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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라멘기행] 스프 새 지평 연 '아사히카와 라멘'

"라멘은 국민식…라멘 알면 일본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 bsjang56@hanmail.net | 2018.03.20 09:19:29

[프라임경제] 훗카이도을 대표하는 것이 아사히카와식 쇼유(醤油)라멘이다. 삿포로의 미소라멘, 하코다테의 시오라멘과 더불어 3대 라멘으로 불린다. 현대 라멘의 메카로 불리는 홋카이도에서도 아사히카와 라멘의 존재는 두드러진다.

쇼유라멘. ⓒ 山頭火 홈페이지

어패류 스프에 톤코츠 스프를 혼합한 'W(더블)스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스프는 재료가 두 채비 들어가고 만드는 과정이 까다롭다. 그러나 아사히카와 라멘집 65% 이상이 채용하고 있다. 지금은 보편화됐으나 개발 당시 스프의 상식을 깨는 획기적 아이디어였다.

이 스프가 개발된 것은 1947년 거의 같은 시기 오픈한 '하치야(蜂屋)'와 '아오바(青葉)'라는 라멘 집에 의해서다. 수년 후 '텐킨(天金)'이나 '토구이치반(特一番)' 같은 전문점이 뒤따라 오픈하며 아사히카와 라멘의 본류를 이룬다.

아사히카와는 홋카이도 내륙에 위치해 바다와 거리가 있지만 해산물이 집결하는 물류의 중심지다. 다른 한편으로는 양돈업이 활발해 W스프가 태어나기 적합한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다. 원주민 아이누의 식문화가 영향을 끼쳤다는 설도 있다.

새로운 스프가 등장할 즈음 면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현지 제면업체가 가수율(수분함량) 낮은 '치지레면(꼬불꼬불한 면)'을 개발한 것이다. 면의 가수율이 낮으면 원가가 올라가지만 식감이 좋고 스프가 잘 스며드는 장점이 있다. 일반 면의 가수율이 34~40%인데 비해 아사히카와 면은 26~30%다.

이로써 아사히카와 라멘은 토쿄나 삿포로 라멘의 아류라는 평가에서 벗어나 독자영역을 구축한다. 

1996년 아사히야마(旭山) 동물원 근처에 외지 관광객을 위한 '라멘 촌'이 조성되고 삿포로와 요코하마 라멘박물관에 진출해 인기를 끈다. 아사히카와시 관광과에서도 전국단위 홍보에 힘을 보탰다. 

그 결과 1997년 아사히카와 라멘 붐이 전국을 휩쓴다. 2001년에는 차세대에 전승할 '홋카이도 유산'으로 지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아사히카와 같은 추운 지방의 라멘에는 '라드(돼지 식용지방)'가 많이 들어간다. 스프에 보온막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느끼한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쌉쌀한 맛이 나도록 향신료를 넣어 미리 볶아두기 때문이다.

아사히카와는 라멘 집이 많기로 유명하다. 인구 34만에 200개가 넘는 라멘 전문점이 있다. 인구대비 점포수가 전국 800개 도시 중 3위에 랭크 될 정도다.

많은 라멘 집만큼 종류 또한 다양하다. 미소라멘을 매운 톤코츠 스타일로 변형한 미소라멘도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품목이다. 이밖에 튀긴 톤카츠를 올린 돈카츠 라멘, 배추・목이버섯・인삼・양파・숙주를 볶아 올리는 야채라멘, 파 한가지만을 올린 저렴한 카케라멘도 아사하카와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명물이다.

최근에는 간장과 마늘을 주재료로 볶은 돼지곱창을 올린 '호루멘'을 홍보 중이다. 대형 편의점 로슨(LAWSON)과 공동 컵 라멘 형태로 개발해 점두판매도 하고 있다. 호루멘이 과연 아사히카와를 대표하는 제2의 고토치라멘으로 성장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간장을 의미하는 '醤油'를 라멘이름에 사용할 때 '正油'로 표기하는 점포가 늘고 있다. '醤'이라는 글자가 복잡해 간단하고 발음이 같은 '正'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사히카와 등 홋카이도지방에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니 주문할 때 참고하도록 하자.

이하 지역·명소 소개.

◆지역 소개

홋카이도 중앙에 위치한 아사히카와(旭川)는 삿포로에 이은 제2의 도시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며 연간 강설일이 144일 정도된다.

