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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과정 보니…책임론 딛고 '이제는 반숙' 익힌 강기정

'시장직에 한걸음 성큼' 의미와 한계 감동적…다음 정치적 행보 기대감 높여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4.05 10:07:23

[프라임경제] 6월 지방선거에 임하는 인사들 중에서도 광주광역시장을 마음에 두고 있는 강기정 전 의원은 대단히 두드러진다. 3선 의정경험을 살려 도전한다는 것은 광역단체장 선거 구도 전반을 살펴도 빠질 것 없는 이력이다.

무엇보다 젊고 신선한 이미지가 살아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현재 현직 이점을 살려 다시 도전장을 던지는 상황과 비교할 만하다. 둘 다 국회의원을 3차례 지냈고, 개혁적 이미지에 운동권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젊고 활동적인 도백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두는 이들이 그래서 적지 않다는 평이다.

기백있게 부정에 맞서는 사람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치밀하게 일처리를 할 능력도 기본적으로는 닦아놓은 것으로 보인다. 강 전 의원은 정세균 당대표 시대에 당대표 비서실장을 지냈고, 지난 장미대선 국면에서는 '호남 출신 발탁' 등 다면적 고려를 통해 더문캠 종합상황실장으로 영입돼 일했다.

일머리를 잡고 적의 아성을 벽돌 하나씩 흔드는 지모도 갖췄다는 분석을 하는 이들도 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강 전 의원을 '박근혜 탄핵의 공신'으로 꼽는다는 이들도 있다. 다소 뜬금없는 주장인 듯 들리나, 강 전 의원이 주도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당시 집권세력 내부의 균열을 일으켜 문제가 터졌을 때 일거에 방어망이 와해되는 단초로 작용했다는 뜻이다.

박근혜 낙마의 숨은 공신, 3자 합의 부각된 배경 

그런 그가 쉽게 들리면서도 막상 이루기 어려운 후보 단일화까지 이뤄낸 것. 4일, 광주시장 예비후보 3인(강기정·민형배·최영호)은 단일후보로 강 전 의원을 확정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3자 단일화로 이용섭 대세론에 금이 한층 더 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강기정 전 의원을 추대하는 3인 예비후보 합동 회견장의 모습. ⓒ 뉴스1

이들은 "여론조사와 숙의배심, 세 후보의 최종입장을 종합한 결과 강 전 의원을 3자 단일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는데 '광주를 바꿀 더 큰 힘'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화합을 강조했다. 

세 후보 진영은 향후 적극적 활동과 교류를 통해 이용섭 대세론 무너뜨리기와 정치 및 경제적으로 새로운 활력을 광주에 공급하는 문제에 골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큰 파장에 광주 정가가 우선 술렁이고 있다. 일명 '명부 논란'으로 시끄럽던 이전투구 전쟁이 일단 어떤 식으로든 한 고비를 넘기고 그 다음으로 넘어갈 여지가 생겼다는 기대감 때문.

현직인 윤장현 시장이 재선 도전 의지를 접기로 마침 같은 날 발표함으로써, '더불어민주당 예선이 곧 본선'인 광주시장 레이스는 일단 빠르게 과열 상태 정리가 될 가능성이 열렸다.

결선투표제 도입 등으로 전국적인 상황 진정 교통정리를 시도해야 할 정도로, 민주당 각 지역 신경전이 치열했다. 지나치게 내부 총질을 해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주효했고, 마침 최강의 내전 격전지 광주도 한소끔 불을 줄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중앙당의 고민을 덜어 준 대승적 판단이라는 측면 외에도, 방법론적인 미세 영역에 대한 조명이 필요하다는 소리도 나온다. 3자 단일화 과정에서, 지난 1일 후보단일화에 합의한 뒤 곧바로 1∼2일 2개 여론조사전문기관에 의뢰해 각각 1000명씩, 모두 2000명을 대상으로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어 이날 시민사회단체 숙의배심원 22명의 논의를 거쳐 단일후보를 최종 확정했다는 점 등 전체적인 구도의 의미 평가는 아직 강 전 의원에 대한 호불호 어느 쪽에도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은 듯 하다.

