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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당신의 이너뷰티는 안녕하신가요?

 

[프라임경제] OECD 국가 중 13년 연속 자살률 1위. 이는 외면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가슴 아픈 현실이다. 최근 유명 아이돌의 자살과 유명 BJ가 자살 장면을 생중계 하는 등 가슴 아픈 소식들이 전해지면서 자살에 대한 이슈가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지난 2월 '자살예방정책과'를 신설해 자살예방종합계획 수립 및 조정과 자살에 대한 인식개선과 교육 등을 수행하겠다고 발표했다. 

25년 전 필자가 미국 유학을 떠날 때만 해도 한국이라는 나라는 우울증, 자살이 생소했던 나라였다. 오랜 기간 미국에서 살다가 돌아온 나에게 한국 국민의 정신건강 실태에 관한 이러한 소식들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어쩌다 한국이 이렇게 되었을까.

미국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내가 가장 놀랐던 것은 길거리에 연예인 같은 사람들이 넘쳐 난다는 것이었다. TV에서 막 나온 것 같이 예쁘게 화장을 하고 멋지고 예쁜 옷으로 차려 입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외국 사람들이 한국으로 성형 원정여행을 온 지 이미 오래고, 메이크업 체험이 우리나라 관광의 인기 코스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치솟아 '성장하는 세계기업 50위' 안에 한국 기업이 있는 등 대한민국은 패션과 뷰티 강국이 돼 있었다. 

또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은 여자든, 남자든 몸을 가꾸기 위해 운동을 하거나 다이어트에 굉장히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식단을 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지만, 한국에서는 마른 체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멋진 몸을 만들기 위해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무모한 다이어트를 시행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자신의 내면보다 외면을 가꾸는 것에 치중한 모습들은 '대한민국은 외모지상주의 끝판왕'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러한 현상들은 어찌 보면 나보다는 남에게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유행에 뒤떨어진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더 좋은 옷이나 가방을 들어야 하고, 외모를 가꾸는데 비용이나 시간을 투자하고 유행에 따라가지 못했을 때 스스로 자신감을 잃고 우울해지는 등 겉으로 보여지는 화려함 뒤편에는 가슴 아프고 어두운 현실들이 너무나 많았다. 

2018년 현재까지도, 우리나라에서 '나 관리하는 사람이야'라고 하면 흔히 피부 관리, 네일아트, 헤어 또는 헬스 트레이닝을 받는 사람들이 떠오를 것이다. 이점은 내가 한국에 다시 들어왔을 때 적응하기 어려운 점 중에 하나였다. 

미국 영화를 보다보면 심심치 않게 주인공이 테라피스트에게 상담을 받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이들은 외모나 신체적인 건강 못지않게 정신 건강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 건강에 대한 관리, 노력에 대해 생소하게 느꼈고 나에게는 필요 없는 부분, 또는 남몰래 받아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필자도 미국에서 상담을 업으로 삼고 있었음에도, 상당한 돈을 투자하여 꾸준히 상담을 받으러 다녔었고, 친구들과 지인들 또한 좋은 테라피스트를 추천해주고 서로 찾는 분위기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뉴욕에서 누군가가 "I need to go and see my therapist. (나 지금 내 상담사 만나러 가야 돼)"라고 한다면 그 속에는 '나는 적어도 1주일에 200달러 이상 쓰면서 내 정신건강을 관리 하는 여유 있고 쿨한 뉴요커야’라고 자랑하는 의미도 담겨있다. 

이는 '정신적 질환'이나 '나약함'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살면서 누구나 겪는 '삶의 문제'라고 인식하며 건강한 삶을 위한 노력인 것이다. 결코 남 몰래 해야 하거나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정신건강을 대하는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언제쯤 가능할까?

'몸짱열풍' '롱패딩열풍' '캠핑열풍' 등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유행에 민감하며 유행이 번지는 속도 또한 놀라운 수준이다. 이렇게 유행에 민감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우리의 특성들은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각광받는 'K뷰티' 'K팝'의 시대를 탄생시킨 것과 같이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기도 했다. 

뉴욕만큼 스타벅스가 즐비한 나라, 문화 컨텐츠를 해외로 수출하는 콘텐츠 강국, 뷰티강국, 이 모든 것들을 단 시간 내에 성장하게 만든 잠재력이 있는 나라이다.

최용석 멘탈헬스코리아 회장 ⓒ 멘탈헬스코리아

그렇다면 '이너뷰티 열풍'도 가능할까? 앞으로 우리는 외면의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관심을 기울이는 것, 즉 '이너뷰티' '이너패션' 열풍의 시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13년 연속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가진 우리나라가 나의 내면에 집중하는 '이너뷰티 열풍'을 통해 대한민국이 '눈부신 경제발전의 롤모델 국가'에서 이제는 '놀라운 정신건강 발전의 롤모델 국가'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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