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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페로니 깡통에 500년 묶인다는 알베르토 약속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3.28 14:32:54

[프라임경제] 사인을 한다거나 자기 이름을 내건 상품을 만든다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음식의 경우로 특정해 보자면, 어느 음식에 사람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경우를 찾아 보기가 더욱 쉽지 않은데요.

중국의 '마파두부'가 만들어낸 이의 별명을 음식 이름으로 삼은 경우가 있죠. 곰보처럼 얽었다는 의미의 마(麻)와 할머니 파(婆)자를 합쳐 얼굴에 얽은 자국이 있었던 할머니가 만들어낸 음식이라고 한 예가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음식이라기 보다는 어느 날 명씨 성을 가진 어부가 처음 잡았다 해도 '명태'라고 물고기 이름을 붙였다는 구전이 있기도 합니다.

OO탕, XX볶음 식으로 붙인 경우는 찾기 힘들죠. '존슨탕'은 부대찌개에 마침 우리나라를 방문한 린든 존슨 당시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따 애칭을 붙인 것이라 하니, 만든 이를 기리는 경우와는 결이 좀 다르겠죠. 

아마 음식을 만들거나 식재료를 공급하는 게 별달리 이름을 후대에 날릴 자랑거리는 아니었다는 계급사회의 의식 잔존 효과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근래에 들어서도 다른 의미 때문에 이런 사용은 조심스럽죠. 혜리 도시락이나 혜자 도시락 같은 경우 가격 대비 푸짐하기 이를 데 없다는 좋은 의미로 쓰이니 가수 혜리나 연기자 김혜자씨에게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음악인 김창렬, 아 이 분은 그룹 DJ D.O.C.로 설명드리면 더 기억 떠올리기 쉽겠군요, 아무튼 이 연예인의 경우는 모델 한 차례 나섰다 '창렬스럽다'라는 단어가 생기는 봉변을 당했죠. 값에 비해 어이없을 정도로 엉망이라는 뜻으로 자기 이름이 회자되니, 정말 이게 무슨 먹칠이냐 억울할 법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한국에 왔다 방송 활동을 해 국내에서도 얼굴이 좀 알려진 알베르토 몬디가 자기 나라 맥주 페로니의 모델로 나섰다고 합니다. 27일 서울 삼청동에서 길 가던 사람들에게 사인도 해 주고 하는 장면을 우연히 기자도 구경했는데요. 봄날이라 화사한 한복을 빌려입고 돌아다니는 삼청동 소풍객들과 즐겁게 행사를 치르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냥 홍보만 해 주고 종이에 사인만 해 주는 게 아니라, 아예 자기가 홍보하는 맥주 캔에 사인을 한 장면이 찍혔네요. 허허, 저게 대체 무슨 용기일까요? 오래 가는 알루미늄 용기(容器)에 자기 이름을 걸다니 진정한 용기(勇氣)가 아닐까요?

ⓒ 페로니

알루미늄 깡통은 500년은 흘러야 분해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서 경고(?)드렸듯, 한국인의 기억법은 안 좋은 음식에 이름 내걸면 그야말로 끝장이 나도록 비판하는 무서운 구석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마피아 정신이 무색할 정도죠.

알베르토씨가 모국의 상품에 자부심을 걸고 직접 깡통에 사인을 한 만큼, 페로니스럽다 혹은 알베르토 같다는 표현이 혜자스럽다 내지 혜리 도시락 같은 좋은 의미로 두고두고 곱씹어지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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