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헬조선 청년들에 필요한 이웃사촌

2018-04-03 13:30:14

[프라임경제]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바로 청년 문제다. 저성장 시대에 극심한 취업난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청년들은 단순 실업 문제뿐 아니라 주거, 결혼, 건강 등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동시에 떠안고 살아간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 말인 '밀레니얼 세대'들은 부모 세대보다 못사는 첫 번째 세대가 됐다. 기존 세대들은 부모 세대보다는 더 나은 삶을 경험할 수 있었으며, 노력하는 만큼 갖고 갈 수 있던 시대였다지만 밀레니얼 세대들은 그렇지가 않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시대를 맞이한 가운데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이나 정보에 우리는 끊임없이 적응해야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하며 사는 것은 더욱 힘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극심한 청년 취업난에 대한 해결책으로 얼마 전 정부에서는 일자리에 관한 정책을 발표했다. 공무원 일자리부터 늘리고 청년들이 꿈을 키우며 살아 갈 수 있는 집들을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복지지원도 늘리겠다고 한다. 이것이 과연 청년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지금의 청년 세대, 즉 밀레니얼 세대들은 다른 기존 세대들 보다 더 똑똑하고 현실적이다. 다양한 학습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습관을 가졌는데, 민첩하면서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많이 가졌고 누군가와 협업해 작업을 완성하는 과정에 익숙한 세대이기도 하다. 

또한 이들은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 보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가치 있는 일을 통해 인정받고 싶어하고, 옳은 일을 잘하고자 하는 성취 욕구가 크다. 

그렇다면 어느 세대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졌고 준비 또한 가장 잘 된 밀레니얼 세대들이 '헬조선'을 외치게 되는 문제의 본질은 무엇일까? 

지금의 청년 세대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비교적 부모로부터 풍족하게 물질적 지원을 받으며 수평적이고 따뜻한 가정과 환경 속에서 자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모순적으로 이들은 '경제적 지원' 이면에 부모와 사회로부터 '정서적 지지'의 부재를 크게 겪는 집단이기도 하다. 

부모들이 경험했던 성공 방정식 주입과 부모 자신은 인지조차 하지 못한 채로 이뤄지는 자녀에 대한 정서적 학대, 지지와 공감보다는 경쟁에서의 생존이 우선순위가 되는 사회 문화에서 청년들은 나의 '존재' 그 자체로 인정받고 '삶' 그 자체에 대한 지지를 받으며 살 수 있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 돼버렸다. 

끊임없이 성취하고 끊임없이 무언가 해야 했으며, 그 시행착오 속에 경험하게 되는 개인의 정신적, 심리적 어려움은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된다. 

이는 비단 청년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가 무엇이든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 혹은 어떤 집단이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는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정서적 지원임에도 그것을 그 누구에게 바라기도, 받기도 어려운 사회가 돼버렸다. 바로 정서적 고립의 상태다. 

청년 정책에 앞서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이들의 삶과 고민, 그 자체를 가정과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정서적 지지를 받는 것이 아닐까? 

비슷한 아픔과 고민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서로 정서적인 지지와 도움을 주는 커뮤니티로 '서포트 그룹' 혹은 '피어 서포트(Peer Support·동료 지지)'의 개념이 있다. 

피어 서포트란 미국, 영국 등 정신건강 선진국에서는 이미 널리 자리 잡은 개념인데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바탕 삼아 지금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현실과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정신적, 현실적 도움을 제공하고 받는 상호 지지적인 관계를 말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재 그 자체로 인정하며, 서로의 회복과 발전을 위해 정서적 지지와 지속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현재의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정(情)이 많았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주위 사람들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던 민족이다. 하지만 6.25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잠시 각박해진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배고픔에서 벗어나야 했고 더 나은 세상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했다. 덕분에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뤘고 살기 좋은 환경이 됐다.
 
이제는 후손들에게 물질적 풍족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평안한 사회를 만들어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피어 서포트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예전에 그래 왔듯이 서로 돕고 지지해주던 이웃사촌의 모습을 복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함께 더불어가는 사회. 서로 응원해주는 사회가 돼 청년들의 긴 여정에 힘을 불어넣고, 지지 받는 관계를 통해 혼자 짊어지는 그 무게를 함께 나누며 전진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노하현 멘탈헬스코리아 이사
 

노하현 멘탈헬스코리아 이사 press@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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