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도에서 섬 지울 용기 대신 필요한 한 걸음

2018-04-03 10:36:00

[프라임경제] 한 도시나 지역 구성원이 전체적으로 합의된 의사로 뭉쳐 대한민국에 항적하는, 이른바 '해방구'가 형성된다면 어떤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나?

사람에 따라서는 이미 같이 국가 구성을 하기를 포기한 게 확정적인데, 그냥 '독립'을 시켜주는 쪽에 맞춰 평화적으로 해결하자고 할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아이디어를 '나이브'하다고 본다. 그게 도시든 섬이든 아예 지도에서 지울 각오로 대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엔 전제조건이 있다. 한 지역이 전체적으로 항적하는 것과 반국가단체가 한 지역을 전면적으로 점령한 것과는 달리 봐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로, 그 폭도 치하에 무고한 우리 '국민'이 있어서이고, 둘째로는 그 무정부주의 지경에 약자인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4·3은 어떤 성격인가? 1948년 일어난 일이 햇수로 7년간 제주도를 괴롭혔다. 4월3일에 발생한 소요 및 그 파장으로 인한 무력 충돌, 그리고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1954년에 이르러(9월21일 한라산 등 입산 금지 일부구역 전면 해제) 진압이 끝날 때까지 엄청난 희생자를 냈다. 섬을 지도에서 지울 각오로 대처했다고 하기에도 지나칠 정도의 공권력 대응이었던 만큼 지금도 제주도민의 1/10은 이 사건의 유족이라고 한다.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게 아니다. 가까운 대만을 봐도, 일본이 물러가면서 국민당이 장악한 대만에서도 오히려 일제시대 못지 않은 본토인들의 탄압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이 사소한 충돌로 정부에 맞서, 계엄 국면까지 간 적이 있었다.

애초에 충돌 원인에서 정부의 책임이 '0'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5월 총선거에 반대한 것이 표면적 요인이나, 이 당시 물가 폭등 등으로 민생고가 대단히 심각했고 그에 따라 당시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컸다는 정황도 고려돼야 한다.

정부 책임이 0이라 확언할 수 없다면, 그 이후 주민들의 불만에 일명 남로당 세력의 개입에 따라 반정부 폭동 상황이 연출됐다 해서 주민 전체를 적으로 돌린 것은 잘못된 일이다.

백보 양보해도, 1949년 6월7일 무장대 사령관 이덕구를 사살하는 등 어느 정도 승기를 잡은 이후라면, 폭동 상태가 설사 유지되고 있다 해도 선량한 민간인을 반정부단체의 구성원이나 협력자와 구분하는 데 노력할 여지가 생긴다.

바로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 70년을 맞는 이 사건의 추념식에 직접 참석하는 것에 세인들의 관심과 기대가 쏠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이미 특별법이 2000년에 만들어졌고 위원회에서 보고서도 만들었다"면서도 "단지 그것만으로 진상 규명과 어떤 대상 조사문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놓은 상태"라며 추가적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이 부분을 문 대통령이 추념사를 통해 말할 것"이라고 밝혀 전향적인 의견 개진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무고한 희생자에 대한 보상 문제 등에 대해 이미 제주도 내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홍준표 대표를 만나 의견을 개진하고, 홍 대표도 흔쾌히 그 구상에 대한 답을 준 바도 있어, 문 대통령의 대국민 발언 수준도 이 정도에서 혹은 그 이상 형성될 여지가 점쳐진다.

일부에서는 사과 가능성에 (그런 상황 가정만 해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군 통수권자가 군과 경찰의 폭동 진압에 부수적으로 일어난 일에 어떻게 사과를 하겠느냐는 주장이다.

적으로 100% 특정된 지역을 과감히 지도에서 지울 용기가 군 통수권자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군의 작용에서 이미 포로가 된 적이나 어리고 늙은 양민은 물론이고 무고한 주민에게 아량을 베풀 의무 또한 군 통수권자에게 있다. 

아울러 행정부 수반으로서 경찰의 행정 과정에서도 그런 무고한 이들의 선별과 구출 노력은 필요하다. 그런 잘못이 생길 때, 사과를 하지 않는다고 무적의 한국군과 민주경찰은 흠결이 전혀 없다는 신화가 사실이 되지는 않는다.

"왜 우리는 나쁜 놈들보다 항상 늦습니까? 왜 나쁜 놈들보다 한 걸음 더 빠르지 못합니까?"라는 대사는 '공공의 적2'에서 검사장이 부하들에게 내린 질책성 대사였다. 왜 제주도에서 우리 군과 경찰은 불순세력이 무고한 양민들과 그 주거지를 장악할 때 구하지 못했나? 그런 느림에 한탄과 자기반성을 할 때다.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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