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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윤장현 퇴장, 강기정 단일화…뼈대 있는 '룰 전쟁'?

강운태 재심 논란·안철수 배려 외부 전략공천 등 학습효과로 전쟁 되풀이 구조 지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4.04 17:42:10

[프라임경제] 광주광역시장 선거가 계속 달아오르면서 기록을 스스로 고쳐 쓰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하나의 정당이 이 상황을 홀로 '풀무질'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요. 4일에는 굵직한 소식이 2건이나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기염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거의 '불쇼'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우선 현직인 윤장현 시장이 민주당 경선 가도에서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었습니다. 다른 주자들에게 양보하기로 하면서 자신은 지금 남은 임기를 잘 마쳐 유종의 미를 거두기로 한 것이죠. 아름다운 용퇴라는 평이 다수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하나,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 후보에서 단일화 선언이 터져 나왔습니다. 강기정·민형배·최영호 이들 3명의 걸출한 정치인들이 단일후보 결정이라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린 겁니다. 이들은 3인의 대표로 강기정 예비후보를 추대했습니다. '광주를 바꿀 더 큰 힘'을 내세우며 단일화 명분으로 삼았습니다.

(왼쪽부터) 안철수-윤장현의 다정한 한 때. 안 전 대표는 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했다. 윤 광주시장은 재선을 포기하기로 했다. ⓒ 뉴스1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놓고 짠 평가도 일각에서는 나옵니다. 윤 시장의 자신 사퇴의 경우도 민주당 내에서 시정 집행에 대한 평가가 너무 짜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해석론을 내놓는 이들도 있고요. 심지어 '안철수 끈 떨어진 윤장현 레이스 포기' 이런 각도에서 바라보기도 합니다.

'강기정으로 대동단결'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마냥 좋게만 평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선 양형자 예비후보가 이들과 거리를 둔 점이나, 윤 시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카드를 꺼내면서 단일화를 해 준다는(물론 이 경우, 자기 체면이 떡이 되며 물러나는 살신성인이 된다는 또다른 안타까운 풀이를 내놓으면서 불가능한 요구라는 비판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모양새를 안 조성해 주고 간 것에 주목하는 이들이죠.

양 예비후보는 주지하다시피 삼성 임원 출신으로 여성, 고졸 그리고 호남이라는 3대 핸디캡을 모두 뚫고 기업 경영의 최전선에서 기록을 남겨온 여전사입니다. 그런데 양 예비후보가 이들 3인과 거리를 조금 두는 듯한 모습은 이미 이용섭 예비후보 관련 기자회견 국면부터 감지됐다는 소리가 나옵니다. '안티 이용섭 구도'를 너무 집중하는 게 약간 거북해서 그렇게 했다는 풀이인데요.

말이 나왔으니 안티 이용섭 문제가 이들 3인 단일화의 가장 큰 약점이라는 점으로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이들의 강력한 반발은 중앙당에서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일명 '룰 변경 전쟁'이라는 지적, '플레이어는 모두 어디 가고 득실계산만 분주하냐'는 비판이 광주 정가를 헤집게 만든, 부끄러운 지역 민주당의 상황이 3인 대동단결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글쎄요. 하긴 민주당 룰 문제에서는 중앙당이 광주 현지의 시끄러움에 끌려간 듯한 형태로 정리된 게 사실입니다. 컷오프 후 결선투표로 가닥을 잡으면서도, 광주는 단일화 암중모색 중인 것 같으니 봐서 처리해 주겠다는 배려성 조치를 했고 이번에 단일화가 가닥을 잡은 것이죠. 물론 이용섭 캠프에서는 어차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랄까, 굳이 왈가왈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자기 쪽을 겨냥하는 조짐, 그것도 외부 정당 경쟁자도 아닌 내부 총질 사태 더 나아가 중앙당이 이를 어느 정도 받아주며 달래는 듯한 그림이 썩 유쾌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 2개의 뉴스가 맥락은 다르지만, '뼈대가 있는 룰 전쟁'에서 파생된 것들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해석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윤 시장에 앞서 민주당 계열의 깃대를 들고 광주시장직에 당선됐던 강운태 전 시장의 사례를 다시 꺼내 보죠. 2010년 민선 시장으로 화려하게 금의환향한 강 전 시장. 그는 1995년 관선 시장으로 퇴임했던 이력의 소유자이므로, 아마 후대에 그 분 집안 족보에는 민선과 관선을 아우르며 시민들의 사랑과 신뢰를 확인했다고 적어도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강 전 시장은 공직자로서 광주비엔날레 탄생과 안착에 큰 공을 세운 초기 산파이기도 했으니, 광주의 사랑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그런 강 전 시장조차, 2010년 선거판에서 '본선보다 예선이 더 힘든' 광주 민주당 전쟁을 신물나게 경험했습니다. 경쟁자 진영의 재심 신청 등으로 중앙당에서 부결 처리를 할 때까지, 23일간이나 마음을 졸여야 했던 것이죠.      

