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강기정 캠프의 옥쇄 정치

2018-04-10 08:59:42

[프라임경제] "정말, 시장이 됐으면 좋겠다."

광주광역시장을 마음에 두고 있는 3선 출신 강기정 전 의원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공천장을 받기 위해 같은 당 예비후보들과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빅데이터산업진흥원 설립 공약 등 4차 산업시대 준비에 필요한 시의적절한 공약을 내걸어서만이 아니다. 전남대에서 삼민투 활동을 한 이력의 그는 현재 같은 당 예비후보 중 가장 민주화의 성지 광주의 이미지에 걸맞은 인물 중 하나로 평가된다.

그런 그가 시민들의 '광주정신'을 뜨겁게 달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바로 당 내부의 경쟁자 이용섭 전 의원의 수상한 행적 논란 때문이다. '강기정 단일화'를 이룬 3인 연합 캠프, 일명 통합경선대책본부가 9일 이용섭 부역론의 포문을 열었다.

본부 측은 대변인을 내세워 이 전 의원의 청와대 사정수석비서실 근무 경험을 언급했다. 본부는 "(이 전 의원은) 서기관으로, 행정수발요원이 아니라 핵심 실무자였다"고 밝혔다.

서기관은 4급 공무원이다. 참고로 행정고시에 붙어 처음 임용되면 5급을 달아 구청의 과장급이나 일선 동의 동장급이므로, 처음 임명돼 뭘 잘 모를 때였다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 경력인 셈이다. 실제로 부역 근무라고 비판받을 일을 했다면 그렇다.

통합경선대책본부는 "6월 항쟁에 관한 기록서인 '한국을 뒤흔든 10일-6월 항쟁' 등에 의하면 당시 청와대 사정수석비서실은 안기부와 긴밀한 협조 아래 공직기강을 바로 잡는다는 명분으로 공직사회 길들이기를 주도했던 부서"라고 근거를 제시하면서 해당 부서 근무 경험의 문제점을 짚었다.

근무 내지 부역이 단순히 운이 나빠서 혹은 명령에 의한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보직운동을 해서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본부는 누구의 추천으로 5공화국을 위해 사정 칼날을 휘두르는 사정수석비서실에 들어갔는지도 문제라고 짚었다. 

본부는 "항간에 떠도는 말처럼 (이 전 의원의) 손윗동서이자 전두환 정권의 최장수 장관인 손수익씨의 추천과 보증이었는지 답변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강기정 진영이 이런 문제를 대단히 혐오스럽게 생각하고 규탄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삼민투 경력 중 가장 화려한 무용담이 바로 미국문화원 점거 시위였으니 말이다.

운동권에서는 미국이 광주에 쏟아진 신군부의 폭압에 일정한 배후였다는 의혹을 품었다. 이에 문화원을 점거, 미국에 5·18 진상 규명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니 자발적으로 전두환 정권의 칼로 부역을 했다면 사람으로 안 보일 법도 하다.

그런데, 이런 강력한 규탄을 보는 자체가 다른 이들에게는 고역이다. 다른 정당, 다른 정권에서 쌓은 경력도 아니고, 이미 당의 수다한 검증을 거쳐 의원직 2번에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건교-행안부 장관과 국세청장 등 요직을 두루 맡았던 것에 대해 인사검증 전면 실패 재심을 요구하는 태도는 온당한가?

진실게임의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 공격이라고 불쾌하게 여겨도 어쩔 수 없다. 비굴하게 살지언정 '옥 같이 부서지겠다'는 각오로 '절벽에 나뭇가지 하나 잡고 매달린 상황에 그걸 놓을 수 있는' 정신으로 격동의 세월을 헤쳐왔다는 자부심, 그런 이와 함께 걷고 있다는 정의감은 숭고하다. 

그런 마음으로 이런 논평을 세상에 송출하는 것도 일정 부분 의미가 있다. 그러나 강 전 의원의 태도가 과연 일명 부역자, 더 정확히는 부역 의혹자에게 칼날을 겨누는 게 과연 온당한지 저울질은 필요하다. 4급 공무원이 실무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요즈음 이야기하는 고위공무원단 정도의 인사도 아니다.

