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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뼈 잡은 트럼프, 3루타로 설욕 노리는 文…'리비아식' 힘겨루기

매파 생각하는 리비아식과 실제 카다피 해법 다르다 항변하며 '마이웨이' 주장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4.03 09:33:16

지난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NC의 경기는 롯데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개막 7연패라는 불명예에 시달리던 롯데는 이날 첫승을 기록하면서 설욕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부진하다 못해 참담한 성적에 실망한 팬이 전날 롯데 주장 이대호의 등에 치킨 뼈 쓰레기를 던지는 사태까지 빚어진 터라 이 승전보는 더 의미가 있었다. 특히 8회 투아웃까지 1:2로 끌려가다 앤디 번즈가 2루타를 만들며 역전 초석을 놓았다. 이어 신인 한동희가 우월 3루타를 치는 괴력을 선보였다

[프라임경제] 북한을 상대하는 게 쉽지 않다. 외교적 고립을 무릅쓰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해온 북한은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5형을 쏘아 올렸다는 소식을 국제 사회에 알리며 급기야 핵 보유국으로의 위상 변화를 시도했다.

원시적 수준의 핵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장거리로 타국을 타격할 수 있는 전략적 핵무기 보유국으로 위치 전환을 선언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병든 강아지(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으로 상대를 비하하는 말)"라고 조롱했지만, 실제로 이를 제어하지 못한 채 골치를 썩였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자론'을 설파했지만 이 주장 역시 입지가 좁아졌다. 대북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겪었다. 봄 들어 평양에 대북 특별사절단이 방문하고 그 결과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면서 한반도 핵 문제를 푸는데 한국의 발언권이 비로소 확대될 전기가 마련됐다.

이런 와중에 우리 측 특사단은 평양에서 받은 메시지를 들고 백악관을 예방, 미국 측에 미·북 정상회담 추진 제의를 했다.

지난달 8일(이하 모두 각 현지시각) 이 소식을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측의 정상회담 제안을 즉석에서 수락했다. 속전속결로 두 지도자 간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라는 풀이가 따른다.

그러나 모호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측에 북측 회담 제의와 미국의 수락을 발표해달라고 요청했다.

나중에 이 부분을 놓고 미국이 우리 측에 북한의 핵무장 해제 최종 결과에 대한 일정한 책임 분담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풀이가 제기됐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나중에 어떤 행사장에서 우리와의 자유무역협정 재개정 문제를 북한 핵과 연계시킬 뜻도 내비치는 발언을 하기도 해 이 분석에 힘을 실었다.

책임 분담 요청? 중국-북한 밀월 변수 작용

여기까지는 기업 경영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며 부를 일군 트럼프 대통령의 이력을 생각하면 무리가 없다.

그러나 협상과 줄다리기, 가격 후려치기로 상대방을 괴롭히는 게 용인되는 폭은 '상도덕'과 '외교'의 별개 영역간에 일정한 차이가 있다. 분명 일정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도외시하는 게 트럼프식 외교라면 이 부작용에 대한 논의는 물론 대책이나 대응 고려 역시 필요하다는 것.

현재 미국이 바라던 대로 북한을 마음껏 압박하면서 핵무장 해제를 촉구하려는 전략에는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다. 김 위원장이 돌연 중국을 방문, 중국과 북한의 신밀월시대가 개막됐기 때문.

그런데, 이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에 화풀이를 할 수 있는지를 계산해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중국과 러시아를 주인공으로 보지 않고, 미국이 주도하는 협상 테이블이 막 마련될 것으로 생각한 점이나 이를 한국이 어느 정도 자신이 바라는 모양으로 세팅한 것까지는 계산상 이견이 서로 없다.

그런데 그 와중에 북한의 돌발 행동으로 중국까지 가세한 3차원 양상으로 판이 뒤바뀐 것을 놓고 재시공 비용을 다시 계산하자는 것에는 딱히 미국과 한국 중 어느 쪽에 문제가 있다 하기 힘들다. 따라서 상호 간 원만한 타결이 있어야 한다.  

다른 퍼즐 조각이 하나 더 뒤늦게 알려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백악관 측에 남·북은 물론 미·중 등까지 포함한 4개국 간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일본 교도통신이 1일 내놓은 이 기사를 전제로 선후 관계와 상호 유기적 효과를 살필 필요가 있다.

교도통신은 복수의 미·중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지난달 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당시 4개국 간 평화협정 체결을 포함한 '새로운 보안 프레임 워크' 구축을 제안했다"고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전략이 대단히 혼란스러워 문재인정부의 대처가 쉽지 않다. 사진은 방한 당시 트럼프-문재인 공동 회견 모습. ⓒ 프라임경제

시 주석이 대단히 신선한 아이디어를 미국 측에 제언한 것인데, 시 주석은 이 와중에 일본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 보도가 전적으로 사실이라고 본다면, 중국은 미국에 자신들의 시각이 반영된 평화 안착 구도 설계도면을 제언했으며, 이에 대해 미국이 즉각 협력과 전폭적 지지 결심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막 북한과의 대화 물꼬를 텄고, 이것에 중국도 일정 부분 굽히면서 자국 이익을 극대화한 안을 제시했는데, 막상 이것이 제대로 먹혀들지 확언이 돌아오지 않자 북측을 보호하는 쪽으로 전략 방향 수정을 꾀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전격 방중에 전폭적인 예우와 협조를 한 것은 결국은 미국이 자충수를 둔 데 따른 나비효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 한국에 오롯하게 문제를 돌릴 것은 아니라는 항변은 그래서 가능해진다.