이번에 물러나는 윤 시장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의사 출신으로 편히 살 길을 마다하고(그는 안과 전공인데요. 눈에 많은 영향을 주는 당뇨병을 연구한 박사논문으로 유명합니다. 그 시절 수준으로는 거의 글로벌 최강 수준이었다는 평도 있죠.) 시민운동을 이끌어 왔던 윤 시장.

그런 윤 시장조차 당내 저평가로 고심하다 스스로 재선을 포기했죠. 당선 이후 전기차를 관용차로 활용하는 등 권위를 내려놓으며 청소원 등 시청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문제에도 마음을 썼습니다. 그런데도 저평가를 받은 건 당내 입지 구축을 제대로 하지 못해 한계를 드러냈다고 풀이되는 것이지요.

윤 시장은 2014년 당시 옛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전략공천을 받아 광주 도백이 됐습니다. 이 공천 배경은 안철수 바람(지금은 바른미래당에 가 있는)에 윤 시장이 참여한 데서 출발합니다. 안 의원(지금의 바미당 서울특별시장 출마 선언자)은 독자 정당을 만들 것으로 점쳐졌는데 결국 지금의 민주당으로 합쳐졌고, 여기서 세가 약한 윤 시장이 민주당의 지지에 안철수 효과까지 힘입어 시장이 된 것이죠.

그래서 윤 시장은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중 '유일한 안철수맨'으로 꼽혔고요, 그래서 안철수 탈당 돌풍이 불었을 때 윤 시장이 따라나갈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윤 시장은 민주당 호에서 내리지 않았고, 다만 그게 보답으로 돌아오기 보다는 쓴 잔을 마시게 된 것이죠.

윤 시장이 이런 선택을 한 것 자체가 정치인에겐 시운이 있다는 소리 혹은 공복은 진인사대천명의 마음으로 일할 따름이라고만 하기엔 억울한 구석이 있습니다. 윤 시장이 처음에야 한계가 분명한 선거판에 약간 카드로 발로 뛰겠다며 나섰지만, 막상 겪어보니 광주에서 민주당 아니면 도저히 안 되는 상황인 게 뼈저리게 느껴진 게 사실일 겁니다.

"110만 유권자 중에 24만명이 민주당원(윤 시장이 실제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선거 국면에 대한 풀이를 한 발언)"이라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예선이 결선보다 어려운 것을 외면할 수 있을까요? 또 그런 터에 룰 전쟁 득실에 초연할 수 있을까요?

안철수 현상에 대한 충성심으로(이것도 정치적 도의의 한 장면일 수 있다고 봅니다) 일단 따라 나갔다 결국 이상한 방향으로 변질될 경우, 다른 길로 갈 수 있겠죠. 이런 게 보통의 지역에서는 가능합니다. 가진 게 없는 정치인은 몰라도, 국회의원 혹은 도백은 그럴 수 있습니다. 현직 후광 때문이지요. 하지만 광주에서는 안 됩니다.

좀 외람된 평가지만, 윤 시장의 성향은 안철수 탈당 사태에서 따라서 당적을 바꿨다면 현재 바미당에 가 계시진 않을 겁니다. 민주평화당에서 천정배 의원 등과 한솥밥을 먹을 가능서이 크다고 보는데요. 다른 지역이면 이런 경우 재선 꿈을 꾸는 게 오히려 수월했을 건데, 광주는 그렇지 않습니다.

민주당의 한계, 즉 룰 전쟁이 지속되는 이유를 뼈대가 있다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보신 바와 같습니다. 서로 특정 후보를 끌어내리지 못해 안달하는 듯 구도가 형성되는 것, 예선이 너무 치열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적어도 광주에서는 결선투표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냉소적인 비판을 다른 지역 출신 기자들에게 듣고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안티 이용섭 광풍에 민주당 중앙당이 끌려간 듯한 문제, 그리고 현직 시장 메리트에도 당의 공천장 향배에 강운태-윤장현 두 훌륭한 선량이 맥없이 꽃송이를 땅에 떨군 것에 진지하게 언젠가 자아비판들을 해 보시라고 지도부에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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