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피겐·베루스' 휴대폰 케이스서 '악성 피부질환' 유발 물질 초과 검출

2018-03-14 14:14:43

- 화학물질 첨가되는 '염료' 여러 제품군에 중복 사용…전수검사 필요성 제기

[프라임경제] 국내 스마트폰 액세서리 업체인 슈피겐코리아와 베루스의 일부 휴대폰 케이스에서 인체 유해물질인 '염소(Cl)'가 유럽연합(EU) 및 할로겐프리 기준치보다 초과 검출됐다.

염소는 장기간 노출될 경우 아토피성 피부염 등 난치성 피부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큰 할로겐계 유해물질이다.

이들은 케이스 사출에 사용되는 원료 구매 시 받은 '시험 성적표' 상에는 유해물질 수치가 정상이었다는 해명이지만, 사출 후 도색, 코팅 등에도 화학물질이 다량 사용된다는 점에서 '책임론'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에서는 도색에 사용되는 '염료'의 경우, 한 번 제작(발주)하면 여러 제품군에 중복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이들 업체의 다른 모델에 대해서도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유해물질 관련 법안이 국내에서 정식 채택될 때까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스마트폰 악세서리 업계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감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태다.

◆슈피겐·베루스 제품서 유해물질 '염소 130%' 초과 검출

14일 본지가 입수한 국제 인증기관 SGS 보고서에 따르면, 슈피겐코리아(192440)와 베루스 일부 휴대폰 케이스 내 염소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 케이스의 최대 염소 함유량은 900㎎/㎏(할로겐프리 기준)인데, 슈피겐코리아와 베루스 제품에서는 각각 1110㎎, 1250㎎이 검출됐다. 이는 최대한도를 뜻하는 기준치의 123.3%, 138.8%에 달하는 수치다.

분석 모델은 슈피겐코리아 '갤럭시S8 네오 하이브리드 크리스털 시리즈'와 베루스 '아이폰7 담다글라이드 시리즈'다.

▲사진 왼쪽이 슈피겐코리아 '갤럭시S8 네오 하이브리드 크리스탈 시리즈', 오른쪽이 베루스 '아이폰7 담다글라이드 시리즈'. 두 제품에 대한 국제 인증기관 SGS의 분석 결과, 슈피겐코리아(위)와 베루스(아래) 제품에서는 각각 123.3%, 138.8% 초과된 1110㎎, 1250㎎가 검출됐다. ⓒ 프라임경제

염소는 산화제·표백제·소독제로 쓰이는 인체 유해물질로, 주로 물감·의약·폭발물·표백분 따위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특유의 독성으로 제1차 세계대전 때는 독가스로 이용되기도 했다.

특히, 염소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아토피성 피부염 등 난치성 피부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피부와 장시간 접촉하는 휴대폰 케이스 내 염소 과함유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더욱이 피부가 약한 만 13세 이하의 어린이도 스마트폰을 직접 사용하거나 부모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만큼 더욱 각별한 관리가 요구된다.

이들이 제품에 유해물질을 과다하게 사용한 것은 원가를 절감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재료의 유해물질 함유량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슈피겐코리아와 베루스 측은 LG화학(051910)에서 원재료를 공급받는데, 당시 받은 '시험성적서'에서는 유해물질 수치상 문제될 게 없었다는 해명이다.

다만, △구입한 원료(유해물질 테스트) 사용해 사출 △색 구현 위한 염료 도색 △코팅 등으로 이뤄진 휴대폰 케이스 제작 프로세스 중 '도색'과 '코팅' 단계에서도 화학물질이 다량 사용된다는 점에서, '완제품' 유해물질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론'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슈피겐코리아가 받은 RoHS는 전기전자 제품 기준으로 염소 수치를 측정하지 않는다. 단, 휴대폰 케이스는 합성수지 제품이기 때문에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전언이 나온다. ⓒ 플리어 블로그 갈무리

이에 대해 슈피겐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에는 유해물질 기준법이 없기 때문에 유럽 내 전기전자제품 기준인 로하스(RoHS)에 맞춰 테스트 받았다"면서도 "여러 유해물질 중 염소에 대한 부분은 신경쓰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오늘부터라도 자체 기준을 만들어 예측 가능한 모든 유해물질에 대해 검토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부연했다.

◆'법의 사각지대' 휴대폰 케이스 업계…고객 건강보단 싼 재료?

국내시장에 각종 '유해물질'이 잔뜩 첨가된 휴대폰 케이스가 유통되는 이유는 우리만의 '기준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액세서리 업계는 유해물질 테스트 시 주로 유럽연합(EU)이나 북미의 기준을 가져다 쓰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는 유해물질을 제한할 근거가 없다. 더욱이 업체들은 각국 기준 중 유리한 조건의 것을 찾아 인증 후 '인체에 무해'하다며 제품을 '홍보'할 수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휴대폰 케이스 30종을 대상으로 성분실험을 실시한 결과, 6종에서 발암물질인 납과 카드뮴이 다량으로 검출됐다고 밝혔다. 카드뮴은 유럽연합 기준의 9219배, 납은 181배를 초과했다. ⓒ 뉴스1

결국, 법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휴대폰 액세서리 회사들은 원가절감을 위해 유해물질이 다수 함유된 값싼 원료에 손을 댄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는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총 6개 중국회사 제품에서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과 납이 다량 검출됐다고 밝히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한 정부는 지난해 9월 휴대폰 케이스와 같은 '합성수지 제품'에 대한 관리 기준 마련에 나섰다. 당장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한 후 법제화를 위해 노력 중이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는 의견이 많다.

국가기술표준원 한 관계자는 "올해 해당 연구과제가 학술연구용역 대상으로 선정돼 다음달 중 공고가 나갈 예정"이라며 "이 프로젝트는 연말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올해 안에 전반적인 '기준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기준안을 바탕으로 법제화까지는 제품안전심의위원회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법제화 시점은 빨라야 내후년이 될 것 같다"고 점쳤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약 4800만명에 달하며, 사용자의 대부분이 휴대폰 케이스를 사용하고 있다.




임재덕 기자 ljd@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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