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블랙컨슈머' 조장하는 한국소비자원?

2018-03-20 17:18:46

[프라임경제] 지난 15일은 '세계소비자권리의 날(WCRD)'이었다. 사실 대다수 국민이자 소비자가 모르고 지나칠, 수많은 기념일 중 하나일지 모르나 의미하는 바는 크다.

지난 1962년 3월15일은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소비자의 4대 권리인 △안전할권리 △알 권리 △선택할 권리 △의사를 반영할 권리를 처음 천명한 날이며 전 세계 각국에서 이를 기념일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날 '소비자기본권 헌법 개정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가 열리는 등 소비자단체들이 "소비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입을 모으기도 했다.

소비자의 4대 권리 중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지만, 아무래도 생활하면서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알 권리'일 테다. 소비자들의 알 권리는 또 선택할 권리와 직결되며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한다.

소비자 개개인의 힘은 미약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힘을 뭉치면 뭉칠수록 강해져 그만큼 영향력을 떨칠 수 있는 게 소비자들의 위력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의 민원에 손 내밀어 주고 이들을 대변해주는 단체들은 무척이나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의 권익 증진과 소비생활 향상을 위해 주력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정부출연기관인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에서 2015년에 도입된 '알레르기 유발물질 표시제'에서 '주의·환기 표시'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골자의 내용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우유·땅콩·메밀·호두·새우 등 총 21종을 알레르기 유발물질로 지정, 이를 의무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주의·환기 표시는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원재료로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제품과 같은 제조 과정에서 생산하는 등 불가피하게 혼입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이를 덧붙여 표기해야 한다.

소비자원에서는 오히려 이 제도를 통해 사업자가 품질관리 책임을 소홀하게 한다거나 위해제품 회수 면책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으니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식품 알레르기 관련 위해사고가 최근 3년간 총 1853건이며 특히 지난해 835건이 접수, 매해 증가 추세라고 꼬집는다.

또 2015년 제도가 도입된 이래 현재까지 표시제 관련 리콜 건수는 11건에 그쳤다고 한다. 

근거가 주장하는 바와 타당한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요점은 주의·환기 표시를 없애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알레르기 유발물질 유입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을 고심하고 소비자들의 '경각심' '주의'를 당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제품 면적 대비 글자 크기를 규정한다거나 붉은 글씨 또는 강조 표시를 하고, 소비자에게는 꼭 원재료가 아니더라도 예상치 못한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으니 이를 꼼꼼히 살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정말 말 그대로 소비자들이 '주의' '환기'할 수 있도록 눈에 띄게,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지 이조차 없애 더 큰 피해 사례를 유발해서는 안 된다. 

기업들이 너도나도 면책을 위해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표기하겠는가. 기본적으로 소비자에게 간택(簡擇)되기 위해 제품을 내놓는 제조사들은 더 많은 소비자에게 선택당할 기회를 얻고 싶을 것이다. 혹여나 의심스럽다면 이와 관련한 공장 조사가 병행될 수 있도록 조처하는 게 맞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줄 의무가 있고 이에 대한 의무를 충분히 수행했다면 나머지는 소비자 몫이다. 대부분 제품에 주의·환기 표시가 있어서 선택권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혹여나 있을지 모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 순기능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자원의 의도는 이를 표시하지 않으면 피해 사례가 늘 것이 자명함에도 기업에 책임을 묻고 싶다는 것으로 비쳐진다. 이는 해결 방지책이 아닌 피해자 대상에 소비자와 기업까지 몰아넣는 것으로 쉽게 말해 '같이 죽자'쯤 되겠다.

소비자들의 피해는 느는데 제대로 된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기업에서는 주의문구를 삽입해 책임지지 않으니 이를 보상해줄 길이 요원하다는 투정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소비자원의 이러한 주장은 도리어 소비자들을 우매하게 만드는 '블랙컨슈머'를 조장하는 행위로 보여질 수 있다.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피해보상받는 게 오히려 이 제도를 악용한 블랙컨슈머로 지탄받게 될지 모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이 제도를 통해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함유됐다는 점을 알리는 순기능이 있어 폐지를 반대하는 상황이다. 

기업은 기업의 의무를 다하고 소비자는 지혜로운 소비로 자신을, 가족을, 우리를 지켜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목소리가 당당하고 힘이 실리지 않겠는가. 이를 지키지 않는 기업에는 부디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더욱 강한 철퇴로 본보기를 보여줘야 하고 말이다.


하영인 기자 hyi@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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