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도적 접근' 통한 테슬라 활성화는 '트레이드 오프'

2018-03-27 17:19:38

[프라임경제] '트레이드 오프'란 말이 있다. 두 개의 정책목표 가운데 하나를 달성하려고 하면 다른 목표의 달성이 늦어지거나 희생되는 경우를 가리키는 용어다.

현재 '한국 테슬라 1호'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카페24'의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어서자 테슬라 요건 활성화 방안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이 뜨거워졌다.

금융당국에서는 증권사들의 입장을 반영해 '풋백옵션'을 완화시키는 방안을 내놓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쉬쉬했던 '초과배정옵션'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는 제도적 접근이 뜨거운 화두다.

그러나 테슬라 요건 활성화를 제도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풋백옵션의 장단점이 확실한 만큼 어느 한쪽을 완화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정리되기 어려워 보인다. 초과배정옵션 또한 마찬가지다. 즉, 제도적 접근은 양쪽 다 트레이드 오프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미국 테슬라의 나스닥 상장 사례에서 착안해 성장성이 있는 적자기업이라도 심사를 거쳐 특별상장 할 수 있게 한 '테슬라 요건'은 지금까지 다소 부진한 상장 기록을 냈다.

관련 제도는 지난해 초 시행됐지만 상장 추진은 2월 상장한 카페 24가 유일한 상황으로 2호, 3호 기업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오고는 있으나 이조차 불확실하다. 이처럼 테슬라 요건의 부진한 성적은 증권사들이 지게 될 풋백옵션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카페24의 경우 공모금액 387억 수준으로 큰 규모는 아니었으나 세 곳의 증권사가 공동 주관을 맡으며 풋백옵션 행사를 대비해 위험을 나눴다.

테슬라 요건을 적용할 때 주관사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매수청구권(풋백옵션)'을 제공해야 한다. 공모 후 주가가 하락해 투자자들이 매수를 청구하면 주관사가 공모가의 90% 가격에 주식을 사야하는 것이다.

주가가 떨어질수록 주관사의 손실은 계속 불어난다는 점은 증권사들이 테슬라 요건 상장을 꺼리게 되는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테슬라 요건 상장 실적이 있는 우수 상장 주관사와 코넥스 시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 거래된 기업이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는 경우 주관사의 풋백옵션 부담을 면제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사문화됐던 '초과배정옵션'을 다시 활성화시켜 풋백옵션에 대한 방어책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다.

미국의 그린슈 매뉴팩처링사가 기업 주식 공모 과정에서 초과배정옵션을 처음 사용한 것을 기념해 '그린슈옵션'이라고도 불리는 본 제도는 상장 이후 대표주관사가 회사로부터 추가로 공모주식을 취득한 후 이를 배정하는 제도다.

최근엔 IBK투자증권이 알리코제약 주관 시 그린슈 옵션을 행사하며 11년 만에 시장에서 잊힌 제도를 상기시켰다. 알리코제약은 이번 옵션 행사로 신주 23만5000주를 발행해 28억원의 자금을 추가 조달하기도 했다. 

일부 증권사가 초과배정옵션제도를 꺼내든 이유는 테슬라요건에 맞는 새로운 인수 구조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주관경쟁이 심화되면서 상장 수수료가 하락하고 있는데다 풋백옵션이라는 장치로 주관사의 손실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풋백옵션에 걸리는 기업들이 나온다면 분명 증권사에 큰 손해가 발생해 굉장히 부담스러운 제도가 맞다는 것을 인정한다. 아울러 증권사들이 피해에 대한 불안 때문에 보수적으로 대상 기업들을 선별해 실질적으로는 테슬라 요건 자체의 의미가 퇴색되기도 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그러나 풋백옵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증권사들이 공격적으로 기업들을 테슬라 요건에 적용해 상장시켜 부실상장의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문제가 따른다. 그만큼 투자자들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한층 커지는 것이다.

그린슈옵션도 마찬가지다. 초과배정옵션을 활용하면 주관사가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상장 시 초과배정옵션을 설정하면 주관사가 상장 후 주가에 자신이 없다는 것처럼 비춰져 투자자들의 반응을 이끌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최대주주의 지분율 희석에 대한 우려도 존재해 발행사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아울러 일부 전문가들은 기존 존재하고 있는 그린슈 옵션을 도입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면 진작 활성화가 됐을 것이며,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테슬라를 비롯한 코스닥 기업들의 기업공개가 활성화되려면 풋백옵션 제도 완화나 그린슈옵션 제도 활성화가 아닌 인수 증권사의 '기업선별 능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할 듯하다.

증권사들은 해당기업이 성장성을 가졌다는 충분한 판단으로 테슬라 요건을 적용해야 하며, 그간 답보상태였던 비상장 기업에 대한 리포트 출시 및 업종 이해도가 높은 전문 애널리스트 인력 확보 등에 총력을 기울여 상장 경쟁력을 갖추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때때로 증권사 관계자들을 통해 국내 금융 관련 규제가 너무 많다거나 제도가 부실해 금융 사업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다는 불평을 종종 듣곤 한다.

그러나 제도를 탓하기 전에 현 상태에서 발전시킬 수 있는 사업을 돌아보고 성장시켜 기업의 이익과 함께 투자자들에 대한 이익까지 가져가는 증권사들만이 좋은 평판과 함께 실적까지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예주 기자 hyj@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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