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통신요금제 개편 "결단 없으면 감동도 없다"

2018-03-15 18:41:28

[프라임경제] 해외 출장길, 하루 9900원에 데이터 200MB를 제공하는 로밍 서비스에 가입했다. 로밍 서비스가 시작된 첫날, 인터넷 서핑을 조금하고 카카오톡을 약간 주고 받으니 기본 지급된 데이터가 다 닳았다. 데이터 200MB는 하루에 쓰기에도 턱없이 부족함을 절절히 느꼈다.

그런데 데이터 300MB만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동통신 3사의 최저가 LTE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할 때다.

이통3사의 데이터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요금제의 월정액은 3만2000원선이다. 데이터는 300MB가 기본 지급되는데, 그 양이 지나치게 적다.

데이터 300MB면 얼마나 쓸 수 있는 양이냐고 이통사 관계자에게 물은 적 있다. "잘 쓰면 한 달 내내 카카오톡은 쓸 수 있다"는 답이 왔다.

개인차가 있지만 스마트폰을 구비한 사람이라면 인터넷 서핑을 이용하려는 목적이 있을 듯하다. 그런데 '잘 써서' 모바일 메신저만 이용할 수 있다면 제대로 스마트폰, 데이터 서비스를 쓴다고 볼 수 있을까.

포털 사이트부터 메신저까지 곳곳에 동영상이 즐비한 요즘 같은 시대에 이통사 저가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은 동영상 하나도 마음 놓고 재생하기 어려운 '데이터 빈민'에 가깝다.

해마다 데이터 트래픽이 증가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통사가 수년째 저가 요금제 혜택 개선에 나서지 않으면서, '데이터 빈민'들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그러다 정부가 "고가요금제에만 치중한 이통사 간 경쟁을 더 지켜볼 수 없다"며 저가요금제 모델인 '보편요금제'를 직접 제시해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이통사는 이에 대해서도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고 반발 중이다.

정부 개입을 저지하며 이통3사는 최근 요금제 개편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LG유플러스가 월정액 8만8000원 LTE 요금제에서 데이터 용량과 속도에 제한이 없앤 것부터, 이달 SK텔레콤이 요금제 뒷단의 약정 위약금 문제를 개선한 것, KT가 업계 처음으로 LTE 최저 요금제의 기본 데이터양을 1GB로 확대한 것은 의미 있는 시도로 보인다.

다만, 지금까지 개선된 내용들만 따져보면 실제 대다수 이용자의 통신비 인하 효과가 기대보다 크지 않다. 최저가 요금제서 데이터양을 늘린 KT의 새 요금제만 봐도 무약정 고객만 대상으로 해 수혜자가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이번 개편으로 특정 이통사에 고객을 잡아두는 효과는 그대로라, 고객들은 서비스 개선에 감동하기에 앞서 "또 당했다"는 기분이 들 법하다.

이통3사는 요금제 및 서비스 개편 목적으로 한결같이 '고객 중심'을 외친다. 의지가 굳다면 전과 분명히 달라야 한다. 300MB 데이터 요금제 같은 곳곳의 '디테일한 악마'를 제거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황이화 기자 hih@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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