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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익부 넘어선 부익부' 커져가는 증권사 연봉차

임금협상 난항 겪는 근로자들…임원 연봉은 '고공행진'

한예주 기자 | hyj@newsprime.co.kr | 2018.03.19 11:27:18

[프라임경제] 증권사 임원과 직원들과의 임금격차로 일부 증권사 노조가 쟁의조정 신청을 한지 보름가량의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 모든 증권사와의 합의점을 찾지 못해 체결식이 미뤄지는 상황에서 임원들의 지난 한 해 연봉은 지체 없이 올라 눈길을 끈다. 이런 만큼 증시호황이 이어져 증권사들은 하나같이 '남는 장사'를 했지만 수익은 임원들에게만 돌아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NH증권 빼고 모두 동의…곧 타협점 찾을 것

지난달 28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하 사무금융노조)은 작년 통일 임금단체협상 교섭 결렬로 △교보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에 대해 쟁의조정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당시 노조 측은 "증권업계가 사상 최고치의 실적을 올렸음에도 증권 노동자들의 노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여기 더해 "대표이사들은 임금과 성과급을 수억에서 수십억까지 받았는데도 앞으로 펼쳐질 금융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으니 노동자들에겐 임금인상 여력이 없다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행히 이후 대부분 증권사는 노조와 합의점을 찾아 3%대의 입금협상에 찬성했으나 유일하게 NH투자증권만 사무금융노조의 제안을 거절하며 임금 단체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기획국장은 "교보, 하이, 하나, 신한은 쟁의조정신청을 받아들였으나 NH만 버티는 상태"라며 "올해 높은 수준의 실적 개선도 이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의문부호를 붙였다.

이어 "NH의 대표이사가 새로 선임됐고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어 그전에는 문제가 정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계속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모든 증권사 지부들이 함께 붙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사측의 입장은 다르다. 현재 노조와는 어떤 식으로 주느냐만의 문제만 남았고, 또한 타 증권사보다 복리정책 부분이 뛰어나 다른 곳에서 3%를 요구했다고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견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2%+1%+α 안을 제시했고 이는 1%에 대해 성과급 등 일시급으로 챙겨주겠다는 의미"라며 "노조 측은 내년 임금 협상 시 1%까지 더해 3%를 올려달라는 입장이므로 큰 차이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현재 증권사 평균 임금은 자사가 가장 쎈 수준"이라며 "지난 합병 때 복리정책 또한 타사 대비 더욱 강화시켰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데서 3%를 했다고 똑같이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응대했다.

아울러 "중노위(중앙노동위원회) 측에서도 쟁점이 될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노조 측과 협의를 하라고 했다"며 "곧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그러나 여전히 노조 측은 당초 요구안은 3%+α이고, 나머지 회사들은 다 동의한 상태이기 때문에 NH만 예외로 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양측 모두 원만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현재 NH투자증권 본사 1층에서는 노조 측의 피케팅이 계속 되는 등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끊이지 않는 '황제연봉' 논란…근로자와 격차 줄여야

증권사 임원들의 지난해 연봉은 여전히 '황제연봉'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높다. 다른 금융권과 비교해도 증권사 임원들의 연봉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증권사 연봉왕'은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였다. 유 사장은 약 26억6513만원을 보수로 받았는데, 그중 급여는 6억3660만원뿐이었다. 나머지인 성과급은 20억253만원으로 파악됐다.

5년 연속 업계 최고 실적을 달성한 점 등을 참작해 2016 회계연도 경영실적에 따른 성과급이 발생했고, 2014회계연도, 2015회계연도에 발생한 성과급 중 이연된 금액이 포함된 것이다.

차순위 연봉왕은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으로 추정된다. 지난 상반기 기준 약 15억5400만원을 받아 이미 3위권의 보수를 앞질렀다.

3위는 총 12억9900만원을 받은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부회장이다. 그는 급여 11억5400만원, 상여금 1억3500만원을 받았다. 기타 소득으로는 학자금 보조 1000만원이 따랐다.

다만 이는 전년도인 2016년과 비교했을 때 다소 감소한 규모다. 2016년도 '증권사 연봉탑'은 권용원 키움증권 전 사장이었다. 그는 총 보수 29억9700만원으로, 금융위원회가 파악하는 2016년 전 금융권 고액성과급 수령자 중 가장 많았다.

권 전 사장의 보수 중에서는 성과보수가 25억1300만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급여와 상여금은 5억원을 조금 넘었지만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현금보상을 받은 금액이 24억원에 달했다.

2위는 27억200만원을 받은 윤경은 KB증권 사장이었다. 윤 사장은 작년 상반기 성과급으로 20억원을 챙기며 연봉이 급증해 전년 대비 12억원 넘게 연봉이 늘었다. 윤 사장의 상여금은 현대증권 매각과정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은 포상금이 14억원, 이익확대에 따른 성과급이 6억원이었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는 26억8095만원을 받아 금융투자업계 CEO 중 3위에 자리했다. 뒤를 이어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 26억3700만원,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24억2158만원이었다.

증권사는 실적 등에 따라 '하는 만큼 버는' 성과급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기본급을 낮추고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 것이 업계의 성격인 것이다.

증권사 실적 성장과 임원들의 동기부여, 업계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성과급 체계 자체를 탓할 수는 없으나 임원들과 직원들의 연봉 괴리가 크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 임원 등에 대한 보수 지급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또한 임원이 하는 일보다 많은 돈을 받아간다는 지적과 함께 직원들의 임금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올 만하다"고 짚었다.

더불어 "아무리 회사 실적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증권사 경영자들의 연봉부터 올려서는 안 된다"며 "가뜩이나 임원들 수 또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들과의 연봉 차이가 심해진다면 사기를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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