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방선거 100일 전, '가난한 베를린' 배울 필요

2018-03-05 10:20:52

[프라임경제] 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 각지에서 광역자치단체장, 기초단체장 등 행정 수장을 뽑는 한편 이들을 감시할 각급 지방의회 구성원들을 선발하게 되며 지방분권 개헌 논의도 겹쳐 그 중요성이 과거의 어느 지방선거 못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청와대에서 개헌 국민투표-지방선거 동시 추진을 위해 군불을 지피고 있지만, 청와대나 국회 등 중앙정치에 부수적인 이슈나 중앙정치에 대한 중간심판론 등에 매몰돼 이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번 선거를 염두에 두고 각지에서 뛰는 선량들이 염두에 뒀으면 하는 대목은 그래서 역설적으로 중앙정치나 거대담론, 큰 이슈나 공약 기대감 등 '큰 것'과 '화려한 것'과의 선긋기다.

공항 문제 등 중앙정치와의 연결작용으로 처리할 문제가 적지 않은 지자체들도 많을 상황에서 다소 엉뚱하게 들릴 수는 있다.

다만 유력 도백 자리를 대선으로 가는 발판쯤으로 생각하거나, 전·현직 국회의원이 괜찮은 다음 자리로 지방 주요 자리를 생각하는 패턴이 반복되는 것이 과연 우리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됐는가를 돌이켜 보면 이런 우려가 전혀 허황된 생각은 아닐 것이다.

2001년부터 2014년까지 긴 세월 베를린을 이끌었던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전 시장의 지방정치를 되돌아본다. 그가 집권할 당시 베를린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형편이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독일 민족의 심장'이라는 식으로 이런 현실을 외면하거나, 허장성세로 상황을 분식해 꾸미려 하지 않았다. 대신 "베를린은 가난하지만 섹시하다(Berlin ist arm, aber sexy)"라는 도발적인 '발상의 전환'을 내걸었다.

그가 시장에 재임하던 시기에 이뤄진 대표적인 성과 중에 문화공간 '템펠'이 있다. 특히 템펠은 '아래로부터의 도시 개발(Die Stadtentwicklung von unten)'이라는 모토 그 자체로 평가할 수 있는 성과다. 버려진 산업 지대를 이용해 '도시 안의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한 시민들이 움직이고,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돕는 역할을 충실히 했다.

단순히 정부가 문제 공간을 정리하고 새로운 공공 공간으로 만들기를 기다리는 과거 도시 개발과 다른 상황이 진척될 수 있는 시민정치의 에너지가 잘 구현된 셈이다. 너무 소극적이며 경직되지도 않은, 대신 너무 앞서 나가거나 과잉적이지도 않은 지방정치의 황금비율이 이런 작업의 촉매가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각 지역마다 고민이 없지 않을 줄로 안다. 지방자치를 부활한지 이미 오래지만 매번 벽에 부딪히고는 하는 사정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럼에도 매번 편한대로 각지 사정에 따라 지역정서에 기대는 편한 정치를 하는 선량들도 분명히 적지 않았다.

매번 가난하다고 우는 소리만 하라는 게 아니라, 부정적인 문제를 편하게 눈감아 버리고 '님비'나 '우리가 남이가' 등에만 기대지 말자는 이야기다. 유권자들이 이런 문제를 잘 가려낼 필요가 높고, 무엇보다 선량들 스스로 베를린의 사례를 잘 벤치마킹 해 볼 필요가 있다.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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