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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정은의 직접 방중…마이클의 탄생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3.28 08:53:05

[프라임경제] 영화 '대부' 시리즈는 굳이 범죄 조직과 그 세계에 빠진 인간의 냉혹함을 다룬 수작으로만 한정해볼 것은 아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희노애락. 조직이라는 인간 시스템 전반을 관통하는 개념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져준다. 특히 인간의 변화라는 측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만한 점을 여럿 던져준다. 그러기에 오래 사랑받는 것이리라.

이 시리즈 중에 개인적으로 관심 있게 본 인물이 '마이클'이다. 순진하고 범죄와 가장 거리가 멀 것 같았던, 집안의 이단아.

대학생으로 평탄하게 살 수도 있었으나, 부친이 저격당하는 상황에 분개해 경찰 간부를 권총 저격하는 등 살벌한 의지를 불태우며 검은 세계 전반에 "너희들 이제 다 죽었어!"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경찰 고위층도 직접 쏘는데, 다른 마피아 따위 뭐 대수랴.

그런 냉혹하고 입체적인 마이클이 이번에 하나 더 등장했다. 바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다.

중국에 북측 특별 열차가 도착해 이것이 대체 누구를 태우고 온 것이었는지 의견이 분분했는데,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설 등 여러 쟁쟁한 설을 꺾고 결국 김정은 본인의 중국 행차였던 걸로 정리되는 양상이다.

놀랍고 대범하기 이를 데 없다. 스위스 유학파가 독재국가 수장이 되고, 이제 좀 합리적인 정치를 할지 기대도 모았으나 다시 고모부도 잔인하게 처형하는 광기를 보여주다 얼마 전엔 남측과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런 그가 돌연, 중국을 방문, 시진핑 중국 주석과 직접 접견을 한 것으로 보인다. 왜 이런 무리수 행보를 결단했을까? 답은 하나다. 미국과도 정상회담 길을 텄지만, 좀처럼 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답을 줄 것 같지 않다는 불안감이 어느 임계점을 넘은 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대화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매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존 볼턴으로 갈아 치우며 북한에 대한 강한 압박 의사를 거두지 않았다.

이에 결국 김정은이 카운터펀치를 날리고자 했고, 그 틈새시장이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으로 벌어진 틈이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측이 미국과의 대화에 외통수 기대감을 갖기보다는, 중국에 큰 것을 내주고 의탁하는 보다 영리한 길을 택할 가능성을 이번 김정은 직접 방중을 계기 삼아 제시한다.

북한의 핵 포기 대가로 중국이 자국의 핵 무기로 북한을 방어하는 전격 합의를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는 그야말로 꿈 같은 이야기다. 꿈 같지만 꼭 꿈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우리로서는 악몽 같은 얘기다.

미국의 무역 압박에 시달리던 중국으로서도 중국과 북한은 여전히 동지라는 확인이 가능하다. 얼마나 체면이 서겠는가? 중국을 주요 플레이어로 남겨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북한 스스로의 몸값을 높이는 과단성이 김정은의 무기다.

적당한 방법으로 무장해제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외에 밝힌 김정은의 행보가 주는 의미는 크다.

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에 맡겨도 충분할 일을 몸소 처리하는 그의 태도에 시진핑인들 감탄하지 않았을까 짐작하면, 그 섬뜩함의 크기가 새삼스럽다. 미국에 언제든 카운터펀치를 날릴 수 있는 상대를 우리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대적해야 한다. 문재인정부에 대승적인 협조와 격려, 질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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