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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4월 청년일자리 추경 위해 3월 개헌 독촉 포기할까

야권 반발에 한달만 더 기다려 정치-경제적 중요 이슈들 모두 챙길 가능성 높아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3.15 17:59:18

[프라임경제]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공식화한 가운데, 이 추경과 개헌 추진 사이의 함수관계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청와대는 현재 6월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자문위원회의 개헌 자문안을 보고받으면서 국회를 강하게 비판하고 대통령 직접 발의 형식의 개헌 가능성에 군불을 지핀 바 있다.

이렇게 직접 발의 의지를 밝힌 건 강력한 압박 카드다. 다만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되지 않고 '카드'로만 사용될 가능성은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 당시에 이어 이번 13일 발언 등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바로 이 제한적 카드 사용, 즉 국회 발의 개헌이 추진될 경우 문 대통령은 대통령 발의안을 철회하는 등으로 물러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이런 조짐이 추경과도 적잖이 연동돼 있다는 풀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5일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개헌 추진 일정에 대한 미묘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변함이 없는 건 (대통령개헌안을) 발의한다는 사실"이라는 이야기지만, "그게 딱 21일(이라고) 못박을 수 있을지, 조금 늦춰질 수 있을지는 아마 대통령께서 고심하실 것"이라는 설명이다.

13일 자문특위 초안을 접수받으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형성된 점은 의미심장하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자문특위 초안은 노동권 보장에 대한 고민이 적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고, 개헌 추진의 주요 명분이던 지방분권 문제에서도 브레이크가 걸리는 상황이다.

일부 지방언론은 지방분권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여론몰이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등 대체로 실망한 기색이다.

지방분권 명분 사라져…'문재인 제왕적 대통령' 누명까지

자유한국당이 반대 의사를 드러내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14일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대통령 발의 형식을 강요하는 듯한 청와대 추진 방식에 반발하는 등 야권 전반이 적으로 돌아서는 상황은 버거울 수밖에 없다.

유 대표는 "(이렇게) 국회에 던지는 행위 자체가 바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발상에서 나온 독선과 오만"이라고 비판했다.

15일에는 심상정 정의당 헌정특위 위원장이 "5당 10인 정치협상회의를 통해 개헌의 방향과 시기를 포함한 로드맵을 제시하자"고 청와대 및 정당들에게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15일 발언, 그와 함께 같은 날 발표된 정부의 추경 방침 공식화 및 '청년일자리 대책' 발표 등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정국을 미세먼지가 완전히 덮은 하늘처럼 예측불허 상황으로 몰고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안희정 전 충청남도지사 위력간음 논란에 이어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불륜 논란과 내연녀 공천 비리 의혹 등 잡음이 일어난 것은 작은 변수로도 큰 파장이 이어질 수 있는 현재 상황을 극명히 보여준다. 안 전 지사 문제가 불거진 직후 더불어민주당은 제명 등 발빠른 처리를 했지만, 이후 문 대통령 지지율 등에 의외로 큰 상처를 받았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파견한 특사들이 평양에 이어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러시아까지 누볐다. 우리와 북한의 정상회담 일정을 잡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정상회담도 성사시키는 쾌거를 이룬 것.

하지만 이렇게 '한반도 운전자론'의 위상을 떨쳤음에도 문 대통령 지지도가 일시적으로 70%를 밑도는 후퇴 상황으로 번지는 등 미투 충격파는 컸다. 아직 복당 여부 결정은 안 났지만 정봉주 전 의원도 서울특별시장에 출마할 뜻을 굽히지 않은 채 미투 논란을 폭로한 언론과 싸우고 있어 여권에 표 문제로만 보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터에 추경 이슈를 국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추경은 약 4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현재 전망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조 이상을 내다보는 추정치가 나돌기도 했다.

이는 특정 예상치가 틀렸다든지 이를 내놓은 예측자의 정치적 감각이나 경제적 식견 부족으로 보기 보다는, 청와대와 정부가 현 국면에서의 추경 규모나 추진 방안에 대해 대단히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으며, 경제 활력 제고 특히 청년일자리 문제에 들일 돈까지도 극히 아끼고 적절하게 사용하고자 노력 중이라는 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읽힌다.

일단 그린 밑그림에서도 아끼고 아껴 정말 필요한 것만 사용하는 추경 신청, 즉 경제 마중물을 효과 극대화를 일으킬 만한 요소에 아낌없이 들이붓되, 필요치에 일말의 의구심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아끼자는 다이어트 국면에서 그 전에 거론되던 추경 규모 대비 상당히 줄어든 4~5조원선 예측으로 선택 이동이 돼 부각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선거용 추경 아니다 절규, 4년 구상 첫 단추 '골든타임'

추경 공식화의 원인은 GM 사태로 인한 일자리 경색 우려 등에 이번 청년일자리 대책 추진 필요성 등 순전히 경제적 요인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13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추경과 관련된) 일련의 움직임은 정치 일정과 상관없다"며 지방선거용으로 추경이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선을 그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도 14일 "앞으로 4년을 방치하면 (실업 특히 청년들의 실업 문제가) '재앙' 수준으로 될 것"이라고 추경 편성 불가피론을 설파했다.

