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컷] 안전 도어 있지만 쿨쿨, 시진핑식 개헌

2018-03-12 14:34:53

[프라임경제] 어느 전철역의 구내 풍경입니다. 이쪽이든 건너편이든 스크린도어가 활짝 열려있는 모습인데요. 

▲ⓒ 프라임경제


과거에 비해 스크린도어는 진일보한 안전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물론 스크린도어가 만능은 아닙니다. 스크린도어 문과 전동차의 차량 도어 사이 좁은 틈에 사람이 끼는 경우 인명사고가 날 수도 있고요. 

다만, 줄을 서고 타고 내리는 길목을 제외하고 사람이 떠밀려 선로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를 막기 위해 철제 빔을 세운 방식보다는 더 좋다는 평이 많습니다. 많은 비용을 들일 만하다는 평이죠. 

기억을 더듬어 보면 철제 빔 형식으로 안전판이 설치된 것도 그렇게 오래 전 이야기는 아니니, 사회의 안전 인식 변화로 끊임없이 제도가 개선되고, 이런 노력들로 빠르게 삶의 질측면에서 변화를 가져오는 게 새삼스럽습니다. 

전철역마다 사정이 좀 다르지만, 철제 안전판 제거 후 완전히 스크린도어로 교체, 안전사고 및 고의 투신을 막겠다는 전환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교체 작업의 대부분이 끝났지만, 아직 스크린도어의 가동이 이뤄지지 않아 문이 열린 상태로 승객 탑승을 시키는 어느 역의 모습입니다. 

사진 속 풍경이야 곧 완전 해결이 담보된 경우라 좀 얘기가 다르지만, 세상에는 좋은 제도로 발전하려는 듯 겉은 화려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하나마나 한 상태로 공사를 용두사미해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 일이야 어느 나라, 어느 영역에서도 있지만 특별히 바다 건너 중국의 헌법 개정이 새삼 떠오르는데요.   

11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3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임 제한을 없애는 헌법 개정안이 통과돼 세계인의 시선을 모으고 있죠.

이번 개헌 작업에서 총 21곳이 바뀌었다지만, '한 줄 요약'은 종신 집권 뒷받침, 시 황제 헌법 혹은 독재 헌법 정도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겁니다.

중국 헌법은 문화대혁명의 쓰린 경험을 살려, 1인 숭배나 독재 여지를 없애고자 수정 노력을 해 왔습니다. 1982년 헌법에 이르러 국가주석 임기제를 도입하고, 공산당의 영도가 헌법을 초월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게 바로 '마오쩌둥식 권력 집중'을 차단하려는 취지였다죠. 

하지만 이번 개헌은 그 근간을 완전히 뒤틀어 버렸습니다. 우선 헌법 서언에서 공산당의 지도 사상 대목이 개정됐습니다. 기존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과 3개 대표 사상에 과학발전관과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추가했습니다. 

물론 시진핑 띄우기를 위해 각각 장쩌민 전 주석과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 갈고 다듬어 사용된 사상들을 '들러리' 세운 데 불과하다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헌법 1조도 아예 바뀌었지요. '사회주의 제도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근본 제도다'라는 조항에 '중국 공산당의 영도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 특징'이라는 구절을 더했습니다. 

1당 독재가 공산주의 국가의 본질이라지만, 아예 당이 나라 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앞선다는, 서양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이서 보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적나라하게 서두에 내건 것이죠. '나라의 헌법이 사실상 당의 당법으로 전락했다'는 법학적 평가는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가장 큰 변화로, 주석의 연임은 2회를 넘지 않는다는 내용은 '과감한 삭제' 수순을 밟았습니다.

헌법 3조에서도 시진핑 체제 뒷받침을 위한 노력이 돋보입니다. 사정 정국 조성을 언제든 할 수 있는 기관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헌법상 국가기관인 국무원과 법원, 검찰에 감찰기관인 국가감찰위가 추가됐습니다. 국가감찰위는 비당원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초강력 사정 기관입니다.

이런 중국 개헌을 보면, 아무리 좋은 제도들을 선의로 뭉쳐 놔도 결국 전체 흐름이 잘못된 상황이면 대단히 이상한 결과물이 나온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아예 그런 의도가 개헌 과정 전반을 관통한다면 두 말할 나위없을 것이고요. 

마치 스크린도어를 설치한다며 과거 철제 빔을 제거한 형국이지만, 막상 그 좋은 스크린도어는 언제 가동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끝없는 겨울잠을 자는 꼴이지요. 헌법학에서는 그런 겉으로는 이모저모 좋아보이고 갖출 걸 다 갖췄지만,나쁜 목적에 봉사할 마음으로 실상 허수아비 제도로만 꽉 채워둔 헌법을 장식주의 헌법이라고도 합니다. 

우리도 개헌 논의가 뜨거운 때, 어느 미완성 전철역 풍경에서 다른 나라의 명백히 잘못된 상황을 떠올려 봅니다. 우리는 저들과 정말 수준이 다르다는 우월감, 다만 저런 국가와 북핵 문제 등을 위해 길고 긴 대화를 해야 하니 끈질기고 힘든 작업이 될 것이라는 상념에 빠져 봅니다.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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