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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페르소나? 개헌 국면서 '조국 라이징'

발표 단계부터 민심 챙기며 정통성·정당성 부각 포석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3.20 08:55:52

흔히 임종석 비서실장을 청와대의 제1 실세로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중요성에 상징성 등 제반 요소를 모두 더한 소중함의 크기로 보면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의 위치도 만만찮다. 지난해 11월 국정감사 출석 여부를 놓고 청와대가 보인 태도를 보면 이해가 쉽다. 당시 청와대는 임 실장은 출석이 가능할망정, 조 수석은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이 국회에 불출석하는 것이 관례"라고 주장했다. 물론 역대 정부마다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 문제는 첨예한 대립 요소였다. 다만 문재인 정부 들어 이런 전례 핑계를 댄 것에서 다른 의미를 읽는 이들도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 신광옥 당시 수석이, 참여 정부 때 전해철 당시 수석 등이 국감 증인으로 나선 적도 있기 때문.

[프라임경제] '개헌 승부수'가 띄워졌고, 선봉장으로 조국 수석이 나선다. 대통령 직접 발의 형식으로 26일 개헌 작업에 테이프를 끊게 되지만, 청와대는 국민 알권리 충족 차원에서 사흘에 걸쳐 △전문과 기본권 △지방분권과 국민주권 △정부형태 순으로 내용 설명을 진행한다.

이때 조 수석이 '앵커'로 나서는 것. 개헌안 마련 작업의 실무를 담당한 법무비서관의 직속상관이 민정수석이므로 조 수석이 나선다는 게 청와대 논리지만, 이를 단순히 이렇게 받아들일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의 기치를 들고 출범했기 때문에 민정수석의 역할과 비중에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을 감안해도 '조국 민정수석실'을 문재인 대통령의 '페르소나(원래 가면을 뜻하나, 작가나 감독이 자신의 영화 세계를 대변할 수 있는 대역으로서 극에 중요 인물을 분신처럼 여기는 것을 가리킴)'라는 해석이 여러 측면에서 가능하다.

대체로 어느 정권이든 민정수석 역할을 중시하고 적극 활용해왔다. 민정수석실은 수석 밑에 민정비서관·반부패비서관·공직기강비서관·법무비서관을 두고, 국정 관련 여론 수렴·고위공직자 복무동향 점검 등 공직기강·부패척결·국민권익 증진 등 업무를 맡는 얼개를 갖췄다.

이런 민정수석실인 만큼 역대 정권은 '활용 내지 악용'에 대한 유혹을 느껴왔다. 그 존재 가치와 활용도가 대단히 높아 잘 드는 검 그 자체였던 것.

◆우병우 모델 반면교사 필요 '문재인 수석 어게인'

바로 이 지점에서 문재인정부의 고민 및 '조국 역할론'이 출발한다. 참여정부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문재인 민정수석 프레임'과 탄핵으로 몰락한 바로 전임 정권의 우병우 전 수석 사례는 극명히 대조된다.

현재 정권으로서도 우 전 수석처럼 활용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자신이 그 자리를 역임한 문 대통령으로서는 그 역할 모델과 그간의 행보, 향후 이상적 모델 등에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비검찰 출신으로 활동한 인물이지만, 조 수석은 아예 법조 경력이 없다. 법조 경험 없는 교수 출신의 자질 부족 비판론이 일어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대 진영에서는 신선함과 결기를 높이 사며, 앞으로의 개혁 의지를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호불호가 갈리는 셈인데, 이는 유명인으로서의 인지도는 이미 갖췄다는 것으로 연결할 수 있다. 앞으로의 업무를 진행할 전문성에 대해서는 이력상 기본은 갖췄다는 풀이가 나온다. 만 26세에 울산대 교수에 임용됐고 이후 서울대로 자리를 옮긴 '참여형 형사법학자'이자 진보적 인물.

울산대에 근무하던 1993년에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따라 5개월간 옥고를 치렀고, 2000년대 초반 참여연대의 사법감시센터 부소장으로 활동했다. 대법원 2기 양형위원회 위원도 역임했다.

2012년 대선부터 SNS 등을 통해 문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고 이번 대선에서도 열성적으로 지원했다는 평이다. 

이번 개헌 필요성 설명은 조 수석이 맡아야 한다는 주문은 그래서 유효하다. 그만큼 대중성을 갖춘 데다 젊고 참신하며 전문성까지 담보한 진보적 인사를 또 찾기 쉽지 않은데, '무대 체질'에 대한 검증도 됐다는 흥행적 요소도 갖췄
다는 지적이 있다.

'장미대선' 국면에서 조 수석이 홍익대 앞 '프리허그' 행사 진행을 직접 맡은 것을 이번 개헌안 브리핑까지 연장해 보려는 구상인 셈이다. 이 경우, 내용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차분한 전형적 교수 스타일보다 당위성과 정당성을 외치는 연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헌법 아나운서가 아닌 앵커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더욱이 이번 개헌 국면은 집권2년차, 일명 서포모어 징크스에 문재인정부가 빠지지 않도록 받침돌 역할을 해야 하는 중요 이벤트다.

추가경정예산 문제가 당장 껄끄럽고, 청년일자리 등 고용 문제 해결을 추진해야 하며,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담론에 대한 근원적 의구심과 회의론을 헤쳐가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어느 한 구석 쉽게 우군을 찾기 어렵다.

◆우병우가 되기 싫은, 혹은 우병우가 될 수 없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를 방어하는 것이 버거운 와중에도 한반도 운전자론의 설파를 통해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장에서 서로 마주할 계기를 여는 등 물꼬를 어렵게 텄다.

이 같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의 키맨 역할을 동북아 정세 안정과 그 과정에서 우리 경제의 몫을 챙기는 것으로 연결지어야 하는데 쉽지만은 않다.

