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막혀버린 강남 입성, 철저한 계급사회 진입 신호탄

2018-03-15 12:19:24

[프라임경제] 나는 원래 평생 농사일을 하며 살았어야 했어요. 우리 아버지가 농부거든요. 고향에 있었으면 죽을 때까지 직업을 바꿀 수 없었겠지요.

지난 2013년 중국 유학생활 시절 거주하던 아파트의 21살 경비원 장 씨가 내게 한 말이었다. 중국은 '호구(戶口)제'라는 사회제도가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면 대한민국의 호적을 취득하듯이 중국에서 태어나면 호구를 가지게 된다.

다만 한국과 다른 것이 이 호구로 정부가 국민의 사회적 신분과 지위, 거주 등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내륙지방인 감수성에서 농촌호구를 가진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장씨는 본래 평생을 농촌에서 논밭을 가꾸며 살아야 했다. 국가의 허락 없이는 도시로 이주할 수도, 다른 직업을 가질 수도 없다. 하지만 그는 도시 생활을 꿈꿨고 19살이 되던 해 북경으로 몰래 야반도주했다.

장 씨는 경비원이 됐지만 동시에 불법체류자가 됐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평생을 범죄자로 살아야한다. 미래의 그의 아이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북경, 상해 등 도시의 호구를 가진 이들은 정 반대의 삶을 산다. 꽤 오래전부터 도시에 모든 인프라가 집중된 탓에 부모 때 혹은 그 이전부터 부유하다.

어린 시절부터 발레, 하프, 골프, 수 천 만원짜리 개인 교습을 받고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 부유하지 않은 미래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철저하게 계급으로 나뉜 사회, 국가가 개인의 계급을 정해주고 자본이 그 계급을 더 공고하게 만드는 과정. 충격적이고 무서웠다.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으로 태어나 감사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최근 서울 강남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다 보면 똑같은 기분이 든다.

교육, 교통, 경제의 중심지인 강남에 입성하는 것은 그야말로 현대판 '신분 상승'이 된지 오래다. 몇 십억이 되는 강남 3구에 위치한 아파트를 사면 나뿐아니라 내 자식 대에도 부를 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이 신분 상승의 통로는 완벽히 차단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2016년부터 분양가가 9억원이상인 주택에 대해서는 중도금 대출 보증을 제공하지 않는다. 건설사들도 지난해까지 일부 고분양가 강남 아파트에 한 해 자체 보증을 통한 중도금 대출을 도왔던 것 마저 올해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건설사가 번거롭게 계약자들의 중도금 대출을 돕지 않아도 강남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들은 잘 팔렸기 때문이다. 이제 최고의 인프라를 누릴 수 있고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이 아파트들은 완벽히 부자들만을 위한 혹은 그의 자식들만을 위한 것이 됐다.

중산층이 강남 새 아파트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은 완벽하게 막혀버린 셈이다.

이 돈을 버는 시대에 살며 점차 극심해져가는 부의 양극화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 부자의 삶은 꿈 꿔본 적도 없기에 부럽지도 않다는 장 씨처럼 그저 내 일이, 내 몫이 아니라고만 생각하며 살면 되는 걸까.






남동희 기자 ndh@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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