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컷] '별'그리며 해방 꿈꾼 시인 앞 '별꼴' 보인 태극기집회

2018-03-07 16:08:53

[프라임경제] 지난주 삼일절에 친구들과 광화문을 들릴 일이 있었는데요. 조용할 줄 알았던 광화문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이날 서울 도심에는 친박(친박근혜)이라 일컫는 보수단체가 태극기 집회를 온종일 벌였는데요. 추운 날씨였는데도 고령의 시민부터 어린 나이의 학생들까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과격한 시위를 벌인 것이죠.

▲ⓒ 프라임경제


제 친구는 이 인파에 휘둘려 어떤 사람에게 맞기도 했는데요. 지친 저와 제 친구들은 세종문화회관 벤치에 앉아 숨을 돌리며 태극기을 든 이들을 바라봤습니다.

세종문화회관에는 정지용 시인의 동상이 앉아있는 벤치가 있는데요. 이 동상을 멀리서나마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이 옆에서 본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습니다. 항상 그가 들고 있는 시집에는 어떤 시가 쓰여졌는지 궁금했는데요. 다름이 아닌 '별'이었네요.

누워서 보는 별 하나는/ 진정 멀-고나/ 아스럼 다치랴는 눈초리와/ 금(金)실로 잇은 듯 가깝기도 하고,/ …(중략)/ 문득, 영혼 안에 외로운 불이/바람처럼 이는 회한(悔恨)에 피어오른다/ 흰 자리옷 채로 일어나/ 가슴 우는 손을 여미다

이 시는 방 안에서 창밖 빛나는 별을 보며 느낀 회한을 노래한 시로 감각적인 시어와 이미지를 사용해 기도하는 경건한 마음을 절제 있게 표현했는데요. 서정시지만 당시 시대 현실을 떠올리면 답답한 시대 현실을 별을 바라는 마음으로 썼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별하면 또 떠오르는 시가 하나 있네요. '별 하나의 추억과, 별 하나의 사랑과…'라는 구절로 유명한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인데요.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조국을 상징한 별이라는 공간에 차디찬 겨울이 지나 따사로운 봄, 즉 해방이 반드시 온다는 믿음을 보여준 구절입니다. 

아름다운 시 감상에 벗어나 다시 한번 지난 삼일절 상황으로 돌아가 볼까요. 이날 광화문 광장 태극기 집회에서는 촛불 조형물을 파손하는 등 큰 소동이 벌어졌는데요. 경찰이 소화기로 진화했지만 조형물에 달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리본과 조형물은 파손됐습니다.

조상들의 가슴 아픈 희생으로 따스한 봄이 찾아온 대한민국에서 이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날 현장에 있던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것 같네요. 이들이 외치는 '애국'이 해방을 위해 헌신한 조상들이 바라는 애국은 절대 아닐 겁니다.



김수경 기자 ksk@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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