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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감리서 시작된 바이오株 투자 주의보

제약 탑6 연구개발비 자산화율 낮아…바이오 탑4 대비 절반 수준

백유진 기자 | byj@newsprime.co.kr | 2018.03.30 14:52:25
[프라임경제] 금융감독원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감리를 시행하자 관련주들이 요동치고 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제약사보다는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28일 금융감독원은 제약·바이오 업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비의 회계처리 적정성을 점검하고 위반 가능성이 큰 회사는 테마감리를 실시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테마감리란 회계오류 취약 분야를 미리 예고해 관련 기업이 재무제표 작성 단계부터 신중을 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제약·바이오기업의 회계처리가 논란이 된 이유는 R&D(연구개발) 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해 영업이익을 자의적으로 부풀렸다는 의혹 때문이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서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과 미래 경제적 요인을 창출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회사가 자의적으로 회계기준을 정해 이익을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제약·바이오기업의 경우 매년 R&D 투자로 지출하는 비용이 큰데, 국내 대다수 제약·바이오기업들은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구분해왔다. 

특히 금감원이 회계처리 점검에 나선 것은 지난 1월 셀트리온(068270)의 주가 폭락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19일 독일 투자은행(IB) 도이치뱅크는 셀트리온에 대해 "셀트리온의 영업이익률이 높은 것은 연구개발 금액을 회계처리할 때 비용으로 쓰지 않고 자산화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날 셀트리온의 주가는 9.87% 곤두박질쳤다.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과 셀트리온제약(068760)도 각각 7.88%, 9.82%씩 급락했다.

이렇듯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재무 왜곡으로 투자자에게 피해가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금감원과 한국거래소는 상장기업의 회계 적정성 여부를 세밀히 살피고 있다. 

금감원이 이번 감리에 앞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코스피 43개 기업 중 21개, 코스닥 기업 90개 중 54개가 R&D 비용을 자산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계상한 금액은 총 1조5000억원에 달하며 이중 1조2000억원은 코스닥기업에서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회계감리 논란이 제약·바이오주 옥석을 가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허혜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탄한 기술력을 가진 R&D 업체와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옥석을 가리는 것이 리스크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미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연구개발비에 보수적인 회계정책을 유지해 해당 이슈에 영향이 적은 반면 일부 바이오 기업은 투자 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유진투자증권이 연구개발비 분석이 가능한 국내 탑(Top)4 상장 바이오기업(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신라젠·차바이오텍)의 회계처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은 2016년 기준 연구개발비 4495억원의 41.8%인 1880억원을 경상개발비로 회계 처리했다. 

최근 차바이오텍(085660)은 개발비 회계처리와 관련해 외부 감사인이 감사기준을 강화하자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 작년 결산 결과는 5억3000만원 흑자를 기록했으나 재계산결과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

이에 따라 거래소는 차바이오텍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했고 다음날인 23일 차바이오텍의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30일 오후 2시45분 현재는 7.66% 내린 1만9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와 달리 주요 제약사의 경우 대부분 과거 K-IFRS 회계기준을 도입해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하는 비중이 상당히 낮아졌다. 이번 회계감리의 타깃이 바이오기업에 집중됐던 이유다.

국내 탑6 상장 제약사(한미약품·유한양행·녹십자·종근당·동아에스티·대웅제약)의 2016년 연구개발비는 총 6489억원인데, 이중 80.5%인 5224억원이 R&D 비용으로 처리됐다. 주요 바이오기업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제약사 연구개발비 중 제조원가로 반영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구개발비의 자산화 비중은 평균 10% 전후로 상당히 낮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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