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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악재 딛고 '북핵 그 다음 얘기' 해야할 문재인의 마이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3.07 08:58:34

[프라임경제] 설렌다는 느낌은 참 좋은거지…놀랄 일들은 다 여기 있어…넌 나를 바라보게 될 걸 비로소 알아가게 될 걸 이건 너와 나만의 스토리야 tonight 이미 알던 그 얘기의 그 다음 얘기(더 유닛 주제곡, '마이 턴' 가사 일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지구촌을 지속적으로 강타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현재 시진핑 장기집권 체제를 굳히려는 중국보다 확실히 나은 상대라고 평가할 수 있다면, 그것은 자체 검증망과 제동장치가 아직 살아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게리 콘 백악관 국제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트럼프식 경제 정책에 대한 반발로 사임을 고려 중이라는 뉴욕타임스(6일 현지시각) 보도 등이 그 예다.

그런 미국과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우리 정부가 '한반도 운전자론' 구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6일 밤 발표된 대북 특별사절단 바문 결과 발표문은 남·북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한 점 아울러 '정권 안전보장'이라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비핵화를 하겠다는 북측 의사를 공식화함으로써 미국과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활짝 열어젖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7일 아침 기자들의 질문에 전한 바에 따르면, 우리 측은 미국과의 공조를 기본틀로 재량과 창의성을 갖고 북측과의 협상에 임했던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정상회담 장소 문제와 전체적인 회담 기조가 미국과의 정상통화 등에서 모두 디테일하게 조율(혹은 허락)된 뒤 전달됐다기 보다는, 자유롭고 대담하게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길을 우리가 선의로 북측과 협상해 보여준 것이라는 얘기다.

문재인식 자유투, 일단 미국은 고맙다 입장이지만?

이를 테면 자유투를 던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남과 북이 이번에 평양 회동에서 내놓은 협상 결과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북측에 대해 '아주 좋았다'는 평을 한 게 좋은 징조다. 다만 그는 "가능성 있는 진전이 이뤄졌다"는 평가 뒤에 "헛된 희망일 수도 있지만 미국은 어느 방향으로든 열심히 갈 준비가 돼 있다"고 언제든 미국은 북한과의 최종적이고 부정적인 대결 구도로 갈 수 있음을 여전히 열어뒀다.

우리 측 관계자 역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접견 가능성에 대해 100%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정 실장은 이번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미국 측과 북한의 대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후속 협력 작업을 위해 방미하지만, 위와 같은 완전히 조율 및 정제되지 않은 독자적인 정책 구사 여파로 완전히 전폭적인 미국의 협력과 환대를 얻는 것까지 장담하긴 어려워 보인다.

미국이 일단 우리의 노력과 결과물에 대해 또 북측의 대화 가능성 입장 표명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 자체는 사실이나, 이 같은 한반도 운전자론과 북한의 대외 정책 구사(핵을 내려놓을 테니 체제안전을 약속하라는 것) 어느 한쪽 혹은 둘 모두에 싫증을 낼 가능성은 계속 남는 셈이다.

특히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잘 풀어나가면서 자신감을 얻어 이후 한국의 입지를 좁히는 쪽으로 '통미봉남' 기술을 사용하려 들 경우, 우리 입장은 앞으로 외화내빈으로 흐를 수 있다. 비핵화로 가는 길이라는 '드라마'를 쓴 아이디어는 좋더라도, 계속 우리가 한반도 더 나아가 동북아시아 외교정책 전개에서 전적으로 필요한 파트너라는 인식을 미국 뇌리에 완전히 각인시키지 못하면 시청률 흥행의 수혜 대상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도그마' 자체로 변질되지 않고 미국 등 주변국에 호응과 신뢰, 우방으로서의 연대감을 빚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론'이라는 믿음과 실질적인 실력 확인을 향후에 줄기차게 해나갈 숙제가 새로 생겼다는 점이 이번 대북 특별사절단 성과의 이면이라는 풀이다.