대리대사 발언 의미심장, 미국 내부에서도 리비아 해법 이견

이런 상황에서 우리 당국의 대미 태도 전개가 대단히 각을 세우는 쪽에 맞추는 것은 이런 정황을 전적으로 미리 알아 고려한 행동이든 혹은 소신을 갖고 추진하던 중에 결과론적으로 맞는 것으로 판명됐든 의미가 있다.

일명 리비아식 해법을 놓고, 우리 측이 미국에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는 듯한 상황, 보기에 따라서는 미국을 가르치는 구도가 전개되는 중이다.

리비아식 해법은 카다피 독재 정권이 핵을 전면 포기하고 그 보답으로 국제 사회가 무역 제재 해소 등 다양한 이익을 보장한 것이라고 흔히 회자된다.

그런데 3일 청와대 관계자는 "뭐가 리비아식이냐를 놓고 생각이 다른 것 같다"고 짚었다.

그는 "실제 리비아식을 들여다 보면 3단계를 거쳤다. 제재 완화, 그 다음 공식 수용, 그리고 대사관 설치 등 관계 격상"이라면서 "리비아식이라고 완전한 폐기, 그리고 보상 이런 (단순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논쟁은 "리비아식이든 남아공식이든 이란식이든 다 있다"고 전제하고 "이 개념 자체를 서로 다르게 말하면서 대화가 생산적으로 이어지지 못 하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이 말하는 완전한 폐기 그리고 그 후 보상 지급이 리비아식이라면 북한에는 그런 리비아식 모델을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청와대와 외교 당국의 생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대북 전략 구사에 청와대는 리비아식 해법 구상에 대한 몽니로 대응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마이웨이 시도를 결심한 것. 사진은 UAE 방문 중 사막 체험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 전가에 일종의 '몽니'로 대응하는 셈인데, 실제로 청와대의 이런 현실 인식이 국제정치적으로는 무리수가 아니다.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 대리가 2일 내놓은 발언이 의미심장하다. 한미클럽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내퍼 대사 대리는 "한국과 미국이 함께 최고의 방법을 찾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포기, 후보상이라는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 적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너무 과도하게 해석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그는 다른 발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어떻게 뜻을 달리 하겠는가?"라고도 말해 양측 협력을 강조했다.

북한에 막바로 리비아 잣대(물론 이 리비아식이라는 개념 자체에도 혼선이 있지만, 질의처럼 선핵무장의 해제, 후보상이라는 전제를 가정)를 적용하는 게 절대적인 명제가 아니라는 상황 저울질을 해야 한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도 조야를 막론하고 일부 강경파의 백악관 입성으로 강경론이 득세하는 데 일정한 견제 필요를 느끼고, 외교 고위관계자가 이런 발언을 한 점도 충분히 본국의 조율이나 양해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사정은 겉으로 볼 때에는 북한과 중국의 밀월 변수로 당혹스러운 상황에 노출되고, 미국의 압박에 직면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문재인정부가 상당한 시간적 여유를 벌고 있다는 해석을 낳는다. 

그간 북한 문제에서 속칭 '코리아 패싱' 논란 등 각종 수모를 감수해온 점, 그 와중에서도 한반도 운전자론의 돌파구를 마련해 문제 해결에 한 단계 높은 수준을 가져온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어렵게 잡은 운전대를 놓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 표명의 시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문제는 한반도 운전자론의 성과에 전혀 연연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정부는 중국이 남·북·미·중 평화협정 체결을 미국에 제안했다는 점에 굳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습이다.

아직 시기적으로 이르지 않냐며 북한과 우리간의 양자 회담부터 보자는 식인데, 그 이면에는 중국 견제를 일단 시전하면서 중간 성과를 내보자는 다급함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부는 남·북·미 정상회담이 중국의 아시아 패권주의와 무관찮은 4자회담보다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반도 문제의 좀처럼 해결이 되지 않는 지루함에 중국에 일정 부분 타협하는 대신 우리와 3자간 정상회담을 먼저 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기본 공감대로 형성하도록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미국이 북한과 한국을 먼저 보는 3자 회담에 흥미를 느끼려면, 문재인정부가 쏘아올려야 하는 성과는 어중간한 안타로는 어렵고, 마치 롯데를 연패 수렁에서 구해낸 3루타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비유가 가능하다.

'속도전'을 강조하기 위해 내놓을 카드가 우선 당장 이번 평양 연예인단 방북을 계기로 마련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청와대가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이 참석하는 상황에서 굳이 청와대 관계자를 이 무리에 끼워넣은 것에 대해 '핑퐁 외교' 벤치마킹이라는 해석은 그래서 나온다. 

헨리 키신저 특별보좌관이 공식 외교 라인 대신 뒤에서 움직여 중국과 수교를 이룬 핑퐁외교의 성동격서가 지금 문재인정부에게도 목마르다. 국제 무대에서 김정은 못지 않게 문 대통령도 국제 무대에서 신인인데, 롯데 한동희 같은 3루타가 이번 연예인단 방북일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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