덜 익은 프라이 내놓던 순수한 열정, 책임론 과거 이번에 설욕

상황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주당 중앙당이 광주시장 등 일부 광주·전남 단체장 후보 선출방식으로 시민배심원제를 도입해 논란이 일었다.

그 과정에서 강 전 의원의 역할이 새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실험적인 제도'로 여겨지는 시민배심원제 도입을 광주 및 전남 국회의원 중 그가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것.

강 전 의원은 1985년 전남대학교 삼민투위원장 출신으로 당내 386그룹 중 주류로 분류돼 당시 '말발'이 섰고, 그에 따라 새 제도 도입 당위성 부각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단지 요설을 놀려 자기가 희망하는 제도를 반영했다는 식으로 강 전 의원의 이 구상을 평가할 것은 아니다. 세력과 이론적 화려함만으로 접근해서 될 일이 아닌 것이지만, 그가 가진 정통성과 민주적 정당성 등 후광에 힘입어 설득력이 더 발휘됐다는 것.

제도적 정치권에 입문하기 전,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중앙위원과 광주전남청년단체협의회 의장, 한국민주청년단체협의회 부의장 등 재야에서 활동해온 그가 개혁 성향이 강한 이런 신제도 추진에 열의와 관심을 가진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인기투표에 불과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민참여 경선보다는 시민배심원제를 통해 후보들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하는 이들이 모여 결국 일을 냈다.

강기정 전 의원은 과격 운동권, 국회 정치의 능력자 등으로 매번 변신에 성공해 왔다. 지난 번 시민배심원제 악용 논란을 딛고 이번엔 원숙한 3자 단일화 절차를 구사했다. ⓒ 뉴스1

다만, 차기 민주당 내 역학 구도 등 '파워게임'의 일환으로 시민배심원제를 도입하려 한다는 의혹도 없지 않았다. 원로 정객 황일봉 박사(광주 남구청장 역임, 전남대 운동권 출신으로 강 전 의원의 민주화활동 선배)가 "강 (당시)의원은 시민배심원제가 실패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한 것이 이 같은 의구심을 방증한 케이스였다.

실제로 강 전 의원은 책임론에 노출됐다. 막상 해 보니,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상론이었다는 비판에 맞딱뜨린 것. 실제로 광주·전남에서 정치적 상징성이 큰 광주시장과 여수시장 경선에서 시민배심원제의 열세를 뒤집은 이들이 당선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물론 이들 2명의 선량이 시민(당원)들의 상당한 지지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민배심원제에 대한 강한 거부감에 따른 당원들의 결집 효과도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곧 성급하게 순수성을 의심받을 만한(계파 갈등 무기를 포장해 들여왔다는) 아이템을 오비이락 격으로 제시한 강 전 의원의 역량 문제와 그에 대한 비판이었다. 즉 제도 도입에 큰 역할을 해냈긴 했지만 이후에도 널리 공감대를 형성하는 추가적 바닥 당심 보듬기는 못 완성한 '설익음'이 부각된 것이고 그것이 질타당한 상황이었던 것.

계란으로 치면, 노른자가 아직 뜨겁지만 액체에 불과한 프라이를 할 정도의 화력이었던 셈이다.

숙의제 접목, 실패론 극복 의미 '하지만 22명, 이건 뭔가요?'

민주당이 일관성 있게 시민배심원제를 적용하지 않고 특정 지역에만 적용하다보니 '표적 공천'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는 당시의 쓴소리들을 강 전 의원이나 제도 추진을 한 정치인들이 얼마나 곱씹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강 전 의원에게만 한정해 보면, 이런 논의와 그 반면교사는 분명 정치적 자산과 겸손함을 쌓는 종잣돈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3인이 단일화를 할 때는 명분도 중요했지만 방법에서도 서로간에 따를 만한 좋은 방법이라는 공감대가 잘 형성된 효과도 한몫 거들었다고 풀이할 수있다. 바로 숙의제 문제인데, 숙의제는 옛 국민의당(지금은 바른미래당으로 통합, 통합 반대파 국민의당 구성원들은 탈당 후 민주평화당 창당)에서 야심차게 추구했으나 결국 책임론만 남기고 쓸쓸히 폐기된 아이템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좋은 부분을 살려서 다른 제도와의 시너지를 내는 융합 사고에 강 전 의원은 인색하지 않았다. 실제로 숙의제 자체가 나쁘다거나 다른 제도와 함께 사용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마찬가지로 시민배심원 활용 등도 그렇다.

