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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과 FTA 개정 연결시킨다는 美, 한국 핵협상 책임론?

남중국해 갈등과 무역분쟁 등에 새 변수 던진 북한, 우리 측에 제어 요구한 셈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3.30 08:47:37

[프라임경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 방중에 미국이 반격 카드를 내밀었다. 다만 이것은 북측에 대한 직접 공세라기 보다는 우리 측의 한반도 협상에 대한 역할 모델 강조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각)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마칠 때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연기할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하이오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우리는  FTA 협상을 북한과의 협상이 끝날 때까지 미룰 수도 있다"고 제언하고 "그것은 매우 강력한 카드"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나는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대우받기를 원하고, 우리는 한국과 잘 동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 문제도 잘 진전되고 있다"고 청중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 볼 것"이라고 상황 전개 가능성의 뜻을 밝혔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과 미국의 우호협력망에 공짜는 없다는 자신의 인식을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FTA 합의를 단순히 양국간 경제 문제로 보지 않고, 이를 두 나라의 경제 협력 정신과 아시아 역내 경제 구상의 연결고리로 보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아울러, 경제 문제를 아시아에서의 중국 패권주의 급부상 견제의 유력한 지렛대로 보는 미국 지도부의 의사와도 추가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 김정은 체제 보장을 위해 북한이 한동안 소원했던 중국과 재차 밀월관계를 조성하려는 태도를 백악관은 대단히 불만스럽게 볼 수 있다. 

또 이런 효과는 단순히 김 위원장이 자신의 안전과 북측의 체제 문제를 중국에 논의하는 차원 이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 북한이 5월에 추진될 미국과의 정상회담 즉 핵 관련 협상에서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더라도, 완전 고립과 고사 위기에 내몰리지 않고 중국의 보호망에 의탁할 가능성이 이번 김 위원장 방중으로 열렸기 때문.

중국은 김 위원장 방중시 시진핑 주석과의 직접 회담을 열고 특급 의전을 베풂으로써, 중국이 북한의 가치를 대단히 크게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미국과 대결하는 중국에 도움이 되기 때문. 즉 북한의 정치외교적 도박이 중국의 경제 패권주의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조심스럽게 북측 등 한반도 문제를 다루기 보다, 글로벌 경영 측면에서 톱다운 방식의 종합 해결을 추구한다는 차원에서 한국에 역할 모델 강화를 위해 나서라고 주문을 이번 발언을 통해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한국간의 수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백악관은 우리와의 FTA 문제를 북한 핵 해결과 연동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진은 지난 번 정상회담 이후 기자들을 함께 만난 트럼프(왼쪽)-문재인 두 정상의 모습. = 임혜현 기자

대북 협상과 FTA를 연결하겠다는 뜻은 우리 측에 일정한 핵무장 해제의 결과 기여를 요구한 것으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풀이도 나온다. 한국 고위 인사들이 평양 대북특별사절단 방문 이후 미국에 방문,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 정상회담 단초를 열 때에도 미국은 이 역사적 내용을 우리 측 인사들이 백악관에서 발표하는 형식을 취하도록 요청했다. 

미국이 직접 북한과의 정상회담 의향 공개 등에 나서지 않은 것인데, 이는 핵무장 해제를 북한이 실제로 처리하는 성공 과정에 우리 측의 책임을 지우기 위한 것이라는 풀이가 당시에도 제기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이슈 부각으로 미국과의 FTA 최종 재협상 완결은 5월까지 동면 상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이 동면은 단순히 절차적 문제나 경제적 관점에서의 난제 줄다리기 재개 등보다 한층 복잡하고 고급의 갈등이 연결돼 첨예한 불안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FTA 개정 협상의 원칙적 합의와 철강 232조 관세 조치 한국 면제에 관련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으나, 당분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우리는 FTA 재협상을 하면서 철강 보복 관세 유예 문제 해결을 한 묶음으로 처리한 상황이어서, 이 같은 모호한 상황이 전체적인 무역 정책 구상이나 기업들의 경영 방향 수립에 악영향을 미칠 여지가 높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걸맞는 일정한 협상 진행과 결과의 보장을 미국이 요구하고 나선 셈인데, 이 계산서에 대응한 미국과의 협력 전략 마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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