TPP 재가입 추진 등 천방지축 국면에도 계속 덕보는 일본 배워야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라는 시간적 여유와 높은 지지율을 배경으로 적극적인 북한 문제 해결 의지를 불태울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6일 밤 "미·북 대화 여건이 조성됐다. 미국에 따로 전할 북한 메시지가 있다"는 취지로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 이 같은 정부 내 기류의 방증이다. 

다만 이처럼 우리가 비핵화의 기수로 동북아 정세 균형추 역할을 어느 정도 굳힌다 해도 다른 문제가 남는다.

현재까지의 혼란스러운 미국 대외 정책 패턴은 '안보는 안보대로, 경제는 별개로'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정책이 불공평하거나 비합리적이라고 평가해도 문제는 상대국가나 경제권의 역량에 따라 입을 수 있는 피해 여부가 상당히 달라진다는 데 있다.

콘 위원장 사임 고려 문제를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내에서도 이 같은 무역전쟁 기조에 대해 견제하고 우려하는 내부 제어가 완전히 붕괴되지는 않았다.

미국 재무부 역시 의회 하원을 상대로 공정한 무역 추진이 완전히 파국적인 무역전쟁으로 흐를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을 6일(현지시각) 진행했다.

하지만 중국과의 공정무역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다른 나라 특히 G2 중 하나인 상대까지 견제 대상으로 놓음을 분명히 하는 것은 한국이 근래 입고 있는 세탁기 세이프가드나 철강 관세 우려 등이 얼마든 다른 방향에서 다양한 가능성으로 상대를 가리지 않고 전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측이 이번 비핵화 기여의 공로 인정이나 결실 수혜 대상으로 대접받을 수 있는가와 별도로 미국과 지루한 통상 대결을 펼쳐야 한다는 점은 문재인 정부로서는 대단히 부담스러운 숙제다.

환태평양무역협정(TPP) 재가입을 미국이 추진하는 국면에서 일본이 수혜 대상으로 부각될 가능성에서 시사점을 찾아야 할 필요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자체의 경제적 펀더멘탈이나 기술력 뿐만 아니라 미국이 아시아권 전략 구사에서 얻고 싶어하는 게 어떤 역할인지를 미리 고려해 큰 그림에서 장기적으로 투자한 게 나중에 보상되는 큰 그림을 보고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철강 관세 논란만 해도, 미국은 캐나다의 경우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만 잘 되면 빼주겠다는 뜻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일본 역시 오랜 시간 파트너로 보조를 맞춰온 덕을 톡톡히 볼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4일 일본산 고강도 경관 강재의 미국측 보복 관세 제외 가능성을 보도한 게 좋은 예다.

국내적으로도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를 깎아먹는 요소는 적지 않다. 우선 국내 경제 상황이 침체 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본원적 체질 변화를 요구하는 문재인식 경제 정책을 펼 여지를 좁히고 있다. 손경식 CJ 회장이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취임사에서 "우리 경제가 거시지표 면으로는 양호하지만 최저임금·내수부진·저출산·고령화·산업 구조조정 지연 등의 문제로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점차 약화하고 있다"고 우려한 것이나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가전 등 주요 분야의 수출규모 역시 점차 감소해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은 분명 큰 문제이자 극복 대상이다.

미투 운동이나 가상화폐 정책 혼선에 대한 반발 등도 해결이 필요한 과제다. 지방선거 악재 작용 가능성은 둘째치고 사회내부적 갈등이 관리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책 추진력이나 정부에 대한 신뢰도 일반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폭주만 하던 북한이 대화 기조를 내비친 점, 각종 전향적인 요소들을 쏟아낸 점은 분명 설레는 성과다. '이미 알던 이야기 이면의 그 다음 이야기'를 끌어내면 유례가 없는 성공한 정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그 문을 연 문재인 정부가 각종 난관을 모두 넘어서 최종적인 주인공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의 마이 턴이 이제 막 선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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