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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개헌 승부 띄운 文 속도전, '盧 편지 정치' 확장판?

국민여론 환기 통해 대화로 어려운 부분 정면 공략…대국회 압박 부작용 우려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3.19 11:16:49

[프라임경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연일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정부는 이에 발맞춰 세부 추진 배경을 마련하는 데 에너지를 모으고 있다.

청년일자리 대책을 내놓고 추가경정예산 필요성을 역설한 데 이어, 19일에는 "국회에 마지막 기회를 준다"면서 대통령 발의 형식의 개헌 추진 윤곽을 제시했다. 

해외 순방 일정(26~28일)을 감안, 귀국 이후 발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결국 26일 발의 승부수를 띄우기로 했다. 이어서 대통령 발의안의 구체적 내용을 3일간에 순차적으로 대국민 설명 형식으로 공개할 방침도 밝혔다. 

다만 청와대는 "이전에라도 국회가 합의안을 도출하면 대통령 발의안은 철회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를 놓고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국가 윤곽을 완전히 구축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산과 정부 조직, 제도 등에서 다양하고 큰 수술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집도해야 하는데 국회 등에서 뒷받침을 해 주지 못 하는 상황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불협화음이나 시간적 소모 등에 대해 직접적으로 나서서 운전을 하고 이후 충돌과 그로 인한 정치적 파장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유력하다.

◆검찰 개혁안도 청와대발로 발표 여론몰이 나선 전례

지난 1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등 권력구조 개편안에 대해서도 조국 민정수석이 나서는 등 청와대의 공세적 태도는 처음 시도되는 것은 아니다. 당시 조 수석의 엄격하면서도 필요성을 강조하는 태도는 압박 전략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시선을 끈 바 있다.

왼쪽부터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문재인 대통령,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둘러 앉아 현안을 논의 중이다. ⓒ 청와대

최근 추경 문제 역시 단순한 일자리 늘리기 대증요법 구상을 넘어서는 것을 내놓고 일자리 문제 전반에 대한 지지를 구축하는 방안이 돼야 한다는 큰 틀에서 그려진 것으로 평가된다. 

추경 통과 가능성을 둘러싼 국회 특히 야권의 불만을 일정 부분 감수하고서라도 밀어붙인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청년일자리 문제 해법의 골든타임이 얼마 안 남았다는 호소로 대국민 접근 노력을 한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시의적절성 해석론도 부각됐다.

이번 개헌 이슈 띄우기는 이런 속도전, 직접 공세 및 이슈 선점 효과 등 그간 청와대가 필요할 때 적극 구사해 온 무기들의 총집합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분투하고 있지만, 여기에만 일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에 청와대가 직접 전선 구축에 나서기로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등은 개헌 당론을 여전히 모호하게 유지하면서 파상적 공세를 한다는 비판이 높아, 제대로 된 상대로 대접해 줄 필요가 없다는 강경론도 대두되는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16일 "한국당이 이제는 6월 개헌 발의를 들고 나왔다. 개헌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조건 등을 내세우면서, 국회 내 개헌논의를 막아섰던 한국당의 뒷북치기"로 폄하했다. 아울러 "한국당은 조속히 개헌안 당론을 확정하라"고 제언한 것은 비단 여당 뿐만 아니라 현 정권 내의 대체적인 시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노무현 말기 편지 정치 등 참조 가능성 높아

이런 상황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말의 편지 정치 사례를 연상케 하는 적극적 담론 형성을 문 대통령이 마다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참여정부 말에는 인기도 하락과 야권의 거센 공격은 물론 여권 내의 분열 등으로 청와대의 정치 동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황이었다.  

순방 일정 중에 개헌 프로세스를 쉼없이 가동하겠다는 뜻을 미리 던진 것, 그에 앞서 개헌 내용을 순차적으로 발표한다는 것은 개헌안에 집착하는 모습(한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발의 시간표 상으로는 문 대통령이 해외에서 국무회의 보고를 받고 개헌안 발의에 대해 전자 결재를 하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으로 보일 수도 있다. 우선 3일에 걸쳐 내용을 전개함으로써 우선 개헌 이슈에 전국이 들썩이는 '컨벤션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과거에는 통상적으로 해외 순방에는 정치적 충돌 가능성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를 과감히 물리친 것도 눈에 띈다. 

2006년 연말 노 전 대통령은 '당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당시 열린우리당의 통합신당 추진에 강력한 제동을 거는 등 민감한 정치적 언급을 내놓았다. 이때도 해외순방 중인 상황에 이런 발언을 하는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반발이 만만찮았다. 임기 말까지 연달아 이어지는 그의 이런 속도전에 대해 2007년 5월 한 진보 색채의 신문에서조차 '노무현의 롤러코스터 정치'라는 칼럼을 싣고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실효성-뒷심 부족 우려, 북한과의 정상회담도 문제

이런 점을 종합하면, 속도전과 정치적 정당성 등 개념이 국민 여론의 환기와 정국 전환을 꾀할 효과적 방안으로 손색이 없다는 점으로도 받아들여지지만, 막상 반대파에서 '정신없음'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문제가 남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른바 역효과 우려다.

아울러 탄탄한 내용, 불도저 같은 집행력 등 실효성이 받쳐주지 못하면 용두사미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유효하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최근 국회에서의 발언으로 조국식 검찰 수술에 정면 반박했다. '검찰 수사권 계속 보유-영장 청구권 및 경찰 지휘권 유지'를 골자로 한 발언으로 조 수석의 개혁안에 정면으로 반발한 것이다. 하필 이 발언은 문 대통령의 경찰대학교 졸업식 참석 당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축사 발언으로 경찰 수사권 강화를 전제 조건으로 한 당부를 했는데, 검찰에서 이를 꺾은 셈이다. 심지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문제에 대해서 문 총장은 '위헌 소지' 발언까지 내놨다.

청년일자리 이슈 역시 바로 실효성 논란에 부딪혔다. 기업 입장에서 청년형 내일채움공제는 가입 시 실익보다 부담이 더 크다는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총 3000만원의 적립금 중 기업 부담금(400만원)이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지원돼 기업에서 나가는 돈이 없다. 반면 내일채움공제는 기업이 5년간 약 14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먼저 중소기업에 취업한 사람들과의 지원 형평성 시비도 대두돼 자칫 여론 역풍이 불 소지마저 있다.

과감한 승부수들은 집권 2년차를 맞이해 국정 파악을 마쳤다는 자신감, 이제 일을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버무려진 결과라는 풀이가 제기된다.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한 국제적 인정도가 높아지고, 남·북정상회담이 4월말로 잡히는 등 한반도 이슈에서의 성공을 발판삼아 발목잡기만 하는 야권을 제압하고 큰 그림을 그리려는 시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이 와중에 문 대통령의 개혁이 자칫 지나치게 큰 위험을 스스로 자초하는 부작용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지적, 북한 이슈를 계속 안정적으로 관리할 세심함에 대한 요청, 들러리로만 정부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파트너로서 적극적으로 짐 나눠지기를 해야 한다는 당부도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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