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식의 콘텐츠렌즈] 한국GM '고르디우스의 매듭' 차라리 폭스바겐로 잘라내자

2018-03-21 15:46:17

▲'영화 랜섬(1996년작)' 속 주인공인 톰 멀른(멜 깁슨 역)은 아들 유괴범과의 협상에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아들을 무사히 구해낼 수 있었다. ⓒ 영화 랜섬

[프라임경제] 영화나 드라마·소설, 그리고 스포츠 등 여러 문화 콘텐츠는 직·간접적으로 현실 사회를 반영한다. 영화 '베테랑'이나 '내부자들'이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에 콘텐츠 배경이나 제목, 주제가 어떤 상황과 이어지기도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한 현상도 바라볼 수 있다. 특히 '콘텐츠렌즈'에선 이처럼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콘텐츠의 직·간접적인 시선을 공유해본다.

'미국 4대 항공사' 엔디버 항공사 사장이자 재력가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시킨 톰 멀른(멜 깁슨 역)은 언제나 매스콤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아내 케이트 멀른(르네 루소 역) 역시 뉴욕 초·중등학교 과학발명품 경연대회 회장을 맡을 정도로 사회적 지위 역시 막강하다.

하지만 어느 경연대회 날 외아들 '숀(브롤리 놀테 역)'이 유괴범에게 납치되면서 톰은 궁지에 몰린다. 여기에 사건 발생 직후 구성된 수사전담반과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톰은 이들의 만류에도 불구, 아들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몸값 200만달러를 준비해 약속 장소에 나가지만, 접선키로 했던 범인 중 1명이 특전반(SWAT)에 의해 사살되면서 FBI 1차 구출 작전은 무산된다.

이후 유괴범에게 또 다시 걸려온 전화. 하지만 1차 구출 작전 실패로 인해 톰은 '몸값을 지불한들, 아들을 무사히 구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그리고 오히려 '범인을 잡겠다'는 판단 아래 몸값을 유괴범 목에 현상금으로 걸겠다고 생방송으로 선언한다.

팝페라 가수 키메라 딸 '멜로디 납치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영화 랜섬(1996년작)'은 거침없는 통찰력을 가진 마초남 캐릭터가 선사하는 전형적인 90년대 액션물이다.

가장 파격적 전개는 유괴범과의 협상에서 톰이 발휘한 '발상의 전환'이다. 동일한 200만달러를 생사가 불투명한 아들을 위해 투자하는 대신 현상금으로 제시해 협상에 있어 우위를 차지한 셈이다.

이런 '발상의 전환'은 근로자 및 가족 포함 30만 한국GM 구성원을 볼모로 △부평공장 담보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 △약 1조원 상당의 혈세 투입 등 협박에 가까운 요구를 하고 있는 제네럴모터스(이하 GM)와의 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생각해 볼 선택지다.

◆"시점만 늦출 뿐…한국GM 살릴 의지 의문"

사실 GM은 그동안 대외적으로 군산공장을 비롯한 한국GM 경쟁력에 대해 부정적인 상황만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오는 5월 폐쇄 결정을 발표한 군산공장에 대해선 최근 3년간 가동률이 약 20%에 불과해 지속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럽(2013년)과 러시아(2015년) 철수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군산공장은 수출물량이 이전 11만대에서 1만2000대로 크게 떨어져 생산물량 자체가 없는 상태다. 반면 수출물량에 문제가 없는 부평 1공장과 창원공장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생산량만 받쳐주면 한국GM 공장 역시 평균 수준의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GM은 그동안 대외적으로 군산공장(사진)을 비롯한 한국GM 경쟁력에 대해 부정적인 상황만 부각시키면서 우리 정부에게 협박에 가까운 요구를 하고 있다. ⓒ 한국GM

물론 '군산공장 폐쇄' 발표만으로도 지역 경제에 적지 않은 피해를 입혔듯이 GM 철수시 업계는 물론, 산업 전반에 걸쳐 일어날 엄청난 파장 때문에 정부 역시 이러다할 해결책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결국 GM과의 협상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인질인 한국GM의 생사 가능성'이다. 정부가 GM 측 조건을 충족시킨다 한들, 몇 년 뒤 또 다시 철수를 거론하며 혈세를 요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는 "본사가 진짜 한국GM을 살릴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3조원을 더 투자한다지만, 지금처럼 곳간 빼먹듯 한다면 망하는 시점만 뒤로 늦출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연유 때문에 일각에선 '언제까지 유괴범에게 끌려 다닐 순 없다'며 발상의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오히려 철수 가능성을 열어둔 채, 한국시장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게 '한국GM 몸값'을 현상금으로 제시하자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경쟁력 확보한 폭스바겐, 부수적 기대 효과도 많다

