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라이벌] 닮은꼴 두 남자의 의료전쟁, 문재인 vs 천정배

노무현 정권 탄생 공신 인연 곱씹기엔 너무 깊은 갈등 구조…일단 千이 유리?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4.10 11:15:35

[프라임경제] "총리추천제를 안 받으면서 국회가 합의안을 내놓겠다면 (대통령안은) 철회하겠다고 말하는 건 헐리우드 액션이다."

"국민투표법은 오늘 당장 고칠 수 있다며 이것부터 하자는 식으로 국회에 (개헌) 압박을 하면 안 된다."

이 같은 언급 등 강력한 반발로 문재인발 개헌 드라이브에 연이은 저격을 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 문재인 대통령과 천 의원은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킨 공신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두 인물은 이런 인연을 곱씹기에는 이미 서로 너무 먼 대척점에 서 있다. 재조 경험 없는 순수 변호사 출신, 참여정부 장관급 역임(문 대통령은 비서실 총괄, 천 의원은 법무부 장관)에 각자 지역구를 맡아 의정활동을 하면서 얻은 공감대 등이 적지 않다. 거기에 둘 모두 스마트하다.

운동권은 공부를 안 한다는 편견이 싫어 고시를 쳐서 붙은 문 대통령과 목포 3대 천재 중 하나라는 속설로 여태 회자되는 천 의원은 웬만한 국정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 덕에 의정활동이나 부처 경험 등에서 장악력을 과시해왔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공통점에서 '브로맨스'가 싹트기엔 노무현식 정치에 대한 실망이 컸던 천 의원(미국과의 FTA 추진에 반발, 단식까지 한 그에게는 '탈레반'이라는 별명이 붙음)과 끝내 참여정부 제2기를 열어낸 문 대통령과의 입장 차가 크다.

더욱이 성격이 같아서 조율과 타협이 오히려 더 안 된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건 자신의 단점이 그 사람에게서 보여서라는 말이 딱 맞는 경우다.

법률가 출신으로 원칙과 소신, 명분이 있어야 움직이는 태도 등에서 이들은 그야말로 같은 꼴인데 문제는 그 원칙에 서로 약간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이다.

천 의원과 문 대통령 모두가 점잖은 편이지만, 천 의원이 근래 변하고 있다.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으로  밑어붙이기에 나서는 것.

민주평화당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또 6월 지방선거가 목전임에도 이 큰 판에서 후보 배출 등이 원활하지 않아 일단 한 박자 쉰 후 다음을 도모해야 하는 지경이 답답해서라는 풀이가 나온다. 그래서 좌충우돌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2015년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천정배 의원. ⓒ 뉴스1

그럼에도 한 데 꿰어지지 않는 그야말로 잡탕식 건드리기만 하는 건 아니다. 광주 풍암호수 수질 개선(풍암호 영산강 유입수 정화사업) 추진은 지역구(광주 서구을) 사업이자 광주 시민들을 위한 것이라 부득이한 필수과목 숙제인 감이 있지만, 담당 상임위인 보건복지 분야에 대해 확고한 배경지식을 자랑하면서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는 균형감각 정도는 갖고 일을 한다는 평.

특히나 현 정권이 가장 공들이는 문제 중 하나인 '문재인 케어'에 대한 천 의원의 송곳 같은 시야가 상당한 압박이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당장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날짜를 맞춰 추진되는 의사들의 집단 휴진 등 자역이기주의 반발보다 천 의원의 공격이 어느 쪽에서 어떤 불편한 식으로 제기될지 막는 게 더 어려울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우선, 천 의원은 누군가 공돈을 삼키는 것을 보지 못한다. 지난해 가을 "삼성물산 합병 관련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일갈하던 천 의원을 기억하는 이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 대부분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삼성 앞에서 작아지는 상황에 노회찬-천정배 등 몇 안 되는 원로급 정치인들만 쓴소리를 하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 때 합병사들의 인정비율 문제가 있으니, 이를 부당한 이익(회사 합병으로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선 효과를 보는 JY 등 일가 외의)으로 봐 일반 주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지적을 거침없이 한 것이다.