도시의 규모에 비해 교통망이 좋고 문화시설이 풍부하다. 곳곳에 설치된 야외조각이 이 도시의 품격을 말해준다. 저명한 문학가와 예술가가 많이 배출되는 것도 이러한 도시 환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아사히카와는 국가가 공인한 '국제회의관광도시'로 연중 많은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매년 2월 이시카리(石狩)강변에서 열리는 '아사히카와 겨울축제'다. 겨울축제하면 삿포로의 눈 축제를 떠올리지만 아사히카와도 열기나 내용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1960년부터 시작된 이 축제에는 100만명 가까운 내외국인이 몰린다. 축제의 특징은 전시장 면적이 넓기도 하지만 작품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1987년 '걸리버 성'이 세계에서 가장 큰 설상(雪像)으로 기네스북에 올랐고, 1994년 자매도시 수원의 화성이 등장해 기록을 바꿨다. 2007년에는 서울의 숭례문이 전시되기도 했다. 

아사히카와가 자랑하는 또 다른 국제 행사는 '국제가구 디자인 페스타 아사히카와'와 '아사히카와 조각 페스타'다. 3년마다 열리는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정우진이라는 디자이너가 2011년 가구 디자인 페스타에서 영예의 금상(Gold-Leaf)을 획득했다.

아사히카와는 소설 '빙점(氷點)'의 작가 미우라・아야코(三浦綾子)의 고향이자 소설의 배경이 되는 도시다. 한국에서는 1967년 첫 영화가 만들어졌고 2000년대 초반까지 KBS와 MBC 드라마로 수차례 리메이크된 작품이다. 

무라카미・하루키 소설 '노르웨이의 숲'의 무대가 이곳이며 한 시대를 풍미한 프로 바둑기사 코바야시・코이치와 야마시타・케이고도 이 지역 출신이다.

◆명소 소개

△헤이와도오리 카이모노코엔(平和通 買物公園) 

JR홋카이도 旭川역 앞 약 1㎞에 이르는 상업지역으로 겨울축제 장소의 하나. 1972년부터 보행자천국으로 영구 지정됨. 8월에는 무용퍼레이드, 9월에는 음식축제가 벌어짐

△산로쿠가이(3・6街)

아사히카와 최대 유흥가로 1000개가 넘는 음식점, 술집이 밀집된 지역. 지번 3条通6丁目(3죠도오리6쬬메)를 중심으로 거리가 조성됐다.

△고나나코지 후라리토(5・7小路 ふらりと)

지번 3条通6丁目에 조성된 유흥가. 목재간판과 가로등이 쇼와초기(1926~1930년대) 분위기를 자아냄. 'ふらりと'는 '특별한 목적 없이 편안히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의미함.

△눈 미술관

홋카이도 전통미술공예촌 내에 눈을 테마로 한 비잔틴양식 미술관이며 1991년 개관. 카페테라스, 스노우 크리스털 룸, 나선계단, 얼음복도, 콘서트홀 등으로 구성됐다.

△아이누기념관

정식이름은 '카와무라・카네토(川村カ子ト) 아이누記念館' 아이누 민족문화의 보호와 전승을 목적으로 1916년에 설립된 사설자료관. 각종 생활용구와 의상이 전시됨. 

△아사히야마(旭山)동물원

1967년 개원. 동물의 행동과 생활을 보여주는 행동전시로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는 동물원. 종이 다른 동물을 같은 장소에서 사육하는 혼합전시도 시험공개 중.

△우에노(上野) 팜

우에노는 지역출신 가든 디자이너의 성. "영국정원은 우에노에서 배우라"할 정도로 명성이 있음. 춥고 건조한 기후에 적응한 빛깔 고운 꽃들이 국내외 관광객에게 인기. 

△라멘무라(ラーメン村)

旭川의 라멘 문화를 알리기 위한 푸드 코트. 전문점 8곳과 지역토산품 점이 입점. 아사히야마 동물원 인근에 위치. 강물에 비유된 라멘을 먹는 동물의 벽 그림으로 유명.

△미우라・아야코 문학관

소설 빙점의 무대가 된 외국수종연구림에 위치. 취재노트・자료・프로필과 검소한 서재 등이 전시 됨. 작가 별세 1년 전인 1998년 개관.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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