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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금리 역전…부작용 없다고? 가계부채엔 직격탄

1500조 부채에 부담 확대…자본유출 움직임 없지만, 금리차 장기화 시 불가피

이윤형 기자 | lyh@newsprime.co.kr | 2018.03.23 15:08:51
[프라임경제] 미 연준(Fed)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한미 기준금리가 10년7개월 만에 역전됐다. 

한국은행(한은)은 국내 금융시장에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인상은 당장 현재 1500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가계부채 등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21일(현지시각)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1.25~1.50%에서 1.50~1.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른 국내 대출금리 인상에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 확대가 우려되고 있다. 

통상 국내 대출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따라 움직이지만, 지난해부터 국내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미국 금리 인상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금리 인상은 미국 국채금리를 상승시키는데, 이는 한국 시중은행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나 코픽스 금리 상승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기존 1.25~1.50%에서 1.50~1.75%로 인상했다. 이에 따라 국내 대출금리도 오를 전망이다. 사진은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 ⓒ 구글 이미지 캡처


실제, 지난해 초부터 2.0% 내외를 기록하던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민평평균 기준)는 지난 21일 기준으로 2.720%를 기록했다. 이 금리는 은행들이 주담대 가이드금리(5년 고정, 이후 변동금리)의 기준으로 사용한다. 

대출금리도 상승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1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신규취급액기준) 금리는 전월보다 0.05%p 오른 연 3.47%였다.

이미 국내 가계부채 문제는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6년5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부담을 안은 상황이지만,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은 현재 1500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가계부채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당시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이 2조3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작년 11월, 국내 총 가계대출 규모가 1400조원을 조금 넘어선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500조원을 돌파했기 때문에 부담의 규모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를 경우 고위험가구가 8000가구 증가하고 금융부채 규모는 4조7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1.0%포인트 오른다고 가정하면 고위험가구가 2만5000가구, 금융부채 규모는 9조2000억원 늘어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연준이 이번 금리 인상과 함께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한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는 점이다. 

미국이 향후 세 번 정도 금리를 더 올리면 현재 최고 연 4% 후반인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연말 최고 연 6%까지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현재 미국은 2019년까지 다섯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을 계획 중이다. 

한미 금리차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높은 금리를 좇아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자본유출 현상도 염려된다. 

다행히 시장은 이번 한·미 금리 역전이 대규모 자본유출로 연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의 85%는 국내경기 상황과 기업실적의 영향을 많이 받는 주식 자금으로, 최근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적 환경과 기업 실적이 모두 회복세를 보여 금리차 역전만으로는 한 번에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나머지 15%인 채권자금도 주로 주요국 중앙은행이나 국부펀드 등 중장기 투자자들로 구성된 만큼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진단이 따른다.

실제로 우려했던 대규모 자금 유출과 증시 폭락은 없었다. 전일 코스피지수는 0.44% 오른 2496.02, 코스닥지수는 1.57% 떨어진 871.62로 장을 마감됐다.

다만, 돈은 수익률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옮겨 가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금리역전 현상이 장기화되거나 역전 폭이 확대된다면 국내 금융시장에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역전 상황이 장기화되고 폭도 커지면 자본유출이 발생하고, 코스피에도 강력한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현재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금리 현상에 대해서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이미 국내 대출금리도 오르는 추세"라며 "대출금리가 오르면 부담은 기업이나 가계 쪽으로 올 수밖에 없어 이런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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