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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미 금리 역전, 문재인의 '스팀'은?

'기술력과 투자 매력 어필' 선진국의 포트폴리오 구성시 외면 막을 수 있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3.22 11:16:07

[프라임경제] 한경희생활과학이 부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서울회생법원 회생12부가 회생 절차를 종결했다고 밝힌 것. 지난해 11월 법원에서 회생 계획을 인가받은 지 4개월 만이니 '조기 졸업'했다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다.

한경희생활과학은 1999년 생활가전 업체로 탄생, 스팀청소기로 주목을 받았다. 창립 11년 만에 매출이 1000억원선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다양한 신사업에 손을 댔다 실패한 것이 결국 자본잠식으로까지 번졌다. 

회생 절차를 밟는 굴욕 속에서도 이 회사는 물분사 기능이 있는 물걸레청소기 아쿠아젯과 듀얼무선 진공청소기 타이탄 등을 내놓기도 했다. 금년 상반기 중에 스팀다리미를 내놔 소비자들을 유혹할 것으로도 알려져 회생 졸업 이후의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특히 불굴의 의지로 위기를 극복했다는 평가보다는 '원천기술'이 있으면 패자부활전을 하는 게 가능하다는 점에 더 눈길이 간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떠오른다. 다름아닌 개헌 국면 등 각종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국내 경제적으로는 고용 문제 악화, 미국의 철강 관세 공격과 기준금리 역전 등 외부 이슈에까지 다양하게 노출된 문재인 정부와 연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기준금리 역전 문제부터 보자. 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손볼 것이고 그러다 보면 우리의 금리와 역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 전부터 거론된 시나리오였다. 당국도 이에 대한 위기감을 모르지 않고, 이미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검토 등에 돌입해 있다.

22일 아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내외 금리차가) 언제까지 역전이 돼도 무방한지 예단해서 말하기가 어렵다"며 신중론을 폈다. 그는 다만 역전 문제를 우리가 경험해 본 바 있음을 에둘러 거론, 대처 능력에 대한 긍정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에도 두 차례 역전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와 경제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몇%p' 까지 가능하다 혹은 위험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자본유출 우려에 대해서도 "지난달 미국의 주가가 떨어진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가도 하락하고, 주식 자금 위주로 외국인 자본이 나갔다"고 짚으면서도 "그 이후 다시 안정을 되찾고 이달만 해도 다시 유입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 내외 금리차에 따른 자금유출로 보는 것은 이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자금 흐름을 유의해 지켜보겠다"고 제언해 신중한 상황관리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10년여 전의 금리 역전 상황과 이번 기류를 동일시할 수 있는지 걱정이 없지 않다. 우선 외환보유고가 탄탄하니, 지나친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고, 주식 가격이 약간 빠질 수 있기는 하나 선진국의 투자 패턴상 1년은 버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금융권 인사들은 포트폴리오에서 우리를 완전히 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지난 번 역전 상황 이상의 위험, 즉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당시처럼 돈이 빠져나가는 상황은 걱정 안 해도 된다는 풀이다.

하지만 여기서 근원적 물음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가 포트폴리오에 계속 담아둘 투자 매력이 있는, 혹은 앞으로도 있을 나라인지에 대해 위기감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가 되고 있느냐는 점이다.

고용 등 경제 지표가 나쁘고, 수출도 반도체 사이클 변화나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등으로 자동차 산업의 타격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주전 선수들이 힘에 부쳐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개혁과 공정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청와대는 경제 면에서 확고한 장악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보수 야권의 반대를 위한 반대에 발목이 잡힌 부분도 크지만, 정권교체 직후부터 경제의 혁신적 패러다임 교체를 외쳐왔음에도 사람중심 경제의 청사진을 성공적으로 마련하는 게 계속 늦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여기서 한경희의 스팀 같은 문재인표 원천기술이 무엇인지 검토할 필요가 제기된다. 단순히 트레이드 마크나 레토릭의 문제가 아니고, 실제로 가까운 시일 내에 가동 가능하고 회사가 망해도 이 기술만큼은 믿음직하다는 점을 바이어들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켜 손을 내밀어 주고픈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비장의 카드를 말하는 것이다.

경제 작업 전반에서 좀 더 속도를 내서 문재인 대통령이 빨리 마음에 품은 구상이 현실적 기술로 평가받는 날이 오면 좋겠다. 한반도 운전자론의 청신호가 들어왔지만, 이 경제 문제와의 달리기 보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한반도 위기 종식 노력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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