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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해부] BYC ①태동과 성장…"아버지의 메리야스" 백색 내의 대명사

'국산 1호 메리야스 편직기' 개발…현재 미국·일본·중국 등 23개국 수출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18.03.22 15:12:22
[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의 나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산업을 이끄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파악해보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BYC 1탄 태동과 성장에 대해 살펴본다.

아버지의 셔츠 속에 비친 새하얀 메리야스, 통풍성 좋은 소재로 무더운 여름을 책임지던 시원한 모시메리, 첫 월급을 타자마자 부모님에게 선물한 빨간 내복부터 첨단 섬유 기술이 적용된 발열내의 제품까지. 

국내를 대표하는 BYC(001460)는 이처럼 긴 세월 동안 우리의 실생활 깊은 곳에 스며들며 국민들과 함께 성장했다. 몇몇 사람들에게는 '백양'이라는 이름으로도 익숙한 BYC는 1946년 창립 이래로 72년간 국내 이너웨어 산업을 이끌어 오며 한국 토종 브랜드의 저력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작은 양말 편직기에서 시작…제품 규격·표준화 정착

"우리가 알고 있는 '메리야스'는 스페인어로 양말을 의미하는 '메이아스(meias)'에서 유래된 말이다. 먼 옛날 양말이나 의류를 손으로 짜던 기술에서 시작해 편직 기술과 기계의 발전을 거치고 의미가 점차 변하면서 지금의 메리야스가 됐다."

BYC 로고. ⓒ BYC

해방 직후 1940~1950년대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겪은 국내는 물자 수급 등 경제 전반으로 피폐해져 있었고 생필품의 수요는 폭증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현실에 BYC그룹 창업주 한영대 회장은 "내의 산업에 헌신해 국민의 의생활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비전을 품고 1946년 고향인 전북 전주에 한흥메리야스 공장을 세우고 속옷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창업 후 9년 만인 1955년 주식회사 한흥산업으로 새롭게 출발하며 2년 뒤 현재 BYC의 시초인 브랜드 백양을 출시했다. 

당시 백양 브랜드의 주력 제품은 메리야스로 불리는 백색 내의였다. 이후 1970년대까지 백양 브랜드는 △쌍방울 △독립문 △태창 △태복 등과 함께 5대 백색 속옷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이후 1960년 4월 상호를 한흥산업에서 한흥물산(주)으로 변경했고, 1996년에는 국제화 시대에 발맞춘 기업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BYC로 상호를 변경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

BYC 메리야스 내의는 작은 양말 편직기로부터 시작됐다. 내의 사업을 고민하던 한 회장이 양말기의 몸통을 크게 개조해 양말을 짜듯 메리야스 내의를 편직하는 아이디어에 착안, 5개월의 제작 기간 끝에 국내 최초의 메리야스 편직기를 완성하며 본격적인 내의 산업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특히 국내 최초로 아염산소다를 이용한 최신 표백기술을 개발해 순백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백양(白羊)'은 지금의 BYC로 상표가 바뀌기 전인 30년 동안 흰색 내의의 대명사로 불리며 BYC가 대표적인 국산 속옷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게 한 원동력으로 평가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BYC는 대·중·소로만 구별돼 있던 속옷 사이즈를 가슴둘레에 따라 4단계(85·90·95·100cm)로 제작해 출시하는 등 제품의 규격화와 표준화를 정착시켰다. 

◆'속옷 외길·품질 제일주의' 신념…품질 우수성 인정받아

BYC가 72년간 국내 속옷 산업을 선도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좋은 옷을 만들기 위한 고집과 신념을 일관되게 지켜왔기 때문이다. 

'한눈 팔지 않고 한 업종에 전념'해 양질의 제품을 생산한다는 '속옷 외길' '품질 제일주의' 정신은 곧 기업의 경영 방침이 됐다. 

이러한 BYC는 일찍이 세계에서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왔다. 1963년 일본의 미쓰비시 상사는 국내 메리야스 시장의 샘플들을 분석, 검토한 결과 한흥물산의 메리야스의 제품을 일본에 수입 판매해도 손색없다고 판단해 수출 계약을 제의한 것. 

