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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대선-지선 동시시행 깔맞춤? 지방분권 배치 우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3.14 08:45:18

[프라임경제] 국회 제안 대신 대통령 발의 형식을 통한 개헌이 시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부진한 국회에서의 논의를 이유로 직접 발의에 군불을 지피기 시작했는데요.

물론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널리 확산돼 있습니다. 독재 종식이라는 시대정신을 구현한 1987년 헌법(제 9차 개정헌법)이 이제 효용을 다했고 시대 변화와 새 국민적 요구들을 반영해 수정할 필요가 제기되는 것이지요. 대신 이런 추진을 꼭 문 대통령이 독촉하는 형식, 6월 지방선거에 맞춰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존재합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3일 "문 대통령이 '관제 개헌안'을 준비하고 발의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큰 역사적 오점을 남기는 일이 될 것"이라고 일갈한 것은 확실히 지나친 감이 있습니다만, 같은 날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촛불 민심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고 새로운 국가 시스템을 갖추란 명령"이라고 제언하면서 "청와대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근간은 유지한 채 임기만 8년으로 늘리겠다는 시대착오적 제안을 내놨다"고 주장한 점은 경청할 대목이 없지 않습니다. 

왜 이런 반발이 거센 걸까요? 당리당략이라고 풀이하면 쉽습니다만, 일단 이런 '제왕적 제도 본질은 유지될 것'이라는 우려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사실 이건 문 대통령 스스로 키운 구석도 없지 않거든요. 문 대통령이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로부터 개헌 자문안을 보고받은 뒤 내놓은 발언을 볼까요? 

선거와 권력구조 수정이 개헌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대선과 총선, 지선간의 역할 연결에 대한 우려가 높다. 사진은 개헌론 중심에 서 있는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장미대선 당시 투표하는 모습. ⓒ 뉴스1

문 대통령은 "만약 지금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채택된다면 지금 대통령하고 지방 정부하고 임기가 거의 비슷해지기 때문에 차기 대선부터는 대통령과 지방 정부의 임기를 함께 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또한 "대통령과 지방 정부가 함께 출범하고 총선이 중간 평가 역할을 하는 선거 체제, 정치 체제가 마련될 수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습니다.

자, 그러면 시간표를 그려볼까요? 다음 대선과 다다음 지방선거는 각각 2022년 3월, 2022년 6월에 치러집니다. 문 대통령의 주장을 보자면, 굳이 한 해 두 차례 선거를 하는 대신, 대선-지선 동시 실시로 조정에 들어가자고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를 일부 조정해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를 2022년 3월께 동시에 치르자는 시나리오가 나옵니다. 

그 다음 변수입니다. 또 이번에 개헌해서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줄이면, 대통령 임기의 한 가운데인 2024년에 총선이 열리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의 구상이 또 하나 제시됩니다. 바로 중간평가라는 개념이죠.

그런데 여기서 본질적 의문이 듭니다. 이번 개헌의 주요 명분 하나가 국민의 기본권 강화이고, 그 중에는 '지방분권'이 뜨거운 화두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런 터에 지방별로 자기네 심부름꾼을 뽑는 일정을 대선이라는 큰 문제와 연계하는 게 과연 각 지역에 도움이 될지 의문입니다. 대선 소용돌이에 모든 게 말려들어 후르륵 치러지는 정신없는 상황이 되지 않냐는 기우인 것이죠.

이번에 개헌을 할 때 우연히 같은 해 두 선거가 붙긴 하지만, 이를 조정한다면 한꺼번에 치르도록 달만 옮기는 게 아니라, 아예 서로 다른 해에 치러지게끔 하는 수정 조치로 서로 성격이 다른 두 잔치가 독창성을 구가하도록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총선을 국회의원들을 뽑는 잔치로만 보는 대신, 대통령을 위한 중간평가 무대로 인식하는 것도 글쎄요, 논란 여지가 없지 않습니다. 그렇잖아도 우리나라는 선거로 뽑는 선출직의 자리가 의외로 적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이런 터에 대선에 나머지 두 선거를 연동하거나 쓸모를 연결하자는 발상은 만사형통(대'통'령에게 모든 게 연결된다)는 것이라 우려스럽습니다. 이런 '깔맞춤'은 단순히 촌스러운 게 아니라 '흠좀무(흠, 조금 무서운 생각이군요)' 정치공학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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