2014년 3월에 호남정치학회와 광주시의회의 공동 주최로 '호남정치의 변화와 과제' 세미나를 한 적이 있는데, 이 자리에서 정치학자 지병근씨는 "궁극적으로 당원에 의한 후보 선출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하면서도 "단기적 관점에서는 당원 경선은 동원경선이 될 여지가 크며, 여론조사를 이용한 공천은 민주적 참여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공정한 패널 구성과 실질적인 심의가 이루어지는 '공론장'을 형성할 수 있다면 시민배심원제가 이번 선거에서는 대안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의의 실질성과 장악력을 위해 일정한 시민배심원 플러스 알파의 패널 전문가 가미를 허용하자는 뜻으로 견강부회해 읽는다면, 이 주장은 시민배심원제의 약간 수정된 형식이자 지금 강 전 의원이 이번에 3자 단일화에서 사용한 모델과도 흡사하다. 

윤영덕 박사도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는 문제가 많은 여론조사방법이나 조직 동원이 우려되는 개방형 시민경선보다는 '공론조사방법' 필요하다"고 짚었다. 언론인 최권일씨도 "공천에 있어서 100% 여론조사나 오픈 프라이머리는 문제가 많다. 대안으로 시민배심원제, 여론조사 및 현장투표를 모두 합산하는 복합경선 방식을 추천하고 싶다"고 제언했다.

결국 여러 경험과 조언을 뒤늦게나마 축적했다 이번 구도에서 사용한 것이 3자 단일화의 꽃을 피웠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단점이 아직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이들이 연대를 급하게 결성했다면 여론조사와 숙의 집단 구성에 미숙한 점이 있었더라도 불가피성이 더 크게 부각됐을 것이다. 사실 지방선거 자체가 이미 너무 코 앞이기도 하다.

다만, 이들은 '이용섭 부정 논란'의 군불을 떼며 이미 함께 기자회견을 하는 등 협력해 왔고 단일화 이야기도 시민들이 일반적으로 결과 발표만 보는 것보다 더 긴 호흡으로 이야기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삼발이 이론'이 지난 번 부각됐던 것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그런 지적에 더 강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론조사 풀을 잡은 규모는 문제가 없으나, 숙의제 추진의 과정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2% 남는다는 소리가 나온다. 22명의 숙의 의견을 받아 여론조사에 더하고, 캠프 간 의견 교환으로 단일화 결정을 지었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는 것.

2016년 국민의당 숙의제 실패론 부각 국면에서 정치평론가 황태순씨는 "숙의배심원제 이후 도끼 난동이 벌어진 것을 보더라도 합리적 공천제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충분히 조직의 힘이 미칠 수 있는 100여명의 배심원으로 공천을 결정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무리 본선이나 예선(당내 경선)도 아닌 사전 정지작업이라 해도 막상 이런 작은 의견 개진 집단으로 한정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물리적으로 또 자금 측면적으로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지금 전국 지방선거판에서 가장 치열한 내부 갈등을 봉합한다는 점에서는 그런 세심함이 더 부각됐다면 당 전체의 발전 측면에서 더 좋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아름다운 연합을 일군 강 전 의원은 그래서 과거 프라이에서 이번엔 '반숙으로 삶은' 업그레이드를 유권자들에게 보여줬다. 단순히 3명이 합치니 안티 이용섭 전략을 짜기 편해졌다는 정치공학적 평가 대신, 건교부-행안부-국세청 등 장관과 권력기관장을 두루 역임한 이용섭 진영에 맞서기 충분하다는 역량 부각이 그래서 이번에 나온다.

강 전 의원은 이번 정책적 솜씨와 진정성 발휘로 다소 불리한 표심을 얼마나 더 잡아들일 수 있을까? 광주시청에 입성하는 '계란 완숙'은 과연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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