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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라멘기행] 라멘의 분류 '이에케와 고토치'  

"라멘은 국민식…라멘 알면 일본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 bsjang56@hanmail.net | 2018.03.13 11:06:55

[프라임경제] 1910년 근대 라멘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쇼유라멘이 나오고 1950년대 중반까지 시오・미소・톤코츠 맛이 개발되며 라멘의 큰 줄기가 형성된다. 모든 라멘은 이 네 가지 맛을 바탕으로 발전하고 또 진화한다.

왼쪽부터 大勝軒의 츠케멘, 이에케 라멘. ⓒ 각각 大勝軒·吉村家 홈페이지

라멘은 스프를 구성하는 타레와 다시에 의해 종류가 결정된다. 특히 스프 맛의 바탕이 되는 다시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

다시는 돼지・닭・소의 뼈를 통해 맛을 내는 동물계열, 건어물・해조류를 이용하는 어패류계열로 나눈다. 같은 이름의 라멘도 다시에 따라 스프의 농도가 달라진다. 예를 들면 어패류 다시를 사용하는 쇼유라멘은 맑으면서 투명하고 톤코츠 다시의 쇼유라멘은 진하다.

스프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톤코츠(豚骨)'의 존재다. 돼지 뼈를 뜻하는 톤코츠는 기본적으로 톤코츠 스프의 원료가 되지만, 톤코츠 쇼유나 톤코츠 시오 같은 새로운 다시를 만드는 데도 사용된다.

1970년대에는 '~케(系)'로 불리는 라멘이 새로운 장르를 등장하며 제2의 라멘 붐을 이끈다. 이 라멘군은 진한 맛과 감칠맛을 선호하는 20~40대 남성을 대상으로 대도시와 그 주변에 독자영역을 구축했다.

'이에케(家系)' '지로케(二郎系)' '다이쇼켄케(大勝軒系)' '아오바케(青葉系)' '간코케(がんこ系)'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중소도시에 기반을 두면서 전국 지명도를 가진 '고토치(ご当地)라멘'도 별도 장르로 취급한다.

◆이에케(家系) 라멘

톤코츠 쇼유 스프와 김으로 상징되는 '이에케' 라멘은 1974년 카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시에서 처음 선을 보인다. 개발자 요시무라(吉村)는 전직 트럭운전사였다. 전국을 다니던 그는 큐슈의 톤코츠와 토쿄의 쇼유를 혼합한 새로운 라멘을 구상한다.

공장지대 도로변에 점포를 내고 진한 스프, 굵으면서 쫄깃한 면, 시금치와 김 토핑 등 남성 취향으로 레시피를 구성했다. 타레의 농도, 기름의 양, 면의 경도를 고객이 선택하도록 했다.

지역 특성을 고려해 당시 유행하던 캐릭터 뽀빠이의 힘을 상징하는 시금치를 넣은 것이 흥미롭다. 그의 영업 전략은 적중했고 곧 점포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이 점포는 현재 총본산 요시무라야(吉村家)를 중심으로 60여개의 직계・손계・증손계를 거느린 거대 군단이 됐다.

이곳의 점포들은 본부에 종속되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아니다. 직원으로 입사해 일정수준에 오르면 독립을 허락받는 '노렌와케(상호・기술・재료구입처 등 노하우를 제공하는 제도)' 방식이다. 독립한 점포는 ~점이 아닌 ~야(家)로 부른다. 이에(家)케라는 명칭은 이렇게 태어났다.

이 라멘은 중독성이 있어 한 번 먹으면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팬이 된다고 한다. 최근 이러한 특성에 편승해 속성으로 점포를 늘리는 대형 외식그룹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골수팬들은 '이치카쿠야(壱角家)'나 '콘신야(魂心家)' 같은 후발 브랜드를 자본계(資本系)라 폄하하며 거리를 둔다.

◆고토치(ご当地) 라멘

'고토치'는 상대방 지역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주로 특정지역에서 유행하는 문화를 설명할 때 사용한다. 라멘의 경우 전국 지명도가 있는 지역라멘을 가리킨다.

대표적인 것이 삿포로의 미소라멘이다. 1950년대 중반 '아지노산페(味の三平)'라는 대중음식점이 새롭게 개발한 된장 풍미가 호평을 받으며 1967년 체인사업에 진출하고, 1968년에는 인스턴트 제품으로 출시된다.

지명도가 오르자 본고장 맛을 찾는 관광객 발길이 이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국가에서 장려하는 '마치오코시(町おこし, 지역부흥)'운동과 맞물리며 전국 지자체의 화두가 된다.

삿포로의 성공을 계기로 각지에 숨어있던 향토 라멘이 모습을 드러낸다. 뒤늦게 개발을 시작하는 곳도 생겼다. 매스컴이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맛을 평가하는 전문가 그룹이 나타났다.

호기심 많은 젊은 소비자층은 라멘 안내책자를 들고 전국을 누볐다. 이러한 현상을 문화로 정착시키는 데 기여한 것이 자동차였다. 1970년대 각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한 자동차가 지역을 넘나드는 새로운 소비자층을 만들며 고토치라멘 붐을 주도 했다.

2017년 12월 일본판 위키피디아는 42개 지역 96종의 고토치라멘을 수록하고 있다. 삿포로(札幌) 외에도 아사히카와(旭川), 키타카타(喜多方), 쿄토(京都), 와카야마(和歌山), 토쿠시마(徳島), 하카타(博多) 등 전국 곳곳에 지명도 높은 고토치라멘이 포진하고 있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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