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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방은행보다 미적지근한 시중은행 핀테크

 

이윤형 기자 | lyh@newsprime.co.kr | 2018.03.29 12:31:35
[프라임경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떠오르면서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차세대 핀테크 기술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지만, 소비자들의 체감온도는 뜨뜻미지근한 게 사실이다.

물론 은행들의 기술 개발로 로보어드바이저, 챗봇 등 빅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한 금융 서비스는 이미 현실이 됐다. 방대한 데이터를 정교한 알고리즘으로 응집시켰다지만, 이 역시도 맹탕 수준이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통해 인간 프라이빗 뱅커(PB) 대신 모바일 기기나 PC를 통해 포트폴리오 관리를 수행하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말한다. 

직접 사람을 마주하고 상담하지 않고도 온라인 환경에서 자산 배분 전략을 짜주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수수료가 저렴하며, 낮은 투자금 하한선을 설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거창한 이름처럼 맞춤형 자산관리 상품을 찾아주고 높은 수익률을 덜컥 만들어 줄 것 같지만, 현실은 금융상품 나열과 예상 수수료 계산이 고작이다.  

챗봇도 마찬가지다. 은행 고객센터 상담원을 대신하는 챗봇은 로봇과 사람이 대화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형 사용자 인터페이스 시스템이다. 이 역시 어떤 질문이라도 대답해줄 것 같지만, 홈페이지에 게재된 FAQ 같은 대답만 되풀이할 뿐이다. 

결국 금융권이 내놓은 차세대 서비스로 고객 편의를 증진 시킨 것은 지문, 홍채 등으로 은행 앱을 열고, 소액을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생체인증 서비스 하나 뿐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너나 할 것 없이 차세대 핀테크 기술을 금융권 최초로 상용화 시켰다고 홍보하고, 새로운 금융환경이 지금 막 펼쳐진 것처럼 설레발을 친다. 

이런 가운데 지방은행들은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또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핀테크 기술 활성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기술 개발도 소소하게 이뤄내고 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름만 거창한 시중은행의 핀테크 서비스보다 백배는 낫다는 평이 뒤따른다. 

최근 제주은행과 광주은행은 '선불교통카드 모바일 충전서비스'를 개발했다. 이 서비스 사용방법은 각 은행의 스마트폰 뱅크 앱에서 '교통충전' 메뉴를 실행하고, 카드를 스마트폰 뒷면에 태그하면 통장잔고에서 1000원 단위로 최대 5만원까지 충전할 수 있다.

기존에 스마트폰에 교통카드 유심을 장착해 자동 충전하는 시중은행의 서비스가 있었지만, 스마트폰이 없는 자녀들의 버스카드를 충전시키는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태그 충전 방식이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현금 없는 사회' 분위기로 선불카드 사용량이 늘어나는 시기에 맞물린 서비스라는 평도 나온다. 최근 삼성페이, 페이코 등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앱에 탑재되는 간편 결제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각종 포인트를 교통카드나 선불카드에 충전을 하는 형태의 서비스가 늘어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4차산업 혁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지만, 떠오르는 기술들이 현실화되고, 부작용 없이 실용적으로 활용되는 데 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게 일반적인 시선인 만큼 현재 시중은행들의 생각과 목소리엔 성급함이 묻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핀테크를 선도한다는 부담감은 과감히 버려야한다. 

'업계 최초' 타이틀 보다는 작더라도 금융 소비자들이 실제로 체감 할 수 있는 핀테크 서비스를 고안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핀테크 서비스를 실용화 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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