그런 삼성 때리기 맥락에서 천 의원은 의료 관련 제도와 보험비 심사 등의 속살도 날카롭게 훑었다. 왜 제대로 반사적 효과 판단을 하지 못 해서 국가가 엉뚱하게 남들 돈 벌어주는 허점을 열고 시작하느냐는 질타를 했다.

그는 지난해 가을 "지난 2015년 건보공단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어부의 보장성강화정책 누적 소요액 11조2590억원 중 1조5224억원(13.5%)의 실손보험 반사이익을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케어와의 연관성까지 예상하고 미리 타격하는 공격적 자세를 이어갔다. 이를 문재인 케어 30조6000억원에 대입할 경우 민간실손보험에 약 4조1000억원의 반사이익 발생이 예상된다고 언급한 것.

그는 "실손보험 반사이익의 사회환원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일본 제도 등에 대한 공부를 통해 평생 업무를 본 당국자들은 물론, 학자 출신 장관의 설전 대상으로 '실전을 뛰는' 저력도 갖췄다.

천 의원은 일차의료(1차의료) 강화주의자다. 일차의료가 제대로 기능하면 큰 병원 중심으로 기웃거릴 필요가 없고 제때 원활히 케어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는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면서 일차의료를 강화하지 않으면 대형병원 환자 쏠림이 심각해질 것이고, 일차의료기관은 또 다른 비급여로 경영수지를 맞추려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일본과 같은 급여·비급여 혼합진료를 금지하는 제도 도입 검토도 주문했다. 비급여 급여화 정착을 전제로 추가 비급여 의료비 상승을 막기 위해 일본이 시행 중인 급여·비급여 진료를 함께 받을 경우 진료비 100%를 비급여로 처리하도록 하는 혼합진료 금지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2019년에 문재인 케어에 대한 중간평가를 해보자는 제안도 해 사실상 정권에 큰 부담을 지우고 나섰다. '사람 사는 세상' 추구의 가장 큰 증거물 중 하나로 공들여 추진하는 이 제도가 자칫 정부의 큰 자충수가 돼 부메랑 효과를 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경기대 대학원에서 교편을 잡던 박능후 보건부 장관의 방어 전선 동원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를 대표해 천 의원식 쓴소리를 매번 막으러 나설 수 있다는 것.

실제 박 장관은 천 의원의 공세에 "일본은 대부분 급여화가 이뤄져있다. 우리의 63%가량 급여율로는 이러한 법안을 도입하면 도리어 국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천정배 무소속 출마 상황을 깨기 위해 몸소 광주에 갔던 문재인 당시 당대표(2015년 3월 모습). ⓒ 뉴스1

다음 라운드 대결이 벌써부터 주목되는 이유다.

이런 와중에 문 대통령이 과거 아직 정당인이던 시절 '천정배 무소속 출마 시도의 격침'을 위해 직접 광주까지 가서 공격 유세를 한 일이 새삼 조명되고 있다.

2015년 3월 재보선에서 당시 당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천 전 장관과 함께 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해 주변 분들과 설득했지만 결국 당을 나갔다"고 비판했다.

여기 더해 "이번 재보선은 국민의 지갑을 지키는 선거로 국민의 지갑 훔치는 세력과 국민의 지갑을 지키는 세력 간의 대격돌"이라고 규정했다.

재보선 이슈를 경제로 몰고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는 등 다음 대선을 의식해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미리 깐 셈이었다. 그러나 지금 문 대통령은 그가 자신있게 구상했던 소득주도 성장론과 혁신 경제 등의 실체가 명확치 않다는 꼬리표를 여전히 달고 있다.

이러다 자칫 경제 문제에서조차 천 의원의 반격이 들어간다면? 참으로 아찔하면서도 재미있는 혈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을 이끄는 부분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