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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꽃샘추위 맞은 금융권, 봄날은 언제…

 

이지숙 기자 | ljs@newsprime.co.kr | 2018.04.05 15:09:11

[프라임경제]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물러나면서 곳곳에 따뜻한 바람이 스며들지만 금융권에는 좀처럼 봄바람이 불지 않고 있다.

은행권은 지난해 불거진 채용비리 수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권 채용비리 검사를 진두지휘해온 금융감독원(금감원) 수장의 사퇴로 은행권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현재 금융투자업계는 신사업 인허가, 대주주 심사 등이 꽉 막힌 상태다. 금융당국은 벤처기업 자금공급을 위해 작년 11월 5개 증권사에 '초대형 IB(투자은행)' 인가를 내줬지만, 핵심인 발행어음 인가는 한국투자증권 외에 후발주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이미 발행어음 사업 준비를 끝낸 증권사들은 길어지는 인허가 기간 탓에 일부 손해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각 증권사의 대주주 적격심사가 다양한 이유로 미뤄지자 업계에서는 초대형 IB를 대하는 금융당국의 기조가 바뀐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새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이투자증권은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의 채용비리 등으로 매각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박 회장이 사퇴하며 한 고비 넘겼지만 여전히 DGB금융지주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안심할 수 없다는 진단에 무게가 실린다. 

카드업계도 카드 수수료와 최고금리 인하 등의 악재가 나오며 업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신 성장동력을 갖추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 또한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이런 와중에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이 취임하자 금융권의 긴장감이 한층 더 높아졌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활동 당시 정무위원회에서 '재벌 저격수'로 불렸을 만큼 '강성' 인사로 분리된다.

보험업계는 김 금감원장이 지난 2014년 국정감사에서 홈쇼핑 보험판매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던 만큼 벌써부터 대책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카드업계 또한 김 원장이 취임사를 통해 '약탈적 대출'을 지적한 만큼 카드론 금리를 손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밖에도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사퇴함에 따라 금감원의 위상과 금융감독 기능을 확보하기 위한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눈길을 의식한 것인지 김 금감원장은 지난 2일 열린 취임식 직후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저승사자라는 오해를 풀어달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일방적인 규제 강화론자로 잘못 알려졌다며 지금부터 금감원장의 위치에 맞는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매년 초 금융당국은 신년사 등을 통해 금융권 규제완화에 나선다는 의지를 다지지만 실제 업계의 체감도는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감독은 필수다. 그러나 무리한 규제로 금융회사의 발전을 막는 것은 결국 다시 금융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저승사자' 이미지가 오해라고 밝혔던 김 위원장이 언제쯤 이미지 변화에 성공할지, 이로 인해 여전히 찬바람이 부는 금융권에 따뜻한 봄이 올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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