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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이희호 여사 경호 직접 지시…법리 논란 '와글와글'

"전체적으로 무리 없다" 해석에도 "매끄럽지 못하다'' 말 뒤집기 논란 지적 경청할 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4.06 09:42:53

[프라임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부인인 이희호 여사 경호 문제를 놓고 강경한 대응을 주문해 정치적 이슈로 번질 것인지 우려가 높아지는 중이다.

지난번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 문제를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언급한 것에 반격한 사례 외에는 문 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직접 강경한 목소리를 낸 예가 드물다는 점에서 이번 일에 대한 관심도 높다.

문 대통령의 의견임이 명확히 드러나는 방식으로 경호 문제가 부각된 것은 5일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부인인 이 여사 경호와 관련해 이전부터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김 의원의 주장 요지는 당장 경찰로 업무를 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여사는 DJ 사후 경호 대상이긴 하나 현행 규정상 이미 기간이 만료돼 경호처가 아닌 경찰로 업무 담당이 바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1회 연장도 가능하다는 예외 규정도 있지만, 이 카드도 이미 사용됐다는 언급도 보탰다.

'좀 심하다'는 여론도 나왔지만 법리상 문제는 없다는 시민들도 많았다. 법 개정이 추진 중이어서 잠시만 더 이관을 미루고 경호처가 맡은 상황이라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졌었다.

이에 하루를 경찰에 넘겼다 다시 이튿날 또 받을 망정 규정대로 하는 게 맞다는 쪽과, 비효율적이며 이관에 소요되는 절차를 감안해도 문제가 아니니 개정 절차를 마무리해 문제를 해소하자는 현실론이 맞선 것이다.

실제 이 문제에 대해 경호처 측도 검토를 했으나 뾰족한 답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 질의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관을 하겠다, 그러나 중요한 일이니 하루아침엔 못하고 좀 기다려달라'는 요지의 공문을 보냈다. 김 의원 측은 이 공문을 공개하며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라는 SNS 글도 올렸다.

그런데 여기에 청와대가 직접 제동을 걸었다. 김의겸 대변인이 기자들을 만나 소개한 상황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경호 관련 법률상 예외 조항 적용이 가능함을 지적했으며 문제가 있을 경우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받자고 제언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회 운영위 소위원회가 지난 2월22일 전직 대통령과 부인에 대한 청와대 경호처의 경호 기간을 추가로 5년 늘리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했다"고 말한 것으로 김 대변인은 전했다.

이와 함께 "국회 법사위에서 심의·의결되지 않아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데 대해 심대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는 말까지 더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김 의원과 자유한국당 주변의 문제, 즉 스스로 개정을 막으면서 현행 규정의 빈틈을 악용, 경찰애 바로 이관을 하라는 것은 문제라는 점을 문 대통령이 직접 꼬집은 것과는 별개의 또다른 문제다.  

"뒤늦게 묘수 발견, 방어방법 변경 신청한 셈"

김 대변인의 발언 전달을 들으면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4조 1항 6호에 따라 이 여사를 경호할 수 있다고 본다"고 생각 중이다.

김진태 의원 측에 제출된 경호처의 입장.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뒤집을 것을 요구하며 개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 경호처

문 대통령은 이날 정치권 일각에서 이 여사 경호를 경찰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이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고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브리핑 중 알렸다.

문 대통령은 현행 대통령 경호법 제4조 1항 6호는 경호처장이 그밖에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국내외 요인(要人)을 경호대상으로 규정할 수 있는 점을 거론했다.

'국회 법 개정 진행과 이 여사의 신변안전이 갖는 중대한 의미를 고려하면 경호처는 국회 법 개정 이뤄지기 전까지 이 조항에 따라 이 여사를 경호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는 것.

이에 대해 법률 해석에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 의원이 잘못되거나 비상식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 정치와 법해석을 오가며 국회의원 지위를 남용한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를 방어하러 나서면서 비슷한 우를 범했다는 것.

한 대학 법학연구소 연구원은 "(변호사가) 변론 중에 묘수를 발견하고 뒤늦게 발견한 방어책을 사용해 방어방법 변경을 신청한 서면을 제출한 셈"이라고 비유했다. 원하는 답(판결)을 얻어내는 효과는 얻겠지만 절차 지연으로 나쁜 인상은 줄 수 있다고도 첨언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나 경호처 등이 애초 예외 규정을 활용할 것이니 문제 제기를 하지 말라고 '재량 강조'를 하지 않으면서 뒤늦게 (경호처가 김 의원 주장에 수긍하는 듯 답을 했다 뒤집는 식으로) 변경 일처리를 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경호처장 판단 재량 무시? 전체적 방향 제시 반론도

한 변호사는 "경호법의 문제를 지적한 김 의원도 옳고, 그 예외 규정의 재량 사용으로 방어한 문 대통령 생각도 옳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새로 부각된 조항은 경호처장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를 상정한 것인데, 이미 국가기관인 국회의원에게 답을 할 정도였으면 이를 대통령이 직접 뒤집는 지시를 하는 건 문제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발언했다.

한 박사과정 수료자는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했다니 그건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경호처장이 필요를 못 느껴 이미 철수 조치를 발한 것이고 답도 대외적으로 한 부분인데, 그걸 상급기관이 뒤집는 건 '그렇게 필요를 느끼라'고 강요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흡사한 견해를 제시했다.

한 대학 시간강사는 "대통령은 대단히 포괄적인 국정 업무를 모두 관장하므로 그런 지시도 할 수는 있다고 굳이 볼 수도 있다"면서도 "이번 지시는 상급기관이 하급기관에 발하는 '훈령'하고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그렇다고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직접 지시를 할 수 있는 지시권 같은 예를 생각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사소한 문제라 통치행위로 볼 것도 아닌데, 경호에 대해 법을 따로 둔 건 검찰청 등 조직에 대해 따로 법을 둔 것과 마찬가지(형사소송법이 아니라 검찰청법을 말하는 듯)로 전문성을 강조하고 권한 보장을 하기 위한 것인데, 지금 그 부분을 침해한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다'는 게 그의 부연이다.  

어느 박사(형사법 전공)는 "다른 문제는 그렇다 치고, 문 대통령이 경찰에 경호권을 넘기는 것으로 초기에 말씀하셨는데, 굳이 지금 이렇게 대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권 독립 등으로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가다가 이런 제스처를 취하면 경찰 역량을 못 믿겠다는 내심을 가진 것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걱정을 보탰다.

전체적으로 볼 때 매끄럽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는 지적인 셈인데, 전체적 맥락에서 톱다운 방식의 조정과 해석을 하는 게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역할이고 법률가 출신으로 약간 무리한 개입이 있더라도 해석적으로 바로잡는 것은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서기관으로 진급한지 오래되지 않은 한 법학 전공자 고시 출신 공무원은 조금 다르게 봤는데 이 점이 음미할 만하다.

그는 "전체적인 방향 제시해서 노를 젓게 하는 게 선장과 지도자의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일이 완결되기 전에 문제 지시로 개입한 것이라면 매끄럽지는 않아도 인정해야 된다"는 자신의 견해를 말했다.

또 "그래서 '만기친람형 행정'이라고 일부 보수매체에서는 청와대를 비판하기도 하는데, 그런 점은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다른 관점에서는 아주 잘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 이번 일도 마찬가지"라며 평가를 내리긴 아직 성급하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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