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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공공투자-공항 공약 우선순위는? 강기정식 정치 판친다

[공공기금 투자와 공공의료 下] 자금줄 빨대꽂기서 밀릴 가능성…노인병원 선제투자 필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4.09 15:04:43

[프라임경제] '장미대선'으로 새 정권이 들어선지도 벌쌔 햇수로 2년째인데, 새 정부가 등장하면서 내건 의료 공공성 확대 문제에 대한 교통정리는 아직 시작도 되지 못하고 있다. 일명 '문재인 케어'가 의료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다. 많은 의사들이 수가 조정 등 그 과정에서 구사될 각종 방법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문재인 케어 전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작은 일로도 당국과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하지만 단순히 아픈 사람들에게 돈을 벌어 집에 많이 챙겨가는 의사를 괴롭히기 위한 것이 문재인 케어의 요체는 아니다. 공공성 강화, 바꿔 말하면 배고파 죽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 현대 복지국가의 의무인 것처럼, 아픈 데도 치료받지 못해 죽는 경우를 예방하고 보다 적은 돈으로도 질높은 의료 혜택을 싸게 더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게 하는 여정이 문재인 케어의 목적지다.   

현재 의료 시스템은 민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개별 개원의들과 '수가 싸움'을 하는 문제는 지엽말단적인 논쟁일 것으로 학계에서는 본다. 공공의료를 확대, 강화하자는 것이 요점인 만큼 공공의료 전담조직 특히 해당 문제를 만질 공단을 구성하자는 시민사회의 요청도 있다.

작은 병원에서 먼저 치료받고 그렇게 질병이나 상해를 치료하기 어려운 경우 큰 병원으로 이동하는 일명 의료전달체계 전반을 꿰고 있는 이에 의해서 공공의료 강화라는 주제의 행정적 개혁 수술이 추구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개방형 병원' 등 다양한 논의를 모두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담아내야 한다는 주문까지 쏟아진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현행 의료전달체계 이상의 성과를 내려면 공공의료는 낲으로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간 찬밥 대접을 받아왔던 '1차의료(Primary Health Care)'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자는 '재발견' 주장이 시선을 모은다. '동네 의원급'에 마중물을 부어주고 역할론을 강화하면, 지역사회에서부터 오히려 국민들의 보건의료 서비스 체감과 실질적 혜택지역이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다.

1차의료기관에 지역 주민의 전반적인 건강 문제를 다루는 힘을 인정해 주는 것은 영국이나 네덜란드 등에서 오랜 전통으로 유용성이 입증된 제도였다. 참고로, 개방형 병원 허용 요청도 이 1차의료기관 강화와 같은 궤도는 아니나 비슷한 방식으로 병행 논의할 수 있는 점이 크다. 개방형 병원이란, 작은 병원 의사가 자기 병원 환자를 다른 병원에 입원시키고 수술 등을 해당 시설로 할 수 있는 공동 운영제를 가리킨다.

반도체 산업에 비유하자면, 핵심 설계 기술을 갖고 있으면 생산은 다른 하청에게 맡겨 이익을 보는 '팹리스 반도체' 기업을 연상하면 된다.
   
개별적으로 전문가 중심으로 분절된 병원을 알아서 돌며 개인이 병을 고치고, 그 과정에서 수가를 매겨 지원하는 현재의 의료 시스템 그리고 의료보험 심사의 맹점은 바로 '과잉진료에의 유혹'이다. 의사들은 쇼핑하듯 병원을 돈다고 불평을 하지만, 막상 이 과정에서 상당한 과잉진료 위험성이 발생하고 실제로 그 낭비가 재정 우려로 이어져 건강보험관리제도의 가장 큰 적이 되고 있다.

여기서 비로소 돈 이야기를 하는 게 맞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케어의 초입부터 바로 경제적 논리 운운하는 언론의 어젠다 세팅을 허용하거나 해당 직업군의 논쟁 태도를 허용하면 속칭 수가 전쟁 외에는 그 이상의 논의가 안 되는 '동전 싸움'이 된다. 하지만 의료의 공공성 강화와 재원 충당 문제가 일정 정도 논의된 뒤, 다시 협의와 조율을 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돈을 놓고 이야기를 하면 공공성 강화와 자금 문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대화 수준이 되므로 '지폐 문제'로 비유할 수 있다.

