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文, 낙하산 사외이사·관치금융 끊을 의지 천명해야

2018-03-15 11:46:14

[프라임경제] 권력자나 막강한 재력을 가진 이도 작은 일을 계기로 허무하게 몰락하는 예가 있듯, 매사에 뿌리깊은 잘못이나 복잡하게 얽힌 문제라도 한 계기로 혹은 특별한 결단에 호쾌하게 정리되기도 한다.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우스 매듭을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풀지 않고 칼로 한 방에 끊듯 처리한 이야기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이유다.

금융위원회가 15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내놨다. 금융위는 먼저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 강화를 통해 금융회사를 실제로 지배하는 지배주주들이 금융회사 소유에 적합한 자질을 갖고 있는지 철저히 검증하는 구상을 내놨다. 

또한 금융권의 CEO 선출절차를 투명화하고, 이사회 내에서 사외이사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키로 했다. CEO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것을 막는 아이디어도 이번에 함께 발표됐다.

소주주주의 CEO 선임 과정 의견 반영 기회를 제고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 소수주주들의 힘과 사외이사 견제를 퀀텀점프시켜 대주주와 고위경영진에 의해 운영되는, 금융감독기관도 안 무서운 금융회사가 존재할 수 없도록 한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기우 하나를 제기한다. 금융회사들의 무견제 운영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각종 조치가 신관치금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사외외사 문제를 이와 연결짓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성만이 아닌 관 혹은 정계, 정권 등을 포함한 폭넓은 외부로부터의 독립성 문제다. 주지하다시피, 촛불의 힘으로 독재 정권으로 낙인찍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몰아냈고 그 덕에 한층 민주적인 새 대통령으로 청와대 주인이 바뀌었다.

그런데 김성원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의 13일 논평은 이번 정부도 박근혜 정권 등 이전 정부들과 금융회사로 낙하산을 보내고 싶은 욕망에서 큰 차이가 없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한다.

내용을 잠시 보자면 "NH농협금융·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 등 4대 금융지주에서 새로 선임되는 사외이사에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들, 청와대 인사와 인연이 있는 사람, 노무현 정부 인사 등이 후보로 올랐다"고 문재인 정부도 금융회사 사외이사 낙하산 논란 등에서 자유롭지 않은 게 아니냐는 쓴소리다.

이어서 "사실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자리쟁탈전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라면서 "결국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신선놀음에 취해있더니, 인사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 금융감독원 원장(최흥식 금감원장)이 금융권과 힘겨루기를 하다가 과거 인사비리 의혹(하나은행 채용비리)으로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고 비꼬았다. 그는 "금융권도 너무 놀라서 혹시 보복조치가 들어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과거에도 지금도 금융회사 사외이사 자리를 정치 활동 중에 신세를 진 이들에게 분배하고 싶은 욕심은 존재한다. 그런데, 과거의 낙하산보다 지금 낙하산이 더 나쁠 수도 있다.

지금 일부 금융회사 CEO의 전횡 가능성과 채용비리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외이사에 힘을 싣고 감독을 강화하자는 국면에서 권력에 선이 닿고 권력층의 영향력 안에 있는 이들이 사외이사로 포진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낳을 소지가 있다. 이리저리 퍼즐을 맞추면 신관치금융이 될 수 있다는 이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나씩 풀기엔 전체적 그림을 제때 그릴 가능성이 난망하다. 그래서 필요한 게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고르디우스 매듭 해결의 의지다. 지금 일부 사외이사에게 쏟아지는 의혹이 설사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하나하나의 해명 문제도 급하지만, 앞으로 금융회사만큼은 절대 오해를 살 인사가 가지 않도록 미리 길을 막겠다고 하면 된다.

검찰 개혁 의지, 불필요한 견제와 간섭에 선을 긋고 사유화하지 않겠다는 뜻을 문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분명히 신호를 준 덕에, 지난 번에는 현직 정무수석이 구속 대상으로 겨냥당하는 상황에서도 청와대 쪽에 보고연락이 가지 않았다는 '변화 사례'도 있다.  

금융위가 이번 대책에 나선 것은 금감원이 힘겨루기 끝에 나가떨어져서 특수목적법인 대신 아무래도 위상이 높은 기관이 칼을 뺀 감이 있다. 그러므로 금융위도 지금의 비상 상황 이후에는 신관치금융 우려에서 선을 긋고, 청와대 역시 그렇게 두 기구의 길을 잡아줄 필요가 있다. 

앞으로 세부 안건마다 개별 금융회사마다 자잘하게 견제하는 일은 금감원이 맡고 고급 정책 기능에 치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강경한 선언과 측근들에게 자리 기대를 버리게 할 엄포를 놓을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이라면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거는 이들이 많다.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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