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동물복지 계란, 자유방목 아니다?

2018-03-14 18:41:54

- "소비자 알 권리… 명확히 구분 지어 표기해야"

[프라임경제] #. 막연하게 비좁은 케이지 안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죽을 때까지 알만 낳는 닭의 계란이 과연 좋을까 싶어 동물복지 계란을 먹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알고 보니 동물복지농장이라고 모두 자유방목하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케이지 사육보다는 나은 환경이었지만, 실제 자유방목하는 곳은 드물다고 들었습니다. - 김미연씨(43·여)

#. 이번에 아이한테 먹이려고 동물복지제품을 구입했는데 믿음이 가지 않네요. 동물복지가 다 똑같은 게 아니었어요. 소비자들이 자유방목임을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절차가 필요해 보입니다. - 이진영씨(38·여)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살충제 계란' 파동 등 소비자들의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확산, 동물복지(動物福祉)를 고려한 '안전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풀무원에서 최근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동물복지 목초란'을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풀무원의 동물복지 목초란은 국내 최초 전국단위로 선보이는 동물복지 인증란이다. 10구에 5000원이 넘는 비싼 가격에도 '동물복지 희망선언 EVENT'를 펼치는 등 안전하고 건강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특히나 자녀를 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이 자유방목이 아닌 축사 내 평사방식이었던 것으로 재인식되면서 소비자들이 때아닌 혼란을 겪고 있다. 

풀무원 유럽식 오픈형 계사 "동물복지 한국식 맞춤형"

동물복지 인증란은 타 계란보다 비싼 가격이 책정된 만큼, 사육형태가 모두 자유방목 형태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소비자들의 인식과 달리 축사 내 평사에서 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풀무원의 '행복한 닭을 위한 동물복지 희망선언 이벤트' 일부 내용. 자칫 자유방목형태로 오해할 수 있는 이미지를 사용했다. ⓒ 풀무원 홈페이지

14일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서 확인한 결과,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산란계 전체 농가 95곳 중 자유방목 형태로 사육하는 곳은 18곳에 그쳤다.

이는 농가의 선택사항으로, 자유방목은 사육자가 24시간 관리해야 할 뿐더러 판로개척과 사육자의 노동력 등 관리비용이 2배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그만큼 희소성이 높고 계란값도 고가로 책정된다.

특히 풀무원의 경우 국내 최초로 유럽방식의 오픈형 계사(Aviary)를 꾸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축사 내 평사 형태인 동물복지 농장이 케이지가 아닌 계사 내에 방목하는 형태라면, 유럽형은 그러한 계사를 다단식으로 구성해 아파트처럼 닭을 사육하는 방식이다. 

다단식으로 조성된 부분까지 축사면적에 포함되기 때문에 단일층으로 이뤄진 여타 동물복지 농장보다 효율성을 꾀할 수 있다. 다만, 여러 층을 만들어 더 많은 닭을 수용할 수 있는 대신 마리당 평사 비율은 그만큼 좁아질 수 있어 일종의 꼼수가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풀무원 측은 "Aviary는 한국식 동물복지 맞춤형"이라며 "다단식은 닭들이 좋아하는 높은 곳을 설치해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유롭게 이동 가능해 활동 공간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자유방목은 생산성이 너무 떨어진다"며 "정부에서도 우리나라는 땅이 좁고 인건비 등을 따지면 계란값이 너무 비싸지기 때문에 동물복지 기준을 준수하면서도 동일한 면적에서 2~3배 정도 사육할 수 있는 유럽식 개방형 개사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축사 내 평사여도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복지 산란계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일련의 사육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비좁은 케이지 속에서 사육하는 닭과 비교, 쾌적한 환경임은 부정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두 방식 모두 품질 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복지 인증란 기준 요건을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면 먼저 1m²당 9마리 이하를 사육할 수 있다. 높은 곳을 좋아하는 닭의 습성을 고려해 계사 내 횃대 설치도 필수다.

아울러 계사 전체 면적 중 3분의 1을 깔짚으로 덮어줘야 하며 계분(닭똥)에 오염되거나 젖으면 교체해 암모니아 수치가 25ppm이 넘지 않도록 관리해 줘야 한다. 이 밖에도 140여개가 넘는 세부 인증 기준을 충족해야만 산란계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포장지부터 '자유방목' 또는 '축사 내 평사' 표기해야 

동물보호단체들은 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잇따라 검출된 사태의 원인을 닭 한 마리당 A4 한 장 크기도 안 되는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 일련의 계사 철골구조)에 닭들을 가둬 놓고 키우는 '공장식 밀집 사육'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16만 수 정도 규모의 풀무원 농가 내부. 센서가 24시간 작동되는 등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 풀무원

자유방목으로 기른 닭의 경우 스스로 구덩이를 파고 흙 목욕을 하면서 진드기 등을 예방하지만, 옴짝달싹하기 어려운 케이지 사육의 경우 위생적 문제가 속출했고 이를 해결하고자 살충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에 동물복지의 중요성이 재조명받는 한편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찾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동물복지인증 제도가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인증표기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계란 포장지에 축사 내 평사와 자유방목을 구분할 수 있도록 명확히 표기해야 한다는 것.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오는 8월23일부터 계란 껍데기에 '사육환경 번호'를 표시할 방침이다. 하지만 구매단계에서 확인이 어려워 실효성 논란이 일 것으로 점쳐진다.

농림축산식품부 담당자는 "이 같은 사항에 대해 지금까지 시민단체의 요구가 꾸준히 있어 왔다. 모든 포장지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 계란껍데기에 숫자를 표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포장지 표시 여부도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추민선·하영인 기자 cms@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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