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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병원 벤치마킹 공공의료 어때요? 과거 '차관병원' 전례도

[공공기금 투자와 공공의료 中] 공공역할론에 자율 섞어야… '공무원병원'은 지양 요구 많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4.09 11:45:29

[프라임경제] 문재인 케어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관심도 함께 고조되고 있다.

긍정적 작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만 높은 게 아니라 빨리 추진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어떤 모델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한 공론화도 수면 위로 부상하는 상황이다.

이에 우선 가장 강하게 요청되고 있는 모델이 공공의료를 맡을 기관을 별도로 설립하자는 주장이다. '공공보건의료공단' 논의가 그 핵심이다.

지난 3월13일 열린 한 세미나에서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한국 공공의료체계의 바람직한 관리를 위한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은 올해 첫 정책제안인 동시에 복지국가건설을 위해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제언해 눈길을 끌었다.

같은 세미나에서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도 "공단 설립은 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설립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이는 신중한 검토 필요성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팀장은 "법을 제정하거나 정부 차원에서 설립해야 하는 만큼, 우선 지방자치단체에서 관할 공공병원과 보건소를 중심으로 지역전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적극론과 신중론 등 다양한 논의에 대항하는 반대 주장도 만만찮다.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에 대해 "(현재 일각에서는 공단 설립과 공공의료 강화 적극 추진 등으로) 공공의료 확충이 필요하지만 왜 30% 수준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거가 부족하다"고 반발한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몫은 전체 의료 수요에서 10%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대대적으로 높이자는 강화 주장에 의아함을 표시한 것이다.

더욱이 "공공의료 30% 확충과 인구 5만명당 1차의료지원센터 확충,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이 현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도 주장했다.

다만 임 교수도 "민간병원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지역은 공공의료를 확충해야겠지만, 민간부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지역에 공공병원을 확충하기 위해서 민간병원을 매입하거나 추가적으로 공공병원을 설치하는 것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현실가능한 방안이 되기 어렵다"고 제한적인 활용 필요성은 열어뒀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과 의료재단 설립에 대한 현재의 틀을 함께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현재 의료법에서 개인 병원 및 의원, 병원 등을 세우고 운영하기 위한 의료재단을 세우는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의료나 보건에 관한 연구재단을 세우면 보건복지부에서 직접 관리감독하지만, 병원을 세우기 위한 의료재단은 시·도에 등록 즉 지자체장 허가를 받고 또 관리감독도 그쪽에서 받는다.

그런데 지금은 사라진 '차관병원'이라는 게 과거 제도적 배려의 대상이었던 적이 있었다. 의료법의 규율 내용과 범위를 보다 세부적으로 받쳐주는 근거인 의료법 시행령에는 과거 차관병원 의료재단은 보건부 장관에게 허락을 얻어 세우도록 하는 등 체계에서 특수성을 인정했다.

옛 시행령 제 19조 그리고 옛 부칙 제 11조 등의 부분이다. 하지만 이후 시행령 개정 국면에서 빠져 지금은 그런 틀에 대해 별로 유심히 생각할 기회가 없다.

차관병원이라는 명칭에서 선진국 공공지원(ODA)으로서의 차관 그리고 그런 지원을 통해 세워진 병원을 연상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보건부 관계자는 "정부의 공공차관을 받아 병원 설립과 운영에 쓰는 경우"라고 설명하고 "국가로부터 공공차관을 지원받은 의료법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현재 규정 수정의 이유로 규율 필요성이 사라진 것을 들었다. "새로 공공차관 병원이 마련되는 경우는 없고, 차관을 갚아나가는 경우만 조금 남아있다"고 상황을 전한 바와 같이, 옛 시절의 흔적으로 남아있는 것.

전국에 흩어져 공익적 의료 기능을 떨치고 있는 아산병원은 우리 의료사에서도 특이한 모델이다. 사진은 강릉아산병원 신관. ⓒ 뉴스1

그런데 공공의료를 맡을 공단을 세우자는 것은 문제이니, 이를 고쳐 차관병원으로 하자는 부활 논의를 할 수 있다. 과거 운영 전례도 있고, 이를 일부 고치면 민간이 설립과 운영에 주도권을 갖지만 공공적 목적에 따라 당국 등의 관리와 요청, 경영에 일부 의견 반영 및 참여 등도 꾀할 제3의 모델이 가능하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공단이 곧 '공무원병원'으로 흐를 우려, 영국의 보건복지의료 시스템이 결국 환자 입장에서는 한참 걸리고 실력도 시원찮은 데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그러면서도 의사 사기도 떨어지고 시설 투자 등 개혁에도 어려움이 큰 모델로 실패했던 전례를 기억하는 이들은 이 공무원병원 전망에 특히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특히 과거 차관병원의 경험 외에도 다른 실험적 모델을 일부 벤치마킹해 또다른 변형 모델을 구성해 볼 수도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자수성가한 막대한 부를 사회적으로 환원하는 데 대단히 큰 관심을 가졌다. 아산병원이 전국에 흩어져 수준급 의료를 펼치는 게 그 유산이다.

고인의 전폭적 지지로 개원 당시부터 아산병원은 실력은 있지만 서울대병원에 남지 못했던 서울대 출신들을 대거 훑다시피 영입했다. '재야의 유망주'를 영입해 지방 근무를 하는 대신 엄청난 파격 보상으로 처우 기본 틀을 짰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서울아산병원 외에도 전국 각지에 흩어져 일하면서도 자긍심을 갖고 환자들은 우수한 질의 진료를 경험하는 윈윈이 이뤄졌다. '불도저 스타일'로 '잘 하는 의사를 전폭 지원'한다는 평을 듣던 아산병원은 실력 외에 연구에도 투자를 본격화한다. 2010년에 들어서면서부터 연구위원회와 연구기획관리실, 의료정보실을 신설하고 의료정보팀·의무기록팀·의학교육센터 명칭을 각각 의료정보개발팀·의료정보관리팀·교육개발센터로 변경하는 등 연구중심병원을 위한 개편을 단행했다.

아산 케이스는 한 재벌이 자기 힘으로 의료의 공공성 강화에 파트롱이 돼 준 성공 사례다. 이는 자발적 참여이자 미담이지만, 전체적으로 우리 의료 시스템을 떠받치도록 대기업집단에 부담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 유일한 옥의 티라면 티다. 다만, 공공의료 시스템 강화에서 우리 사회가 얻을 점을 시사하는 소중한 성공 경험임에는 틀림없다. 자금을 지원하고 공공적 역할을 주문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일정한 자율성과 지원, 적정한 협력과 영감을 공유하는 틀은 아산이 추출해 낸 교훈이다.

아산병원을 세워 국민들에게 혜택을 제공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 아산병원 아산기념전시실

우리가 차관병원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놓을 필요는 아예 그냥 편하게 공공의료공단을 만들어 두자는 것보다 우수할 수 있다. 차관병원을 차리고 싶다는 병원이나 의사, 그런 재단이 앞으로 등장할 때 어떤 자율성과 전폭적 지지를 해줘야 하는지 아산 사례의 일부 변형과 차용이 필요하다는 것. 칭찬은 '준공무원 같은 분위기 덕에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의사나 그 병원 모델'도 춤추게 한다는 시사점을 추가 논의 아이디어로 주목할 때라는 주문은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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