사회 병폐 역시 뿌리가 깊어 성장동력을 상쇄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큰 틀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정치와 경제, 사회 현안들의 해결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정부 주변을 감돌고 있다. 그 가장 큰 '고르디우스 매듭 끊기' 의식이 바로 개헌 추진이다.

다만 이 작업의 선봉장 격으로 가장 기대해 볼만한 인사인 것과, 그런 소임이 조 수석이라고 쉬울 것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정권의 명운이 걸린, 자칫 조기 레임덕으로 치닫는 부작용도 감수해야 하는 작업이라 녹록지 않다.

조 수석의 상징성과 열의를 갖고 업무를 추진하는 선의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그가 들고 나오는 카드의 당위성 자체는 물론, 그 자신이 막중한 업무 자체를 맡을 적격인지 여전히 의심한다.

조 수석은 연이은 인사 검증 실패로 쓴 잔을 들었던 바 있다. 2017년 6월20일 한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좌관에게 보낸 '오늘은 그냥 조국 조지면서 떠드는 날'이라는 메시지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는데, 이 같은 비판은 그에 대한 보수 야권 일반의 평을 어느 정도 대변한다.

그저 조 수석이 운이 안 나빴을 따름이라고 자위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우 전 수석처럼 모든 것을 건드리고 챙기고 원하는 대로 독려하는 게 부정의 소치에서만이 아니라 장악력과 실력이라고 보면, 조 수석은 현재 우 전 수석처럼 갈 생각도 없지만, 우 전 수석처럼 될 수도 없는 모호한 상황에 처했다는 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개헌안 대국민 설명의 연사로 조국 민정수석이 나선다. 진보층에서는 가장 인지도가 높고 평도 좋은 정부 인사지만, 보수층에서는 인사검증 실패 등의 원흉으로 저평가된다. 그런 그이기에 정통성과 정당성을 겨루는 싸움인 이번 개헌 마당에서 가장 적합하고 핫하다는 풀이가 나온다. 사진 중앙이 조 수석. = 임혜현 기자

대통령 인사에 대한 비판은 고스란히 민정수석실의 검증 책임으로 돌아가는 게 정치권의 인식인 셈이다.

그간 민정수석실의 주요 인사 검증과 낙마율을 분석한 한 자료를 보면, 가장 높은 수석은 검찰 출신인 곽상도 전 수석(박근혜 정부 시절)이다. 청문 대상자 34명을 필터링해 올렸으나, 이 중 14.7%인 5명이 낙마했다.

오히려 비검찰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인사 검증을 맡은 문재인 전 수석(현 대통령)은 첫 수석 임기 당시 10명을 검증해 이 중 1명(10%)이 낙마했고, 두 번째 임기에서는 25명을 검증했는데, 0명의 낙마자 기록을 냈다.

◆검증 책임론서 부활할 기회, 검찰 무소불위 꺾을 유일한 대안

사정이 이렇고 보면, 검찰이 지난 1월 조 수석이 몸소 발표한 권력기관 구조 개혁에 검찰 등 각 기관이 계속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불만을 흘리는 것도 무시하는 상황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다.

급기야 문무일 검찰총장은 최근 국회 출석을 계기로 고위공직사범죄수사처 설치 검토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강한 비판을 했다. 이 발언은 때마침 문 대통령이 경찰대 졸업식에서 경찰 권한 강화를 전제로 축사와 당부를 한 날 동시에 나와 청와대에 먹칠을 한 셈이 됐다. 

검찰은 고위공직자 수사권 병행 인정, 영장청구권의 독점적 유지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존속 등에 대한 포기를 선뜻 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국면에서 원칙대로 소신대로 권력기관 고삐를 잡고 최대한 존중과 자율만으로 관계 설정을 해나가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해석이 그래서 나온다.

조국 수석은 처음부터 수사 지휘를 않겠다고 밝혔고, 검찰은 이에 화답해 청와대와 법무부에 대한 사전보고를 없앴다. 그래서 청와대는 지난 번 현직 정무수석 수사 상황조차(이 일로 결국 전병헌 당시 수석은 낙마) 뉴스를 보고야 알았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추진을 하는 점에서도 검찰 속내를 이번 정권이 완전히 꿰고 있는지 미지수다.

2월 초 이미 한 검찰 관계자는 "(MB와 다스 등에 대해) 밖에서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한 언론에 말했다.

전직 대통령을 동시에 2명 잡아넣을 수 있는 정보력과 추진력을 갖춘 집단이 정면 도전을 해온 상황에서 그 권력 자체를 수술하는 개헌 작업을 자칫 잘못 하면, 그 화가 조 수석 체면 문제에만 미치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서 과거와 같은 권력기관 제어로 돌아갈 생각도 그럴 방안도 차단 상황인 조 수석은 이번 개헌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각종 힘있는 기관에 대한 제도 개혁 청사진을 그리면서, '톱다운식으로' 자기 위상을 높여야만 한다.

이 와중에서 이번 정권의 정통성까지도 전면적으로 화려하게 재각인시키는 것도 짐 지워졌다.

민정수석은 차관급으로 알려졌지만 자신보다 높은 직급의 국무총리, 감사원장이나 각 부처 장관까지 인사안을 검증하는 중요 인사, 그런 조 수석만이 할 수 있는 게 바로 개헌 추진 선봉장이라는 권력자의 주문이 이번에 나온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 대한민국 공무원 인사는 우 전 수석의 손과 입에 달렸다는 말이 있었다는데, 조 수석은 모든 하드웨어(개헌 등 제도 전반의 운전)와 소프트웨어(민심)이 그의 손과 입에 달렸다는 평을 들을 수 있을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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