 연극계 권력자의 성추문 사건이 터지면서 '피해 사실을 고발하면 무대에서 배제된다'는 연극계의 카르텔까지 공개됐습니다. 이 사건으로 현재 대한민국에 범람하고 있는 성범죄의 중심에는 잘못된 위계문화와 지나친 권위적 문화가 자리 잡고 있음도 시사됐죠. 

사실 아직까지도 가라앉아 있는 성폭력 피해들이 많을 텐데요.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고백하는 피해자들을 프로불편러, 사회부적응자 등 집단사회에 돌연변이 취급을 당연하다는 듯 자행하는 사회 분위기가 여전히 팽배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는 성폭력 문제가 비단 지금까지 드러난 거대하고 심각한 수준의 피해만 있는 것이 아님을 대변하기도 하는데요. 

지금도 곳곳에서는 장난, 친밀을 표현하는 스킨십, 우스갯소리라고 치부하며 이뤄지는 음담패설 등 성희롱, 성폭력 행위들은 셀 수 없이 일어나고 묻히기를 반복하고 있을 것입니다. 능청스럽게 건네는 '괜찮지?'라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정말 괜찮을까요? 여러분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고 있는 작은 장난 혹은 농담은 누군가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죽이는 살인행위일 수 있는데도 말이죠. #WithYou



이윤형 기자 lyh@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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