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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한적십자사 스마트모금함 3년째 '먹통'

연 1억 관리비 아끼려 영수증 발급기능 중단···기부금 횡령 우려

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18.03.16 14:26:03
[프라임경제] 대한적십자사(적십자)가 운영하는 스마트모금함이 지난 3년간 사실상 먹통인 채 방치된 사실이 확인됐다. 운영비용이 든다는 이유를 대며 대당 수백만원을 들여 제작한 스마트모금함을 일반모금함과 똑같은 용도로 사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
 
스마트모금함은 2013년 적십자와 SK브로드밴드, 엘토브 등의 3자간 업무협약을 통해 도입됐다.
 
구매와 설치, 유지보수 모두 SK브로드밴드가 맡아 전국 대형마트와 공공기관 등 230여곳에 설치됐는데 현금을 기부하면 기부자의 신원과 기부금액을 전산화해 영수증을 내주고, 기부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제공하는 기능 덕에 눈길을 끌었었다. 

문제는 지난 2015년 12월 업무협약이 종료되면서 시작됐다. 적십자가 계약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운영비용 부담이 발생하자 스마트모금함의 영수증 발급, 사진 송부 기능을 없앴기 때문이다. '스마트' 기능이 사라진 스마트모금함은 말 그대로 깡통신세가 됐다. 

ⓒ 대한적십자사

SK브로드밴드와 엘토브가 내세운 계약연장 조건은 적십자가 연간 1억원 상당의 운영비용을 부담하는 것이었다. 관계자들의 말을 모아보면 여기에는 인터넷 통신비 및 데이터센터 유지 비용, 펌웨어 관리, 외관의 유지보수 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적십자 관계자는 "연간 4000만원 상당의 인터넷 통신비용 외에 업체들이 데이터센터 이전 비용으로 6000만원, 연간임대료로는 1200만원을 요구했다"며 "스마트모금함에 접수된 성금이 상당 부분 관리비로 소요되는 게 기부 의도와 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해 기업들이 기부형태로 공급한 스마트모금함 기기는 적십자의 유형자산으로써 일반 전자모금함 용도로 사용 중"이라며 "유지비용을 고려해 내린 부득이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16년 1월부터 지금까지 스마트모금함을 통해 성금을 낸 기부자들은 영수증은 물론, 핵심적인 리워드인 사진송부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만큼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대당 수백만원을 들여 제작한 스마트모금함이 애초 의도와 달리 저금통처럼 쓰이는 게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심지어 적십자 측은 서비스가 종료된 이후에도 다른 업체를 통해 정상적인 운영을 꾀하지도 않았다. 여기에 연간 모금사업에만 1700억원을 굴리는 적십자가 1억원 상당의 운영비용조차 감당하기 꺼려했다는 것 역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영수증 발급기능을 포기한 것을 이유로 들어 기부금 횡령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한편 이사회격인 중앙위원회는 단 한 차례도 관련 내용을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가 이어지자 뒤늦게 정상운영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선에서 응대해 정상화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적십자 관계자는 "기존 일반모금함 역시 기부금 영수증 발급이 불가능하지만 잘 운영되고 있는 만큼 전자모금함도 다를 게 없다"면서 "일부 기능이 제한된 것 정도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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