실제 최근 한국시장에 대해 '아시아시장 허브'로 평가하고 있는 여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다방면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르노 전기차 사업부 총괄 질 노먼 부회장은 이전 방한 당시 "르노 경험을 접목하고 공장과 연구개발 시설을 활용하는 한편, 한국이 강점을 갖는 전기차 배터리나 IT(정보기술), 커넥티비티 등을 현지 소싱해 확대되는 아시아 전기차 시장 공략의 허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BMW도 약 770억원을 투자한 전 세계 최초 자동차 복합문화공간 '드라이빙 센터(2014년)'나 아시아 최대 규모 '부품물류센터(2017년 1300억원)'를 건립하는 등 한국시장에서의 입지 강화를 위해 폭 넓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연례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기차 생산공장을 전 세계 16곳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유럽 최대 자동차 그룹 '폭스바겐그룹'이 최적의 협상 파트너라고 언급하고 있다.

실제 한 업계 관계자는 "GM 철수시 분명 다른 업체가 이를 인수하겠지만, 만일 폭스바겐이라면 당장 국내 판매 1·2위 자리까지 위협할 수준"이라고 추측했다.

산하에 폭스바겐 및 아우디를 비롯한 12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폭스바겐 그룹은 현재 유럽, 아시아 및 아프리카 등지에 총 120개 자동차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디젤 게이트' 여파에도 국내를 제외한 글로벌시장에서 판매를 늘러가고 있으며, 지난해 아시아에서만 전년대비 4.3% 증가한 450만대(중국 제외시 30만대)를 인도했다.

▲폭스바겐 그룹은 최근 가진 연례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2025년 연간 전기차 판매량 300만대를 목표로, 2022년까지 전기차 생산공장을 16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 폭스바겐 코리아

그렇다면 폭스바겐 그룹의 한국시장 판매는 어찌 한가.

디젤 게이트 이전인 2014년 한해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각각 3만719대, 2만7647대 등 총 6만여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디젤 게이트 직후인 2015년의 경우 △폭스바겐 3만5778대 △아우디 3만2538대 등으로 폭스바겐그룹은 한국에서만 거의 7만여대 가량을 팔았다.

매년 높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수입차 시장에서 폭스바겐 그룹이 본격적으로 판매를 재개할 경우 1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GM을 취한 폭스바겐 그룹은 판매 향상과 더불어 이외에도 부수적인 기대 효과도 적지 않다. 정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은 물론, 뛰어난 AS 네트워크와 우수한 인력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입지적으로도 삼성SDI 및 LG화학 등 전기차 관련 협력업체나 국내 IT 업체와 같은 우수한 협력업체와의 협업도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실제 메르텐스 아우디 총괄은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삼성전자 반도체처럼 한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늘려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KT 보유의 인터넷 생태계를 아우디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도록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 전략"이라고 자율주행 기술력 향상을 위해 국내 기업과의 협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또 얼마 전 수입차 업체 중 최초로 아우디 고급 세단 A8이 최근 한국 정부로부터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았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 중 하나다. 이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자율주행차 실험도시인 화성 케이-시티와 국내 실도로에서의 시험주행으로 기술을 테스트해 다음 단계의 자율주행 기술 구현을 위한 데이터를 축적할 계획이다.

한국GM 소속의 우수한 인력들도 한 번에 영입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우선 부평 디자인센터는 글로벌 GM 내에서 북미에 이은 2번째 규모로, 쉐보레를 비롯해 뷰익 및 GMC 등 글로벌 브랜드 디자인과 스튜디오 엔지니어링 등 연구개발과 연계된 디자인 업무를 수행한다.

한국GM이 개발을 주도해 탄생한 소형 SUV 쉐보레 트랙스는 모카(오펠), 앙코르(뷰익)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아울러 쉐보레 볼트 EV 역시 한국GM 주도로 탄생된 차세대 전기차로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다음달 6일 열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계획을 공유될지 기대되는 상황이다.

물론 이런 몇 가지 이유만으로 폭스바겐그룹의 한국GM 인수 가능성을 말하기엔 근시안적인 분석으로 치부될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를 정복하는 사람만이 풀 수 있다던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단순히 칼로 잘랐듯이 우리 정부는 GM 요구에 더 이상 끌려 다니지 말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대담한 결단을 내려야만 현재의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전훈식 기자 chs@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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