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地選 D-100 국내용? 대북특사 속내는 '한반도 외과수술' 첨병

직접 나서 수수께끼 북한 외교 구상 데이터 얻어내면 글로벌 위상 격상 가능성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3.05 08:45:08

[프라임경제] 대북 특별사절단 파견을 통한 '한반도 운전자론' 추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가 주요 인사를 대거 출동시키기로 하면서 위험 부담을 지나치게 안고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역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사절 수석으로 하는 한편, 단원에도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천해성 통일부차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을 넣었다. 통일 업무 주무부처를 넣는 구색 갖추기 외에도 정보라인, 외교안보 정책 등 관련 영역 브레인을 사실상 압축시켜 짠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윤 실장을 구성원에 포함시킴으로써 대북 친서 전망을 낳은 것은 차치하고라도, 정보기관 수장과 청와대 안보실이 함께 발진하는 구조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서 원장은 대북통으로, 정 실장은 미국통으로 분류된다.

성과없이 돌아오면 김정은 외교무대 데뷔전만 도와주는 격? 

문재인 대통령과 걷고 있는 서훈 국정원장(오른쪽). 대북통으로 분류된다. ⓒ 청와대

장관급인 인사들을 함께 넣으면서 부담이 커진다는 풀이가 나오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정 실장에게 미국의 입장을 김정은에게 전달해 미·북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맡기고, 서 원장은 남·북 협상에 중점을 두도록 역할 분담을 모색한 것으로 해석된다.

'머리가 둘인 독수리'처럼 이 같은 구성이 혼란을 오히려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일단 기우라고 보더라도 다른 문제가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과의 협상에서 얻는 바가 없을 경우 역풍이 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통해 강한 도발을 하며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고자 노력해 왔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쪽에 특사를 파견하며 대화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으나, 미국과의 대화 조건을 놓고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우리가 비핵화에서 모종의 성과를 끌어내기도 쉽지 않고, 이 와중에서 비중있는 인물들을 대거 특사들로 보내 초라한 성적을 받아올 경우 북한을 띄워주는 부작용만 생기는 게 아니냐는 것이 우려의 핵심 골자다.  

이 걱정은 일종의 불만과도 연결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대체로 백안시하는 쪽에서는 5일 북측으로 넘어가는 대북 특별사절단의 초호화 구성 자체를 불만스럽게 볼 수 있다. 당장 모종의 답을 끌어내기 어려운 구도에서 지나치게 부담을 지면서 가는 의도나 또다른 배경을 추측할 수 있는 것.

마침 5일이 지방선거 100일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운전자론 명목으로 '국내용 이슈'를 만드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대두될 수 있다. 미국과 북한 중 어느 한쪽이라도 자신의 현재 입장을 바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는 인식 하에서 제기되는 비판인 셈이다. 즉 상황이 충분히 무르익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수를 굳이 둔다는 논란이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왼쪽)과 대화 중인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이번에 특사 수석(단장)을 맡는다. ⓒ 뉴스1

다만 이 같은 비판은 현재 한반도 정세가 대단히 정체돼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지나치게 작게 평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특별사절단 파견을 통해 얻은 정보를 일본과 중국, 미국 등과 공유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시진핑 면담설 등 이번 파견 문제와 그 성과와 관련한 추정 보도도 내놓고 있다.

북한 외교 구상 직접 확인, 메스 잡아 돋보일 기회 건곤일척 

청와대 관계자는 5일 아침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 실장과 서 원장이 이번 방북 후 문 대통령에게 귀국 보고를 한 뒤 곧장 미국을 찾을 예정이라는 점에 대해 윤곽 확인을 해줬다. 

청와대 관계자는 "가까운 시일 내 가려 미국과 협의 중이다. 가능하면 이번 주 내에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접촉 문제에 대해서도 개괄적인 구상이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답없이' 돌아올 가능성 그 자체 혹은 파장보다 이번에 얻어올 성과 자체가 대단히 매력적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주변국과 거래를 추진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변국들로부터 모종의 주문을 받은 게 아니냐는 예측도 해볼 수 있다.

이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그간 핵 도발에 대한 강경 제재 일변도로 대응하는 게 과연 옳은지 중간점검이 필요한 때라는 점과 맞물린다.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과 정상외교를 추진한 사례나 성과가 별반 없다는 점이 국제 사회의 현 상황이다. 북한 체제의 바뀐 생각을 이해하는 데 고급 정보가 없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특사로 방북했던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도 김정은 접견을 하지 못했다. 

각종 영상자료를 놓고 판독 해석을 거듭하며 각자 강경론과 유화책을 논의하는 '내과 시술'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지도자는 때마침 한반도 운전자론을 제언하고 있다.

레토릭이나 과대망상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우선 정 실장을 수석(단장)으로 지명해 미국의 마음을 사려 노력하며 외교적으로 돋보이는 데 충분히 성공했을 여지가 크다. 대북 특별사절단 문제가 미국과 북한 대화 채널 확보에 적극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신뢰 구축에 공을 들였다. 

중국과의 구상 공유에 있어서도 이미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에게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래서 미국과 북한이 빨리 마주 앉는 게 중요하다"는 전체 판세에 대한 식견을 설파했다.

우리가 직접 움직여 북한의 속을 열어보는 '외과' 역할을 맡겠다고 제언하고 그것을 잘 할 수 있고 주변국 모두에게 균형잡힌 가장 좋은 스탠스로 제공하겠다는 점을 설득하는 데에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지방선거 대응 레토릭으로만 해석하기 보다는, 모처럼 찾아온 계기를 십분활용하려는 줄타기에서 일단 한국의 몫을 잘 잡은 순간 포착을 우리가 목격 중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해관계의 장에서 이번 구상이 당장 비핵화 선언을 끌어내지 못하더라도 소기의 성과를 끌어내면, 한국의 외교적 위상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진일보하게 된다. 냉전시대 미국 보호 하에서 내과적 외교안보에 만족하던 상황에서 직접 외과 시술 능력을 자랑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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