과거 차관병원 제도를 재활용해 지역 수요에 필요한 병원 제도를 지원할 수 있다. 그 방안은 큰 병원이 될 수도 있고, 앞서 1차 체제부터 보강해야 한다는 '풀뿌리 의료주의'가 될 수도 있다. 어느 방향을 선택하든 공공의료에 큰 지원을 초반에 확고히 철학적 검토 끝에 하면 보장성 강화를 외길로 밀어붙여 건강보험 지출 부담을 만드는 것보다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좋은 체계를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다.

문제는 그렇지만 다시 돈 부분이다. 여러 관점에서의 논의가 있겠지만 결국 공공기금 투자를 그 젖줄로 기대할 수 있는데, 속칭 '빨대꽂기 경쟁'에서 이런 원대하고 꼭 필요한 구상이 힘을 잃을 수 있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해 지금 목전에 닥친 지방선거부터 각종 정치적 이해에 따른 투자 요청이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더 이상 기우가 아니다.

광주광역시장을 꿈꾸는 강기정 예비후보(국회의원 역임)의 공항 이전 공약이 바로 국민연금 공공투자론의 아전인수 대표격이다. 그런데 정작 이 공약은 기금의 공공투자에 대한 ABC 개념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선캠프 상황실장 등을 두루 역임한 3선 의원이 내놓은 것인지 혹평을 하기도 한다.  

3월15일 그는 광주 군 공항 이전 및 광주-무안 민간 공항 융합 사업에 국내 자본 투자의 큰 손이자 세계 3대 연기금 기관 중 하나인 국민연금의 공공투자를 끌어들이겠다고는 생각을 내놓았다. 그는 "(광주 공항 이슈가) 사실상 국책사업임에도 국비를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하는 순수 지자체 사업인 게 현실"이라고 개탄하며 이런 주장의 당위성을 내세운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노인이나 아동, 장애인 등에 대한 복지시설 및 안정화 대여 등을 할 수 있다(제46조). 청년주택이나 저출산대책에 돈을 쓸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마찬가지로 강 전 의원이 추진하는 정책, 즉 특정 지방 현안에 돈을 끌어다 댈 근거 논란이 같은 구조로 부각될 수 있다.

기금의 투자라고 풀이해도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같은 법 제102조에서는 수익성을 확실히 챙기도록 주문한다. 그런데 지방에 공사를 벌이고 그 자금을 대준 뒤 국공채 이율을 안정적으로 챙기라는 게 과연 이런  취지에 부합하는지, 심각하고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모습. 그는 공공기금 투자 문제에 대해 평소 학자로서의 소신과 다른 입장 표명을 내놨다 최도자 당시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 뉴스1

우리나라 국채에 대한 매력은 어느 정도인지, 심각하고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현재 높다. 공공기금의 국공채에 대한 투자 우려는 이미 2016년경부터 공공투자론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였다. 

윤석명 당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국민연금 100조 공공투자론에 대해 원금회수도 불투명한 위험한 주장이라는 취지의 인터뷰를 PBC 라디오와 한 게 2016년 6월의 일이다.

학자 출신인 박능후 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준비 단계에서 평소 논문 태도와 달리, 공공기금 투자에 우호적인 답을 했다 학자의 양심을 팽개쳐 버린 것이냐는 지적을 당한 일도 있다. 지금 섣부른 공공투자 유치 공약이 남발되는 상황은 그래서 우려스럽다. 노인 병원 시설 등은 현행 규정상으로도 얼마든 투자가 가능한데, 엉뚱한 지역정치권에서 탐을 내는 형국이다.

추미애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야 지역선거 우승이라는 당장의 목표 때문에 이런 거시적 국익에 눈을 감을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나 범정부 차원에서 이런 점에 지역별 작은 공약보다 먼저 돈을 쓸 자격이 있다는 확인은 선언적으로 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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