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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흥한 트럼프-김정은…문재인 특사들이 노리는 틈새에 눈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3.05 08:58:20

[프라임경제] 대북 특별사절단의 숙제가 쉽지는 않다. 5일 넘어가서 1박2일간 김정은 접견을 포함, 각종 대북 채널을 통해 대화와 접점 모색을 처리해야 한다. 비핵화라는 명제를 제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측 고위급 인사들의 입과 제스처를 읽어 북한 상황을 판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제재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 게 합리적이고 타당하겠는 지에 대해 뜻을 교류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우선 5일 아침 현재 청와대 관계자 발언을 검토하면, 대북 특별사절단의 일정이 현지에서 즉석으로 늘어날 가능성 등도 청와대 측에서는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만나야 할 최고 목표인 김정은 자체가 아직 글로벌 정상외교에 제대로 나선 이력이 없다. 성공적 데뷔전을 위해 우리 측 고위 인사들이 대거 방북해 제물이 돼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그렇다고 대화 자체를 시도하지 않기에는 한반도 상황 자체가 이미 '뉴노멀'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가만히 기다린다고 핵무장과 대미 타격 가능성 등을 모두 북한이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자체가 없던 일로 되지는 않는다.

이런 터에 말만 풍성한 북한과 미국 사이 입씨름을 풀기 위해서라도 양측 사이에서 역할을 할 조정자의 필요성이 높고, 우리는 지정학적 상황에서 이 자리를 우리가 가져야 한다는 일명 한반도 운전자론에 목마를 수밖에 없다.

북한과 미국이 모두 대화에 나설 용의가 없는,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헛된 노력을 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양쪽 지도자들이 현재 고심하는 지점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반론이 가능하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문제다. 그는 3일(현지시각) 그리다이언 클럽 연례만찬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대화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구상이 이번 특사 파견으로 시험대에 오른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총리, 정의용 안보실장. ⓒ 뉴스1

그리다이언 클럽에서는 대통령 등 주요 정치인들이 연사로 나서서 각종 농담을 늘어놓는 전통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전 북한이 전화를 해서는 '우리가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물론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덧붙이는 것은 잊지 않았다.

이 발언을 놓고 전부 농담으로 볼 것인지, 농반 진반으로 해석해야 하는지 혹은 개별 사실 문제와 상관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봐야 할지 평이 엇갈린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참석자들의 해석이 들어간 것 같다"고 현재 외신과 우리 언론의 인용보도 상황을 정리하고 "봐야 할 것"이라는 평을 남겼다.

워낙 트위터 정치 등 말 자체를 즐기는 인물이라 '북한의 전화' 등 개별 상황에 대해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나, 대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그가 계속 기정적으로 머리에 넣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에 힘을 싣는 셈이다.

이는 취임 이후 계속돼 온 입지 문제와 무관치 않다. '러시아 스캔들'로 강한 공세에 시달린 바 있고, 현재는 '비서실장 대 보좌관 겸 퍼스트 도터' 내분으로 백악관 공기가 무거운 상황이다. 반대 세력의 비판은 물론 지지층의 우려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철강 관세 이슈 등 '경제 문제'로 돌파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으나, 유럽연합(EU)의 반발과 국내 여론 악화 등이 겹친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캐나다와 한국 등 우방국에 대한 철강 관세는 철회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제언을 내놓기도 하는 등 국내 언론도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회의적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북한도 사정이 녹록치 않다. 강한 정치를 표방해온 김정은은 고위층 숙청 등으로 국내 입지를 다지는 데에는 일단 성공했지만, '핵 보유=정권에 대한 글로벌 사회의 영구적 보장'이라는 등식이 좀처럼 성립하지 않는 제재 국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치품은 물론 기름 등 수입에 대단히 제약을 받고 있어 내부 결속에도 이전과 달리 크게 힘을 들여야 하는 상황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 매체는 3일 대화에 조건 즉 비핵화를 내거는 미국 태도에 강한 반발을 제기했다. 이 기사는 외교성 발언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미국이 이러저러한 전제조건을 내거는 것도 모자라 최대의 압박은 비핵화가 영구적으로 실현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건 가소롭기 그지없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에 응원단을 파견하거나 고위급 인사들을 내려보내도 이전 대비 큰 이슈몰이가 되지 않는 데 북한이 내심 당혹해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황병서 전 총정치국장이 숙청으로 권력으로부터 멀어진 것을 말의 정치 문제와 연관짓는 시각도 나온다.

단순히 개인 비리나 부정 연루, 혹은 기존 고위층에 대한 본보기식 숙청 대상으로 그를 활용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외교적 레토릭 문제로 그가 배제됐다는 추정이다. 전쟁 불사 등까지 거론하는 것이 어디까지나 글로벌 사회를 향한 레토릭이었는데, 군 등이 모두 열을 올리는 지나친 확장을 가져온 점이 총정치국 책임으로 이어졌고, 이런 궐기대회 주도 여파가 결국 일단 고위직 배제로 연결됐다는 풀이다.

결국 백악관이나 북한 주석궁 모두 각자의 권력 상황이 모두 완전히 굳건하지 못한 상황에서 말만을 늘어놓는 정치로 적대적 공생을 하고 있는 측면도 없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 정도만 상대적으로 여유만만하다고 할 수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 국면에서 한반도 운전자론으로 요약되는 대북구상을 제기한 셈이다. 속도를 붙이기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에 말의 정치 이면 정보를 서로에게 연결해주는 게 성공해야 한다.

비핵화 자체보다 그 논의를 위한 대화 테이블 자체를 정돈하는 숙제에 공을 들여야 하고, 우리 측도 이런 말의 정치를 위해 입을 둘(북한통 서훈-미국통 정의용) 준비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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