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게임이 질병? 실패한 역사는 반복하지 말아야

2018-03-30 09:40:58

[프라임경제] 요즘 게임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는 WHO의 게임 장애 질병코드화 시도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덴마크의 '지방세(Fat tax)'가 떠오른다.

덴마크는 지난 2011년 유제품, 육류, 가공식품 등의 식품에서 포화 지방 함량이 2.3%를 초과하는 경우 추가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 규제는 자국민의 비만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었지만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면서 정확히 1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덴마크 국민들이 지방세를 내야하는 자국 유제품 대신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등 국가의 제품을 대량으로 역 구매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력산업이었던 덴마크 낙농업계는 어려움을 겪은 반면, 국민의 비만율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정책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채 정부 주도 규제를 무리하게 적용하려다가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만약 WHO가 오는 5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에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등재한다면 이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덴마크의 지방세가 정책 도입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작용했듯, WHO의 게임 질병화 등재가 현실화될 경우 향후 사회에 더 많은 부작용들이 나타날 수 있다. 불명확한 기준으로 인한 혼란과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막대한 사회 비용 등이 그 것이다.

질병 진단 기준의 불명확성과 완치에 대한 불확실성은 사회적인 갈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망산업이자 작년 기준 국내 시장 규모만 11조원에 달하는 게임업계만 크나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WHO가 게임 장애를 질병 코드로 분류하려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절차와 과학적인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더불어 해당 결과가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역사책을 읽다보면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는 사례를 자주 확인하게 된다. WHO는 이미 실패한 정책인 덴마크의 지방세를 반면교사로 삼아 비슷한 실수를 답습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 csw@game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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