청년일자리 해법 추진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청년 지지자와 프리허그 중인 문 대통령. ⓒ 뉴스1

15일 발표된 바에 따르면, 청년일자리 사업은 올해부터 2021년까지 4년간 진행될 계획이며, 첫해는 지자체 선도사업을 위주로 진행되고, 2019~2021년에는 연 2만명, 총 7만명 이상의 지역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추진된다.

그런데 이처럼 경제 대책을 세우는 것도 쉽지가 않다. 경제로 다른 정치 현안을 가리거나, 돌파한다는 것은 오히려 '사치스러운 해석론'이라 할 정도로 경제 상황에 대한 당국의 우려와 청와대의 걱정은 크다. 2월 고용 상황 등에서 일자리 사정은 대단히 심각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로서는 자영업자 관련 지표의 문제점들이 뼈저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도매 및 소매업, 음식 및 숙박업, 사업시설관리업의 일자리 수는 전년 2월에 비해 14만5000개 감소했다. 취업자 수를 보면 도매·소매업에서 9만2000명, 사업시설관리업에서 3만1000명, 음식·숙박업에서 2만2000명이 줄었다. 이들 업종은 총지출에서 인건비 비중이 높고 취약계층이 많은 분야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손질이 선의에도 불구하고 약자에 오히려 부담이 되는 역효과가 실제로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자영업자들의 피눈물이 해당 영역의 실제 일자리 사정 악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토지공개념 등 사회주의 헌법 논란과 추경, 2개의 전쟁 동시에?

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우리 경제가 더 이상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고 보고 있다. 소득중심 경제 성장, 혁신성장 등 이전에 검증된 적은 없지만 경제 패러다임 자체를 수정하는 대대적 작업을 진행해 미래 세대를 위한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국이 부강하고 정의로운 나라로 계속 발전할 수 있다며 의욕적으로 정책과 씨름하고 있다.

그래서 혁신성장에 대체 실체가 없다, 그 실체가 무엇이냐는 반발에도 이번 3월 청년일자리 대책 등으로 윤곽 제시를 하면서 국민 공감대를 끌어가는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예측돼 왔다.

그런데 이런 구상과 정책들을 지속하고 이후에도 추가 정책 아이템을 계속 꺼내들려면 '실탄'이 필요하다. 이 4조원 혹은 이를 약간 넘는 추경은 넉넉한 실탄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필요조건이다.

그런데 지금 개헌 논의에서 일단 뚜껑을 제대로 열기 전에 불어닥친 야권의 반발은 추경을 통한 경제 마중물 구상에도 위기감을 불러일으킨다. 개헌보다는 약하지만 추경 통과에도 상당한 표가 필요하다.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인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하는데, 현재 여당 의석만으로는 낙관하기가 어렵다.

GM 국정조사 추진에 자한당과 바미당이 합을 맞춘 것은 불과 얼마 전 정가에 화제를 낳은 악몽이었다. 그런데, 개헌에서 야당들의 불만 공감대가 여전하고 계속 증폭되는 상황이라면 언제고 추경 등 다른 안건 추진에서도 야권의 비협조 공조로 반복될 수 있는 것은 불문가지다.

더욱이 현재 개헌 구도에서 '케이스 바이 케이스'를 외치기에 더 안 좋은 우려 대목이 또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의 위안부 이면 합의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 문제를 놓고, 지난 번 문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은 그것과 이것은 다르다는 태도로 정정당당하게 대처했다. 하지만 개헌과 추경을 이렇게 대응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 자문특위 초안이 문 대통령 직접 발의안으로 그대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나, 이미 토지공개념 등 많은 논란 이슈들이 있고 이에 대한 반발도 조직화될 조짐이 있다. 

물론 토지공개념 자체는 군인 출신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설파했을 정도로 좌익 가치로 바로 단정짓는 건 무리다. 하지만 일부 보수층은 토지공개념의 헌법 규정화로 택지소유상한제에 관한 법률이나 토지초과이득세법 등이 재추진될 것으로 '문재인 정부의 악용 가능성'을 제기한다.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등으로 퇴출된 제도들을 개헌으로 되살려 토지 재산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선전인 셈이다.  

사정이 이런 터에 개헌을 청와대발로 굳이 밀어붙이고, 추경은 추경대로 좌초 위험을 헤쳐가는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르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국회가 직접 발의를 하도록 내버려둔다면, 대통령 직접 발의 형식에서 지켜야 할 이달 21일 데드라인보다 시간 여유도 더 존재한다. 

두 절차의 차이로 국회 직접 개헌 발의시 데드라인은 4월28일이 된다. 결국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추진이라는 목적, 경제 살리기와 민주적 경제질서로의 본질적 개혁이라는 대의를 모두 누리기 위해, 21일 직접 발의를 고집하는 데 양보를 택할 매력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문 대통령이 한 걸음 양보를 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런 경우라도, 자문특위 초안은 국회에 참고자료로 보내면서 대국민 공개를 하면 그 정신에 대한 국민적 공론화는 얼마든 할 수 있다는 추정도 일부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제기돼 흥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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