BYC의 전신은 1946년 설립된 '한흥 메리야스'이다. 창업주 한영대 회장은 양말기의 몸통을 크게 개조해 양말을 짜듯 메리야스 내의를 편직하는 아이디어에 착안, 5개월의 제작 기간 끝에 국내 최초의 메리야스 편직기를 완성했다. 사진은 1980년대 제조 공장 모습. ⓒ BYC


일본과의 수출을 시작으로 세계 시장에 첫발을 들인 BYC는 이후 빠르게 수출 규모를 늘려갔다. 초창기 1만5000달러였던 수출액은 1970년 100만 달러, 1973년 700만 달러로 늘어났으며 1976년에는 1000만 달러 수출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 1987년에는 7300만 달러를 수출해 5000만 달러 수출탑을 받기도 했다. 

현재 미국, 일본, 중국을 비롯해 총 23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이 중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쿠웨이트 △바레인 △요르단 등 중동 지역의 경우 20년 이상 수출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러한 수출에 힘입어 BYC 내의의 누적판매량은 최근 20년 동안 5억6000만장을 돌파했다. 특히 1996년에는 한 해에만 1억장이 넘게 판매되는 성과를 거뒀다.

◆해외 브랜드 국내 시장 잠식…'보디드라이·보디히트'로 턴어라운드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BYC는 2000년대 들어 정체기를 겪기도 했다. 게스, 캘빈클라인, 리바이스, 엘르와 같은 해외 이너웨어 브랜드들의 국내 시장 잠식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아웃도어 브랜드까지 이너웨어를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 

중저가 대량생산을 무기로 내건 BYC는 값싼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진출했으나 주력했던 개성공단은 막혀버렸고 몇년 전 중국에서도 발을 뺀 상태다. 

더불어 국내에서도 38년간 전라북도 경제를 이끌었던 BYC 전주공장이 지난해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생산 중단 분야 매출액은 59억8129만원으로 최근 매출액 대비 2.82% 수준이다. 

BYC 측은 "주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면서 생산 물량이 감소하고 경영수지가 악화됐다"며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통해 위탁생산과 상품매입을 진행하고 전주 공장 부지와 건물은 임대와 자재창고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사상 최대 매출 이후 실적 회복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BYC는 2016년 전성기 때 근접하는 매출을 올리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기존 메리야스 등 '아저씨 내의'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기능성 속옷 '보디드라이' '보디히트'를 젊은 층 사이에서 히트시킨 결과다. 

BYC는 기존 '아저씨 내의'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기능성 속옷 '보디드라이' '보디히트'를 출시하며 젊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 BYC


보디드라이와 보디히트는 2000년대 이후, 두껍고 감추고만 싶었던 '내복'을 벗어나 스타일과 보온성은 유지하면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젊은 소비자들의 수요와 맞물리며 인기를 끌었다. 

실제 2014년 출시한 보디 드라이는 매출은 매년 65%씩 고성장했다. 이와 함께 2010년 내놓은 보디 히트는 지난해까지 총 210만장 넘게 팔려나갔으며 판매량은 최근 7년 동안 연평균 30% 이상씩 증가했다. 

보디히트와 보디드라이 인기에 힘입어 BYC는 2016년 매출 2119억원, 영업이익 169억원, 순이익 181억원을 달성하며 전성기 매출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다양한 기능성 제품·캐릭터 브랜드 전개…유통 채널 확대 박차

한편 BYC는 해외 SPA 브랜드의 공세에 맞서 새로운 유통망·제품 다변화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한발 더 다가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BYC는 대표 브랜드인 'BYC'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신세대 패션내의 '스콜피오', 편안한 착용감의 고감각 패션내의 '르송', 감성세대 이너웨어 '쎌핑크' 이외에 △미피 △메이플스토리 △보디히트 △데오니아 △보디드라이 △쿨피아 등 다양한 기능성 제품 및 캐릭터 제품의 브랜드를 전개하며 이너웨어의 고급화와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에 더해 BYC는 안정된 유통망과 가격 경쟁력 강점을 내세워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BYC는 전국 54개 직영점과 1700여개의 거래처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전국 주요 상권에 200~300평 규모로 운영되는 직영 매장 'BYC마트'는 BYC가 제품 기획과 디자인부터 생산·제조, 유통·판매까지 총괄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브랜드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고객 쇼핑 편의성을 극대화한 공식 모바일·온라인몰을 오픈하는 등 유통 채널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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