층층시하 군사정권에서 과연 군인 출신 정권 실세들이 그에게 맡겼을 일과 나눠줬을 혜택은 어느 정도 크기일까? 정말로 빽 써서 들어온 앞으로 출세해보겠다고 빌붙은 호남 코드에 지방대 출신 공무원이었다면, 사람 취급이나 했을
까?

여러모로 사람도 아니라고 손가락질 하는 게 광주 정신이라면 그건 좀 외지인이 느끼기엔 버겁다.  

손윗 동서 덕을 본 게 아니냐는 식의 가족사 언급까지 가면 옥 같이 부서지겠다는 정신이 비인간적인 철학이 아닌지 걱정마저 하게 된다. 친형도 아니고, 4촌도 아니고 결혼해서 만난 인척 허물까지 다 뒤집어 쓰고 절연하다 시피 공직자 생활을 하라는 요구로 읽었다면 너무 심각한 생각인가?

그 시절 전두환 정권의 임명장을 받고 월급을 받아 생활한 광주 출신 공무원들 전체를 욕보이는 돌팔매질이라 기자는 본다. 봉황무늬 봉투에 내려온 금일봉으로 회식이라도 했다면 그런 호남 출신 공직자는 지금이라도 자기 입을 찢어야 하는가? 

처가 이념 검증 공격에 지쳐 "그럼 이제 와서 마누라를 버리기라도 하란 말이냐?"라고 절규했던 건 바로 대선 후보 시절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민주당 계열 정당의 잔인한 내부 검증은 이때 대비 나아진 게 없다. 뭐, 일관성은 있어 좋다.   

그렇게 더러운 세월을 더럽게 산 의혹을 받은 이에게 공세를 퍼붓는 강기정 캠프 식구들은 그 시절 얼마나 더 떳떳하게 살았나 묻고 싶다.

강 전 의원 인생의 나침반인 문화원 사건, 힘없는 해외 근무나온 미국인들을 볼모 잡았던 일이야 백악관의 심장을 쏘는 마음으로 저지른 것이었다 치자. 그렇더라도, 왜 매번 높은 부패 권력의 핵심들에게 직접 주먹을 날리지 못하고 그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 민중의 아들딸만 혼내키는지 모를 일이다.

강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는 경호 버스를 툭툭 하고 경찰을 쳤다는 의혹이 제기돼 진위 공방도 벌인 바 있다. 다른 정당 국회의원과 몸싸움을 벌이다 그 와중에 국회 경위까지 뺨을 때렸다는 비판도 받은 바 있다.

그런 경위 뺨치는 정신으로 장세동 전 안기부장에게 달려든 적은 아마 없는 것 같다. 과문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강 전 의원이나 그 주변에서 지금 일하는 이들 누구도 그 서슬퍼런 시절에야 그렇다 치고 지금껏 어떻게 같이 하늘을 이고 사는가?

나중에 세상이 좋아지고, 그럼에도 그 좋은 세상에서 쿠데타와 부정 축재 문제로 처벌받은 뒤에도 뻔뻔히 고개를 든 채 사는 것, 감옥 다녀온 수치를 "휴가 잘 다녀왔다"고 포장하는 배포를 왜 단죄하지 못 했나?

심지어 장 전 부장은 영남도 아니고 호남권인 고흥 사람이다. 그런 출신에 단순한 부역도 아니요, 그야말로 전두환 정권의 설계부터 시공, 마무리 인테리어까지 했다. 그런 업자에게 그 흔한 공기총이라도 못 쏘고 당시 4급짜리 부역자 논란에 치중하는 건, 경중판단 미비라 볼 수 있다.

그런 게 옥 같이 부서지는 광주 정신이라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참고로, 광주 밖에서는 그런 논리 구조를 '내로남불'이라고 한다.

제발 좀, 시장이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본부 대변인 이하 모두 시정에 매진하도록 시청에 한 자리씩 주면 좋겠다. 강 전 의원 이외 모두 중앙 정치판에 돌아와서 한 자리 하면서 내 세금으로 조성된 국록을 먹지 말고, 지방 정계에서 그 동네 재정에서 수입 올려서 그렇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거기서 옥쇄하라.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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